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들풀이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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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들풀이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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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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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본지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숲 속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새 생명이 움트고 자라고 꽃이 핀다. 열매를 맺고 미생물도 곤충도 동물도 함께 살아간다. 그 속에 한 번 싹트면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최선을 다하여 서로 사이좋게 살아간다. 이처럼 온갖 생명체가 모여 사는 숲을 ‘생명의 숲’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연의 세계를 누구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환경에 적응 한자가 살아남는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도 이야기한다. 물론 나름대로의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서로 돕고 함께 사는 것이 숲이다.’라는 생각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어 멸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영국의 철학자 스펜서(1820-1903)가 제창하고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다윈이 이 용어를 즐겨 사용했으나 다윈의 자연선택론의 적자생존 이론은 그 해석이 스펜서와는 판이하다.

그러나 적자생존을 약육강식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강자가 모든 것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을 적자생존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스펜서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잘 번식한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사회진화론을 주장한다. ‘우수한 능력을 지닌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스펜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우수한자가 이득을 갖게 되며 그렇지 못한 자가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거나 ‘능력이 없는 자를 정부가 구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스펜서의 사상은 19세기의 유럽을 주름잡는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공격하는 전쟁으로 발전한다. 우월한 유럽인이 미개한 대륙을 식민지로 삼는 것은 정당하다. 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도 한다. 급기야 서구문물에 심취한 일본의 후꾸자와 유끼지(福澤諭吉 1835-1901)는 이러한 사상을 신봉하고 나선다.

일본은 우월하고 한국 중국 등은 미개하다. 고로 식민지배가 정당하다는 환상에 빠지게 되고 착취와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러한 사상의 오류는 참혹한 전쟁과 인간성을 말살하는 심대한 상처를 남겼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스펜서 사상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았다. 아직도 심각한 문제를 남기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무한 경쟁이 절대적 상황으로 당연시하고 미덕이며, 살아남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된 것이다. 또한 ‘1등 지상주의’가 최고의 가치로 군림한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성공만이 지상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을 생존 경쟁에 내몰린 존재로만 인식할 뿐이다. 이러한 사고에 경종이 울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

사회는 인간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인간 사회에는 과학적 법칙뿐만 아니라 인간적 가치가 더욱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가 된다. 모든 생명은 존엄성이 있고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어야 한다.

일찍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우리는 위대한 스승 자연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희생으로 다른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헌신하는 들풀보다 못한 인간이 득실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인간사회가 아니다.

숲 속의 생명들은 상호 공생하면서 우리 인간에게 삶의 가치를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숲 속 세계로 떠나보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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