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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어울려 사는 나무들
  • 중앙신문
  • 승인 2018.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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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무더운 여름철에 환영받는 것이 있다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다. 그 중 시원한 나무그늘은 예나지금이나 인기가 있다. 눈부신 과학으로 쾌적한 냉방장치가 돌아가도 나무 그늘의 신선함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러한 연고로 시골마을에는 정자나무로 불리는 거목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도시의 아파트 단지도 나무의 식재정도에 따라 아파트가격에 영향을 주는 숲세권이라는 용어까지 탄생했다. 8학군이 날리고 역세권이 인기리에 분양이 됐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관심이 부쩍 늘은 지금 숲세권의 주택들이 귀한 몸이 되었다. 결국 숲이 인기를 누리는 시대다.

숲은 인간에게 정말 좋은 건가? 아니면 식자들의 허풍인가? 경험처럼 소중한 증명도 없다. 내가 사는 집주변에는 싸리산 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남한강변에 위치한 싸리산은 완만한 산이지만 아름다운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수림도 울창하고 산정에는 정자도 있고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있다. 오르고 내리는 시간이 천천히 둘러봐도 2시간정도면 충분하다.

산정에 오르면 남한강과 여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렵지 않게 이천과 양평, 안성, 용인, 원주, 충주의 산봉우리도 볼 수 있는 시야가 탁 트인 산이다.

산에 오르는 묘미는 먼 곳까지 시원하게 볼 수 있는 조망도 한 몫 한다. 산정에 오르면 남한강에 넉넉한 물은 물론 강천 보 여주 보 이포 보를 둘러 볼 수 있는 요충지다. 싸리산은 등산의 묘미보다는 탁 트인 경관과 시야를 가리지 않는 전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슴이 답답하다면 이 산에 올라 멀리 용문산과 추읍산, 치악산, 북성산을 조망할 수 있다.

싸리산에 간직된 전설은 여주도자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전하여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싸리산에 있던 암자에는 고승과 동자승이 수행정진하고 있었다. 이 암자에는 마당바위가 있었는데 이 바위틈에서 신기하게도 쌀이 조금씩 나왔다.

어느 날 고승이 먼 길을 떠나게 되었다. 고승은 길을 떠나기 전에 동자승에게 함부로 이 바위를 다루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길을 떠났다. 늘 배가 곱았던 동자승은 배불리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라 스승의 당부도 잊어버리고 쌀 나오는 곳을 정으로 쪼아 입구를 넓혔다.

쌀이 나오는 입구가 너무 좁은지라 입구를 넓혀 많은 쌀을 얻는다면 스승님도 좋아하실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더 많은 쌀이 나오기는커녕 나오던 쌀마저 뚝 그치고 말았다. 동자승은 그때서야 스승의 가르침을 깨달았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쪼아낸 돌조각을 처음처럼 되돌려 보았지만 허사였다.

그 후 이 암자에는 먹을 것이 없어지자 암자는 쇠태하고 빈터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우뚝 선 마당바위 바로 아래서 쌀 대신 하얀 백토가 나와 여주에서 도자기를 구울 수 있게 되어 동자승의 잘못을 아무도 나무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렇게 쌀이 나오는 산이라 싸리산이 불리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산을 오르며 땀을 흘리기로 작정했다면 더위는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탈길을 오르면 숲속으로 난 길에 울창한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신선함이 있다. 숲속특유의 향기가 있고 아스팔트위로 지나가는 후덥지근한 바람도 없다. 산정에 부는 바람은 청량하고 바람에 맞춰 흔들어주는 나뭇잎의 동작은 평화롭다. 눈도 가슴도 모두 시원하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콧노래가 절로난다.

숲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녹색의 잎으로 풍성하다. 그 속을 살펴보면 나무들은 각자자리에 어울려 산다. 키가 큰 나무 밑에는 어김없이 키가 작은 나무들이 모여 있다. 주요나무이름이 참나무오형제(상수리, 졸참나무, 굴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를 비롯한 소나무, 잣나무, 벚나무, 리기다, 은사시, 아카시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오리나무, 오동나무가 있다.

중간키 나무로는 노간주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느릅나무 작은 키 나무는 주로 산책로 옆에서 잘 자라고 있다. 산딸기나무, 산초나무, 진달래, 국수나무, 댕강나무, 철쭉, 청미래덩굴이 옹기종기모여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는 어울려 산다. 큰 자도 작은 자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큰 키의 나무가 없어도 중간키의 나무가 없어도 작은 키의 나무가 없어도 숲은 아름답지 않다.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숲에서 사람이 살아가야할 덕목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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