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공자가 사랑한 나무는 ‘살구’인가 ‘은행’인가?
상태바
[나무 이야기]공자가 사랑한 나무는 ‘살구’인가 ‘은행’인가?
  • 중앙신문  webmaster@joongang.tv
  • 승인 2017.10.25 15: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기독교를 상징하는 나무로 올리브가 손꼽힌다. 불교에도 3대성수로 추앙받는 나무가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리수와 부처님을 동시에 떠올리는 사람은 많다.

동양3국 한중일의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은 유교를 상징하는 나무는 없을까? 공자가 사랑한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누구는 당연 유교의 상징은 은행나무라 하고, 한편에서는 천만의 말씀 살구나무라고 해석한다. 행단(杏壇)을 둘러싼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의 고향 중국 곡부에 가면 공자를 기념하는 건축물인 공묘(孔廟)가 있다. 이곳에는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던 장소를 표시한 행단(杏壇)이라는 표석이 서있다. 바로 이곳에서 공자가 제자들과 ‘배우고 늘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를 설파한 장소라는 것이다.

당시에도 공자는 교실을 벗어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야외 수업을 즐겼다는 이야기다. 이곳에 있는 표석을 설명하는 중국안내인은 중국어로 해석하면 행단(杏壇)의 행(杏)은 살구나무를 나타내며 단(壇)은 교실 강단을 의미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공자가 살구나무 아래에 강단을 만들고 그 곳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행단(杏壇)이라는 용어는 공자의 사상과 유학을 교육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중국 여러 도시에 있는 공자를 기념하는 문묘(文廟)에도 행단임을 표시하는 살구나무를 심어 이곳이 공자 사상과 유학을 가르치는 장소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살구나무가 유교의 상징나무인 셈이다.

살구나무는 중국에서는 역사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무임은 분명하다. 동봉이라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고 중증의 환자가 나으면 살구나무 다섯 그루를, 경증환자는 한 그루를 심게 하였더니 그 일대가 살구나무 숲이 되었다고 한다. 이 숲을 행림(杏林)이라하고 의사의 별칭이 행림으로 불렸다는 전설도 남아있다. 살구 씨를 행인(杏仁)이라 하여 지금도 귀중한 한약재료 쓰인다. 은행(銀杏)이라는 이름도 ‘은빛 살구’(silver apricot)를 의미하는 한자이다. 이 한자는 이 나무의 열매가 살구를 닮아 붙인 것이다. 은행나무의 중국이름은 압각수(鴨脚樹)로 불린다. 잎이 오리발과 닮아서다. 또 다른 이름은 ‘공손수(公孫樹)’라 부른다. 열매가 손자 대에나 열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에서도 행단(杏壇)이라는 단어는 공자 사상과 유학을 교육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 유학의 최고 상징인 성균관대학교 문묘(文廟)에도 행단(杏壇)이 있다. 그곳에는 중국과 달리 은행나무가 심겨 있다.

우리고장에 있는 향교에도 은행나무가 심겨져 있음은 물론 유학을 교육하던 향교와 서원에는 대표수종이 은행나무이며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오고 있다. 현재 한국 성균관에 있는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59호로 지정되어있으며 수령은 400년 정도 로 추정한다. 400년 전 조선 시대 유학자가 공자의 유학을 가르치는 장소라는 걸 기념하기 위해 은행나무를 심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왜 살구나무대신 은행나무를 심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당시 조선 시대에도 공자의 행단(杏壇)이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인 태종실록8권에도 살구나무는 ‘杏’으로 표기되어있으며 조선왕조신록에 누대를 거쳐 살구나무는 ‘杏’으로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은행나무를 좋아한 선비가 깔끔하게 자라고 거목으로 성장하며 오랜 세월 장수하는 은행나무를 특별히 사랑하였는지도 모른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은행나무가 한국 유가의 대표적 상징수라는 데에 이의가 없는 듯하다. 공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고스란히 닮고자했던 선비들이 왜 유교의 상징수를 바꿔야 했는지? 그것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여주에 여섯 번째 ‘스타벅스’ 매장 문 연다...이르면 4월 DT점 오픈
  • 대학교 연못서 여성 시신 발견…국과수 사인 감정 의뢰
  • 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㊾ ‘송도의 금강’으로 불린 청량산
  • 고양 화정동 음식점서 불, 18분 만에 진화
  • [영상] 고양 일산서구 아파트서 불, 50대 여성 부상
  • [오늘의 날씨] 경기·인천(25일, 월)...흐리다가 오후부터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