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산딸나무는 IQ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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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산딸나무는 IQ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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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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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산딸나무, 이 나무는 이름처럼 열매모양이 흡사 딸기처럼 생겼다. 층층나뭇과에 넓은 잎을 가지고 있으며 낙엽이지는 중간 키 나무로 5~10m정도 자란다. 산속이나 계곡 주위 등 어디서나 비교적 잘 자라며 꽃모양이 특이하고 열매가 독특하여 관상수로 각광받고 있는 나무다. 꽃은 5월 하순부터 6월 상순에 피어난다. 네 장의 꽃잎이 서로 마주 보며 붙어 있다. 커다란 흰 꽃이 여러 개씩 층층으로 핀다. 본래 4장의 흰색은 꽃잎이 아니다. 잎이 변하여 포엽이라 불리는 꽃받침인데 꽃처럼 보인다. 이렇게 위장을 하고 있으면 벌과 나비 등 여러 곤충들이 쉽게 꽃으로 날아든다.

다수의 식물들이 꽃으로 유인하기 위한 변신을 한다.

산딸나무의 꽃잎을 보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십자가처럼 보인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이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다고도 전한다. 신비하게도 넉 장의 꽃잎이 십자가를 닮아 유럽 등 여러 기독교 국가에서는 산딸나무를 성스러운 나무로 모신다. 정원수로 공원수로 인기가 있음은 물론이며 기독교 계통의 기념적 장소에는 특별히 관리 받는 성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을에 익는 빨간 딸기 모양의 열매는 독특하다. 맛도 감미로워 생식할 수 있으며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이쯤에서 산딸나무의 지혜에 대하여 칭찬 좀 하고 넘어가자.

산딸나무뿐만 아니라 식물이 가지고 있는 변화능력을 살펴보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잎이 꽃처럼 변신하여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지혜나, 달콤한 열매와 감미로운 향으로 동물을 끌어드리는 능력은 인간지능보다 우월해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산딸나무로 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동물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나무는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변신해 진화한 것이다. 벌과 나비를 끌어드리든, 바람을 타고 날아가든, 흐르는 물을 타고 이동하든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산딸나무는 곤충과 동물을 끌어드리는 방향으로 진화한 나무다. 봄이면 잎은 꽃잎으로 변신하여 곤충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벌과 나비에게 수고의 대가로 꿀을 제공하고 나무는 수정하여 열매를 맺는다. 벌과 나비는 일용할 양식을 얻어 감은 물론이다.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면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산딸나무는 잘 알고 있다.

성숙한 열매로 만들기에는 잠시 에너지 축적이 필요하다. 성장기의 열매는 동물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녹색으로 성장한다. 다른 곤충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독소도 머금고 있다. 생존본능에 충실하고 자기방어에 적극적이다.

열매의 성장기가 지나고 씨앗이 여물면 이내 자손을 퍼뜨려야 한다. 그 자리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후일을 보장할 수 없다. 이때 먼 거리로 움직이는 동물의 힘이 필요하다. 나무는 또 한 번 변신한다. 열매의 색깔은 눈에 잘 띠이도록 빨간색으로 변하고 멀리서도 잘 찾아오도록 향기도 발산한다. 새와 짐승은 이 열매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얻는다. 산딸나무는 이 날고 움직이는 동물들의 덕분에 먼 곳으로 먼 곳으로 자신의 자손을 퍼뜨린다.

식물의 자손을 퍼뜨리는데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산딸나무는 한방에서 약으로 쓰인다. 열매도 먹고 차로도 마시고 와인도 만든다.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지혜로운 인간이 산딸나무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산딸나무는 그 지혜로운 인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산딸나무가 살아가는 전략이 인간의 지혜와 별반 다름이 없다. 시기적절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그 열매를 제공해야 자신이 번영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는 ‘철이든 나무’다. 보면 볼수록 식물의 지혜는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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