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6.16 일 09:39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원종태 숲해설가의 나무이야기
[나무 이야기]벼슬의 꿈을 이루어주는 감나무
  • 중앙신문
  • 승인 2017.11.28 16:56
  • 댓글 0
원종태(숲 해설가)

감나무는 풍성한 가을의 상징처럼 보인다. 넓은 잎이 붉은색으로 물들고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주렁주렁 달린 감사이로 하얀 구름이 지나간다. 감을 달고 있는 나무자체가 한 폭의 명화처럼 아름답다.

감나무가 100년이 되면 1000개의 감이 달린다고 했다. 수없이 많은 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 고목을 보고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기자목(祈子木)으로 생각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 있다.

옛날 선비들은 넓은 감나무 잎에 사랑의 고백을 써서 연인에게 전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가을의 운치가 담긴 멋진 사랑의 편지를 감잎에 썼던 것이다. 한 장의 낙엽에 지나지 않지만 옛 선비들의 풍류가 느껴진다.

우리의 조상님들은 나무를 대하고 생각하는 관찰력도 놀라웠다. 전하여오는 감나무 예찬을 살펴보자.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감나무는 수명이 길다. 좋은 그늘을 준다. 새가 집을 짓지 않는다. 벌레가 꾀지 않는다. 단풍이 아름답다. 열매가 맛있다. 잎에 글을 쓸 수 있다. 이렇게 칠 절(七絶)을 두루 갖춘 나무가 감나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감나무를 살펴본 적이 있다. 감나무에도 벌레가 있으며 새가 집도 짖는다. 그러나 유독 감나무를 사랑한 선비들은 겉과 속이 한결같은 감을 좋아했다. 고 한다. 좋으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고 했던가? 조상님들의 혜안과 감나무를 닮고자하는 감나무 사랑이 돋보인다.

그런가하면 감나무의 다섯 가지 덕(德)을 꼽는 분들도 있다. 잎이 넓어 글씨 공부를 할 수 있는 문(文)이 있고, 목재가 단단해서 화살촉을 만드니 무(武)가 있다, 겉과 속이 한 결 같으니 충(忠)이요, 치아가 없는 노인도 즐겨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니 효(孝)다. 서리를 이기고 오래도록 매달려 있는 나무이니 절(節)이라 했다. 이렇게 사람들도 지니기 어려운 문, 무, 충, 효, 절 5덕을 감나무는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하니 참으로 감나무는 버릴 것이 없는 나무다 .

이런 과일을 우리네 조상님들이 그냥 두실 리가 없다. 선비의 사랑을 독차지한 감은 사람이 행하는 가장 엄숙하고 경건한 제례에도 빼어놓을 수 없는 과일이 되었다.

그런가하면 감은 씨가 8개로 팔도의 관찰사(현재의 도지사)가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는 출세 지향적 이야기도 전하여 온다. 이렇듯 인간의 염원이 담겨있는 감나무지만 식물은 예외가 있다. 감은 그 해 그 해 기후에 따라 씨의 개수가 다르게 나타난다. 일정하게 씨가 생성되지 않는다. 씨가 전혀 보이지 않는 감도 있으니 8개를 고집하지는 말자. 감나무의 덕성을 닮는다면 도지사가 아니라 그 이상의 벼슬도 가능할 터이다.

감나무는 감 씨를 심으면 종전의 감을 딸 수 없다. 보통 고염나무에 접을 붙여 원하는 감을 생산한다. 사람도 태어나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큰 인물이 되기 어렵다. 감이 접을 붙여 원하는 열매를 생산하는 것처럼 사람도 역경과 고통을 감내하고 인고의 노력을 통하여 사람다운 사람이 됨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감나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열매만이 보배가 아니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가 있는데, 이것을 꺾어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감이 열리는 나무를 꺾어보면 속에 검은 신이 있다고 한다. 이 검은 속은 고통을 감내한 흔적이라고 한다. 부모역시 자식을 낳고 애지중지 키우며 가슴속이 검게 상했다. 온갖 고통을 감내한 부모의 은공을 생각하여 제상위에 감을 놓는다는 이야기도 전하여온다.

이래저래 감나무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교훈을 주는 나무다. 그러나 세상에는 감나무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있다고 하니 그것이 문제다.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저작권자 © 중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