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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신륵사에 강림한 관세음보살?
  • 중앙신문
  • 승인 2018.01.31 13:26
  • 댓글 2
원종태(숲 해설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어렵지만 멋진 말이 있다 (一) 한 일 (切) 모두 체 (唯) 오직 유 (心) 마음 심 (造) 지을 조 세상일체의 선과 악, 아름답고 추하다는 가치판단이나 사유작용을 하는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 라는 불교용어라 알려져 있다.

일체유심조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쉽게 설명한 것이 원효 이야기다. 해동보살로 알려진 신라의 고승 원효(元曉)는 661년 의상(義湘)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다. 낯선 곳에 이르러 해는 지고 길을 잃어 인가를 찾지 못한 이들은 어느 고총 앞에서 지친 몸을 뉘이고 하루 밤 잠을 자게 된다. 먼 길을 걸어오며 기진맥진했던 원효는 잠결에 목이 말라 바가지에 담긴 물을 아주 달게 마신다. 날이 밝아 깨어 보니 잠결에 마신 물은 주변에 있는 공동묘지의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목이 마른 그 순간 원효의 갈증을 채워준 물은 다름 아닌 오아시스의 감로수 같았다. 그러나 해골에 고인 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아침 구역질에 몸서리쳐지는 그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원효는 이 사건으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물 자체에는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오로지 스스로의 마음에 달렸다. 는 이야기다. 원효는 그 길로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로 돌아왔다. 이 이야기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후세에 지어진 이야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의 마음에 변화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강변의 고찰 신륵사에 관세음보살이 강림하였다고 하여 화재다. 누구는 성모의 강림이라고도 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여준다. 그분들은 어떻게 이곳에 오셨을까?

다름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미 부처가 있고 공자가 있고 예수가 있고 성모가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관심에 따라, 신념에 따라, 마음에 따라, 성모로 태어나고 관세음보살로 환생하여 미소를 보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을 잘 설명한 또 하나의 스승이 있으니 조선 초 무학 대사다. 신륵사에서 입적한 나옹화상의 제자인 무학은 어느 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나란히 앉는다.

건국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피를 흘린 이성계는 왕사인 무학과 한담을 나누며 쉬고 싶었다. 요즈음 말로 계급장 띠고 왕과 왕사의 관계를 떠나 편안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무학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무골인 이성계는 마음이 급한지라 ‘왕사께서는 꼭 산돼지같이 생기셨습니다.’ 하고 먼저 한 마디 던진다. 그러자 무학은 ‘대왕께서는 부처님 같으십니다.’ 하고 응수한다. 그러나 이성계는 아니 왕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마음을 내려놓고 어찌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하고 항변한다.

그러자 무학은 일갈한다. ‘산돼지의 눈으로 보면 산돼지로 보이지만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님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일체유심조’를 떠 올리게 하는 고수들의 문답은 역사의 뒤안길에 오래오래 살아남는다.

신륵사 구룡루 앞에 서있는 은행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자신만의 관세음보살을 만날 수 있다. 아니면 성모 마리아를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사모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또는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낼 수도 있다.

은행나무는 말이 없다. 세월과 눈과 비바람이 거룩한 분들을 모셔왔을 뿐이다. 모진 풍파를 무릅쓰고 오래오래 자라온 나무에는 신비한 모습이 깃든다. 이 또한 인간의 마음속에서 지어낸 모습이 아닐까? 한 번 이 나무를 찾아보고 그 모습을 음미해보자 마음속에 각인된 이미지는 바로 이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의 진정한 속마음일 것이다.

중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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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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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산 2018-02-01 22:22:17

    보고 생각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일 평생의 과제입니다.
    이용길님 훌륭하신 말씀 감사 합니다.   삭제

    • 이용길 2018-02-01 09:22:16

      사물은보는 관점에따라다르다는것 본인이잘다스려야겠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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