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커피의 영혼 인류를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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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커피의 영혼 인류를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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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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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고대의 사람들은 나무가 하늘과 통하는 신의 통로로 굳게 믿었다. 인간만사 길흉화복(吉凶禍福)과 흥망성쇠(興亡盛衰)가 그곳에서 시작되고 소멸된다는 믿음이다. 울창한 숲과 거목을 세상의 시작이자 숭배의 대상으로 섬겨온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나무를 우주수(宇宙樹) 또는 세계수라고 한다.

멀리 다른 나라의 예를 들을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도 신단수아래서 신시를 열었다고 단군신화는 그렇게 전하여오고 있다. 한 결 같이 세계도처의 건국신화는 나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나무는 인간의 삶을 지탱해주는 불가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눈부신 과학문명이 지배하는 현대에도 나무의 역할은 조금도 줄어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나무의 긴요한 역할을 더 요구하는 추세다. 최근 정부는 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경북 영주 백두대간에 치유의 숲을 개장하고 국민건강증진에 숲을 이용하도록 다양한 시설을 준비하였다. 나무가 인류의 건강을 지킨다는 믿음이 점점 확고해 지는 것이다.

고대 인류에게 거대한 우주수가 이세상의 시작이자 섬김의 대상이었다면 현대 인간의 마음속에도 의지하고 싶은 자신만의 우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것과 저것이 나에게 좋다는 믿음은 과학적 분석을 통하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된다. 나무와 숲이 주는 가치와 성분은 과학적 검증을 거쳐 피톤치드와 테르펜성분이 규명되고 인간의 심신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더욱 확고해 진다.

한국에서 자란 커피나무와 열매 감곡 ‘커피나무아래서’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작용하는 데에는 그 나무의 영혼이 남모르게 작용한 것은 아닐까? ‘귀신 곡할 노릇이네’하면서 마치 지남철에 쇳가루가 끌려가듯이 그 방향을 향하여 달려가는 모습은 무엇인가? 에 홀린 바로 그 모습이다.

지극히 현명하고 영악스럽기까지 한 현대인들이 아침의 끼니는 거르지만 한 잔의 커피조차 거를 수는 없다고 커피 잔을 들고 나타난다. 천 원짜리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도 4~5천 원 하는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에서 커피나무 영혼에게 쇠뇌당한 듯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무슨 천만에 말씀이냐고? 한마디 하실 수도 있지만 이미 식물들은 동물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수억 년 살아오면서 그렇게 진화해 왔다.

커피나무의 신통력이 얼마나 뛰어났으면 세계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인간의 지혜로운 선택일까? 최고의 성직자도 “이 사탄의 음료를 이교도 놈들만 마시도록 하기 에는 너무 맛있다!” 라며 커피를 승인했다. 고 하니 이 지구에 인류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식물의 영혼이 인류를 조종하는 것은 아닌가? 식물이 은밀히 인류를 지배하여온 사실에 비추어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계교역량의 최고인 석유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커피이고 보면 그 냥 우습게보아 넘길 일도 아니다. 주식용 쌀과 밀을 제치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기호품 바로 커피다.

아프리카가 원산지라는 커피나무는 이제 한국에서도 자라고 있다. 누가 커피나무를 애지중지 키우게 만들었을까? 커피나무 영혼은 필자의 집에까지 침투했다. 앙증스런 모습으로 아직은 작은 분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커피의 영혼은 속삭인다. “인간들의 대화에는 내가 있어야 소통이 잘 된다니까 커피 한 잔 하세요?” 나는 이 제안을 거부하지 못한다. 커피나무의 영혼에 홀린 사람이 나 하나일까?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음이야기를 계속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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