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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절하는 나무 보셨나요?
  • 중앙신문
  • 승인 2018.01.11 10:10
  • 댓글 1
원종태(숲 해설가)

정중하게 예를 갖추고 절하는 나무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중 하나인 여주 세종대왕릉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세종대왕능침을 향하여 마치 신하가 군주에게 머리를 조아리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능침을 둘러싼 소나무는 한 결 같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우리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이시다. 세계가 인정하는 문자를 만드신 성군으로 세계로부터 추앙받고 있다. 아마도 능침주변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도 세종성군의 위업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보면 볼수록 신기할 뿐이다.

소나무가 나무 중 으뜸으로 대접받고 많은 선비들로부터 닮고 싶은 나무로 남아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소나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나무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나무다. 중국의 절대 권력자 황제들은 오악 중 으뜸이라 일컫는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를 올리는 일을 매우 신성시하였다고 한다. 천자로서 하늘과 소통하는 황제의 위엄을 만천하에 보이고자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를 봉선제(封禪祭)라고 부른다.

봉은 산정에서 옥황상제를 향하여 올리는 제사이며 선은 산 아래서 땅의 신들에게 지내는 제사로 천지신명께 황제가 지내는 제례의식으로 전하여 내려오고 있다. 일설에는 이렇게 봉선제를 올리면 불로장생한다는 믿음이 당시를 지배하고 있어 황제들은 모두 이 행사를 치르고 싶어 했다고도 전한다.

당연 이 행사는 국가적 행사이자 당대최고의 권력자인 황제의 위엄을과시하고 많은 백성들에게 덕을 드러내 보이는 행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황제라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강력한 황제가 아니면 봉선제를 거행하기가 힘들었다. 나라를 평안케 하는 데에 큰 공로가 있는 황제나 재임기간 중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황제들만 이 의식을 치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나무의 역사는 이 봉선제와 중요한관계가 있다.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위풍당당하게 봉선제를 지냈다. 1,524미터의 태산산정에서 제를 지내고 내려오는 길에 그만 소나기를 만난 것이다. 하늘에 제까지 올린 황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백성들의 비웃음소리가 들리고 천둥벼락이 내리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갑자기 나타난 천제지변에 당황했지만 진시황제는 주변에 있는 소나무아래서 벼락도 피하고 소나기도 피할 수 있었다. 절대 권력자 황제를 지켜준 나무가 바로 소나무인 것이다.

진시황제는 이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이 소나무에 오대부의 큰 벼슬을 내리니 소나무는 이름조차도 송(松)이라 불린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대부 송의 송(松)은 원래 나무 목(木)에 벼슬 공(公)이 합쳐진 글자다. 높은 벼슬나무의 이름이 송인 것이다. 소나무가 귀한대접을 받기에는 전설 같은 사연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남아있다. 보은에 살고 있는 정이품소나무의 전설이다. 잘 생긴 나무, 정이품송 역시 세조의 행차와 관련이 되어있으며 세조로부터 벼슬을 하사받은 전설을 지니고 있다. 이야기속의 소나무는 고마운 나무가 아닐 수 없다. 민간의 생활 속에도 소나무는 깊이 뿌려내려 있으며 한국의 문화는 소나무 문화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능침을 향하여 고개숙인나무들 마치 절을 하는 듯하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전국최고의 소나무가 한양으로 몰려들었다. 당대 최고의 건물인 궁궐은 소나무로 지어졌다. 전국요소요소에 소나무를 가꾸는 봉림(封林)이나 금산이라는 이름의 소나무생산기지가 있었고 나라를 지키는 군수품도 소나무였다. 소나무로 만든 전함이 임진왜란 때 왜선을 격파하는 강력한 무기였다는 것은 넓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나무가 왕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오늘날 조선왕조의 능침주변에는 소나무가 묘역을 지키고 있다. 오직한길 임 향한 일편단심의 충성심은 변함이 없는 나무가 소나무다. 시대는 바뀌어도 소나무와 같은 충성심을 마다할 자는 이 시대에도 없다. 배신자가 횡횡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백성도 권력자도 소나무 같은 충신을 고대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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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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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성 2018-01-11 19:51:13

    영릉은 학창시절부터 소풍을 자주가던 곳인데 다시 찾걱되면 릉을 중심으로 릉을 지키고 있는 고개숙인 소나무들을 다시 살펴봐야 겠네요
    심오한 의미를 되새겨 봐야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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