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나무 잘 심는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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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나무 잘 심는 비결이 있다
  • 원종태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9.03.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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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

| 중앙신문=원종태 | 삼천리강산에 새봄이 왔다. 봄은 나무 심는 계절이기도 하다. 꿈과 희망을 간직한 나무를 심는다. 그 심는 자의 마음속에는 한그루의 나무를 심으면서 자신이 심은 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주는 염원이 가득하다. 그러나 누가 심은 나무는 잘 자라는데 비하여 누가 심은 나무는 잘 자라지 않는다. 식목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인가? 그 물음의 답은 비법은 있다. 이다. 당나라 유종원(柳宗元. 773년-819년)이라는 문인이 종수 곽탁타전을 통하여 나무 심는 비법을 전수한다. 천년이 훨씬 지난이야기가 지금현재에도 유효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곽탁타의 그의 직업은 정원사다. 장안의 세도가와 부자, 정원을 가꾸며 관상하는 자와 과일나무를 기르는 자들이 다투어 그를 데려다 나무를 키우고 돌보게 하려고 줄을 섰다. 탁타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는 일이 있어도 죽지 않았다. 무성히 잘 자라고 열매가 많이 열렸기 때문이다.

 장안의 세도가가 그 비법을 묻는다. 탁타가 대답하기를, “제가 나무를 오래 살게 하고 잘 자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나무의 천성을 잘 따르고 그 본성이 잘 발휘되도록 할 뿐입니다.”다른 정원사들이 탁타의 기술을 몰래 엿보고 모방해도 탁타와 같을 수는 없었다.

 탁타는 말한다. 무릇 나무의 본성은 그 뿌리는 뻗어나가기를 바라고, 그 북돋움은 고르기를 바라며, 그 흙은 본래의 것이기를 바라고, 흙을 다짐에는 빈틈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고 난 뒤에는 건드리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고, 버려두고 다시는 돌아보지 말아야 합니다.

처음에 심을 때는 자식을 돌보듯 해야 하지만 심고 난 후에는 내버리듯이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 천성이 온전해지고, 그 본성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제가 나무를 크고 무성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을 막지 않을 뿐이지, 열매가 일찍이 많이 열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니, 뿌리를 구부리고 흙은 다른 것으로 바꾸며, 그것을 북돋움에는 지나치지 않으면 모자랍니다. 진실로 이와 반대로 할 수 있는 자도 있으니, 나무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게 크고,  걱정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아침에 보고 저녁에 만지며 이미 떠낫다가도 다시 와서 돌보지요.

 심한 자는 나무의 껍질을 긁어서 생사를 확인해 보고, 그 뿌리를 흔들어서 심어진 상태까지 점검하니 나무는 그 본성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나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해치는 것입니다. 비록 생육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나무와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와 같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가 그밖에 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세도가가 말한다. “그대의 방법으로 관청의 일을 다루는 것에 옮겨보면 괜찮겠소? 하니 탁타가 말했다.

​나는 나무 심는 것을 알 뿐이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나의 본업이 아닙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고을의 관청어른을 보니 명령을 번거롭게 하기를 좋아하더군요. 백성을 매우 사랑하는 것 같지만 끝내는 그들에게 화를 입히고 있습니다.

묻는 자가 기뻐하며 말하기를 “매우 훌륭하지 않은가? 나는 나무 키우는 것을 물었다가 사람 돌보는 방법까지 터득 하였으니, 그 일을 전하여 관의 경계로 삼도록 하겠네.”라고 하였다.”

​나무를 심는 일이나, 사람을 양육하는 것이나,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 다르지 않다. 이미 오랜 시간을 통하여 식수의 비결은 축적된 것이다. 본성을 파악하고 그 본성을 편하게 하는 것, 새봄에는 고전속의 지혜를 실천하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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