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황금비가 내리는 나무 (Gold Rain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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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황금비가 내리는 나무 (Gold Rain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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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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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삼복이 무르익는 칠월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맹렬한기세로 자라는 산천의 초목은 싱싱하다. 녹색의 청춘을 마음 것 누리는 시간이다. 누가 저 푸르고 싱싱한 잎들이 단풍이 들고 마침내는 떨어져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되리라고 생각하는가?

꽃들이 아우성치던 봄이 가고 산야에는 꽃이 귀해졌다. 맹렬한 녹색에 덮인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꽃들은 봄에 피어나기를 좋아한다. 옛사람들은 듬직하고 교훈을 간직한 꽃들이 시간도 걸리고 여름에 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름에 피는 꽃을 양반 꽃이라고도 불렸다.

늦게 피어나지만 열매를 일찍 맺는 것이 대추나무다. 밤나무도 느지막이 잎을 내보내고 꽃을 피우기시작하면 속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동작으로 열매를 맺는다. 꽃이 늦게 핀다고 결실조차 늦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나무가 이들이다. 이른 봄 피어나는 꽃에 혹 하기도 하지만 긴 여름 무궁하게 피는 꽃에 은근과 끈기를 배우고 그들의 성취를 닮고자하는 선인도 많았다. 대기만성이라 일찍 성공하지 못했다고 초초해하지마시라 누구나 한번쯤 꽃피고 열매 맺고 향기를 날리는 날이 있다.

느지막이 두각을 나타내며 여름을 아름답게 하는 꽃은 따로 있다. 더위를 즐기려는 듯이 고목에 또는 담장에기대어 피어나는 꽃이 능소화가 아니던가? 능소화보기가 드물다면 조선의 백성들이 사랑한 무궁화가 있다. 아침에 피어나 저녁에지는 무궁화는 줄기차게 피어나 긴 여름을 지킨다. 아침이면 새롭게 피어나는 무궁화의 피고 짐은 그래서 장엄하다. 화무십일홍이라 했지만 선비들은 이 꽃을 좋아했다. 자신의 높은 뜻을 언젠가는 피어내리라는 기개를 닮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찌 무궁화뿐이랴 백일을 피어나서 선비의 사랑을 독차지 하니 이름조차 백일홍이다. 초화류 백일홍이 있어 구별 짖기 위해 목 백일홍이라고도 하고, 유식한 용어로 자미화(紫薇花)라고도 부른다. 배롱나무로도 불리는 이 나무 역시 백일간이나 꽃을 피워낸다. 꽃 한 송이가 백일을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바통을 주고받고 운동장을 계속 달리듯이 이 꽃도 아래송이가 질 때면 위에송이가 피어나고 다시지고피고를 반복하며 백일을 간다. 이렇게 부지런히 피고 지는 여름 꽃을 선비들은 특히나 좋아했다. 지체 높은 선비들이 공부하던 곳에 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아예 무덤가에도 심겨져있다. 저 세상에서라도 꽃의 피고 짐을 보려든 듯하다. 꽃을 피워내는 나무야 막중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대 장정이지만 이를 보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마운 꽃이다.

여름날에 빼어놓을 수 없는 꽃이 또하나있으니 바로 모감주나무다. 모감주나무는 ‘꽃이 피면 여름이요 열매가 익어 가면 가을이다’라는 말이 있다.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알려진 나무다.

이 나무가 자생하는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귀한나무는 찾는 사람이 많다.

너도나도 이 나무를 심기를 원하다보니 조경수로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모감주역시 여름에 황금색의 예뿐 꽃을 피워낸다. 황금색의 꽃이 나무를 뒤덮는다. 서양에서는 골드레인트리(Gold Rain Tree)로 불린다. 노란 꽃이 나부기는 모양이 흡사 황금비가 내리는 것 같다는 찬사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원산지라고도 하지만 한국에 자생하는 곳이 있다면 남에 나라 나무는 아니다. 안면도를 중심으로 서해안에 분포하고 있으며 경상도에도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꼭 해안가가 아니더라도 잘 자라는 나무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아파트단지나 고속국도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지금이 꽃을 만날 수 있는 제철이다.

꽃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양봉농가에 황금비를 내릴 수 있을 만큼, 밀원이부족한 여름철에 꿀을 많이 내어주는 효자나무다. 좋게 보면 모두 좋아 보인다고 했던가? 열매도 일품이다. 흡사 초롱처럼 생긴 모양의 열매는 열매자체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단풍의 색깔도 예쁘다. 열매가 익어 까만 모습으로 변하면 염주 알이 따로 없다. 이러한 모습은 스님들이 즐겨 사용하는 염주를 만드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는 나무다.

선천적으로 염해에도 강하고 대기오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적응한다. 좋은 나무는 주는 것도 많다. 모감주는 꽃을 따서 그늘에서 말렸다가 약으로도 사용한다. 참으로 다양한 효능이 있다. 약은 약사들의 영역이니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모감주는 보면 볼수록 참으로 애착이 가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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