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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낙엽수와 상록수 누가 우월한가?
  • 중앙신문
  • 승인 2018.01.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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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겨울을 맞이하는 나무들 중에는 잎을 훌훌 떨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세찬바람과 맞서있는 나무가 있다. 그런가 하면 봄이나 여름이나 별반 다르지 않게 푸른 잎을 가지에 달고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겨울을 보내는 나무도 있다.

우리는 겨울에 잎을 떨구는 나무는 낙엽수, 사시사철 푸른 나무를 상록수라 부른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런 나무의 형태를 두고 어느 나무가 더 우월하냐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변함없는 상록수에 점수를 주시는 분도 있고, 생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낙엽수에 공감하는 분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라면 어느 나무에 점수를 더 주실까?

대답을 뒤로 미루고 상록수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녹색이 넘실대던 들판이 황량하게 변하고 뭇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겨울이다. 이 추운 겨울에 푸른 잎을 거느리고 생생함을 자랑하는 상록수의 모습은 여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변화를 외치고 변화하는 것이 살길이다. 라는 구호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변하지 않는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경우에는 보편성의 법칙보다 희소성의 법칙이 우선한다. 겨울철은 소수인 상록수가 돋보이는 것이다. 희망적으로 보이고 세상이 다 변해도 변함없는 모습이 믿음직하다는 견해가 지배한다.

막전 막후에서 음모가 뒤끓는 시대에 영원이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충직한 모습에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문화와 정신적 지주로 성장한다. 상록수의 대표 격인 소나무를 살펴보자 거주공간도 소나무, 생활용구도 소나무, 전투 시 전략물자도 소나무, 죽어서도 소나무, 경사스러운 날 병풍 속의 그림도 소나무가 들어가 있다. 제왕이 사용하는 ‘일월오봉도’에도 붉은 소나무가 영묘하게 자리하고 있다. 일상에 스며들은 문화는 알게 모르게 소나무는 충성심, 정절, 장수, 정의감의 상징으로 표현되어 오고 권력자는 은연중에 상록수 같은 충성심을 갈망해왔다.

왕조시대는 왕족이 심는 나무는 측백, 향나무, 소나무 등의 사시사철 푸른 나무를 심고 가꾸며 자신의 영화가 영원하고 변함없기를 소망했다. 그런가하면 일반 벼슬아치나 백성은 감히 그 나무를 심지 못했다.

학자나 벼슬을 희망하는 사람이 심는 나무가 바로 학자수로 알려진 회화나무였다. 겨울이면 잎을 떨구는 낙엽수다. 왕족은 그 권력이 푸른 상록수처럼 영원이 이어나아가지만 백성의 벼슬은 때가되면 거두어드리는 이치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옛날 나무에 대한 믿음은 예외는 아니다. 현존하는 창덕궁에도 정승의 나무로 불리는 회화나무가 조선왕실의 역사를 간직한 채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벼슬아치는 물러갔지만 그들을 맞아주던 회화나무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낙엽이 지는 나무와 늘 푸른 나무는 문화나 정서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음이 원초적으로 달랐던 것이다.

낙엽수가 낙엽을 떨어트리는 것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뿌리에서 공급되지 않는 수분이 잎을 통하여 증발하면 나무는 죽음에 이른다. 절묘하게도 온도가 내려가면 이를 감지한 나무는 잎을 떨구는 준비를 한다. 단풍이 들고 이내 낙엽이 되어 가지를 떠난다. 삶의 방식이 다른 것이다. 잎을 떠나보낸 나무는 다음의 봄을 준비한다. 더 왕성한 잎을 생산하기 위한 노고는 겨울의 칼바람추위를 견뎌냄으로서 준비된다.

식물의 세계에 누가 우월하고 열등하고는 없다. 각자 고유한 특성에 따라 역할이 다르고 생존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자연은 함께 어울려 살아갈 때 자연의 가치를 지닌다. ‘강한 자가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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