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커피는 민주주의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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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커피는 민주주의에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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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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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를 커피가 이룩하였다면 믿을까? 커피가 인류의 역사에 영향을 끼치고 인류의 영혼 속 깊이 파고든 데에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커피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고원지대로 알려져 있다. 전하여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양을 치던 목동이 자신의 양들이 이상한 열매를 먹고 잠도 안자고 밤새 뛰어노는 걸 보고는 신기하게 생각을 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목동은 그 열매를 먹었더니 졸음도 가시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

목동은 뱀의 유혹이 아닌 양들을 관찰하면서 ‘검은 악마의 음료’는 인간과 인연을 맺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커피는 초창기에는 커피열매를 볶아 빻아서 빵에 발라먹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커피는 커피열매를 볶아서 물에 우려먹는 것인데 이 열매를 볶아 먹게 된 이유엔 재밌는 사연이 있다. 목동이 커피를 먹은 뒤 각성효과가 있음을 깨닫고, 인근 수도원의 수도사들에게 “양들이 이것을 먹더니 밤새 뛰어놀더라. 그래서 내가 먹어봤더니 졸음도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 아주 좋았다.”라고 열매의 비밀을 전한다.

수도사들은 이 검은 열매가 악마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먹기를 포기하고 불 속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불속에서 타오르는 커피의 향기가 너무도 그윽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향기에 매료된 수도사들은 조심스럽게 커피를 볶아 먹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커피는 자연스럽게 이슬람 사원의 주변으로 퍼지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커피하우스)이 여기 저기 생겨난다. 커피를 마시러 사람이 모여들고 이 장소는 대화의 장으로 발전한다. 통치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것을 날카롭게 주시했다.

이를 염려한 충성스러운 참모들은 커피 금지령을 내린 후 커피를 불순한 음료라 단정하고 술탄에게 커피를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커피를 마셔본 술탄은 각성 작용이 경건함을 일깨운다며 오히려 커피를 널리 보급할 것을 명했다.

커피는 예배를 드릴 때 졸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경건하고 신성한 음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커피나무는 술, 담배 ,차를 능가하는 실력으로 인류와 교재의 폭을 넓혀나간다.

커피를 사랑한 이슬람인은 유럽으로 진출할 때 전장까지 커피나무를 가지고 가 심어서 유럽에 커피가 퍼져 나간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유럽에서는 ‘이교도들’이 마시는 커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교도의 음료’, ‘악마의 유혹’, ‘야만인의 음료’, ‘사악한 나무의 검은 썩은 물’이라고 폄하하며 배척운동이 일어난다, ‘흉을 보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금하면 금할수록,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커피의 오묘한 맛을 잊을 수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하지 말라는 일은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성인지라 그 심성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한동안 대학가에 유행하던 말처럼 “악마처럼 검게, 천사같이 순수하게, 지옥같이 뜨겁게, 키스처럼 달콤하게.” 라며 커피예찬론자까지 생긴다.

이러한 커피가 유럽을 휩쓸기 시작하더니, 지식인들과 교수들, 예술가와 시민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평등과 자유, 그리고 정치에 대한 토론과 비판이 활발해졌다.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 쟁취는 커피가 그 중심에 있었다. 아마도 커피는 자유를 갈망하는 인류의 마음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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