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사과나무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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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사과나무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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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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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유럽여행길에 듣는 나무이야기는 흥미롭다. 안내자는 유럽역사의 변천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서양의 역사를 사과나무가 바꾸었다는 것이다. “뱀의 유혹에 넘어갔다는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금단의 열매인 사과를 따먹고 추방당한다. 사과로 인해 아담과 이브는 원죄의 굴레 속에 살게 되었다. 인간 고통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고 이야기 한다. 사과나무는 역사의 고비길마다 필연처럼 등장하여 세상의 틀을 바꾼다.

두 번째 사과사건은 스위스에서 벌어진다. 사랑하는 아들의 머리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쏘아 맞힌 전설적인 스위스 영웅 빌헬름 텔의 이야기다. 약소국인 스위스의 독립운동에 도화선 역할을 한다. 이 사건은 전 인류에게 자유민주주의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영국이 배출한 걸출한 과학자 뉴턴은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다. 세 번째 사과사건이다. 과일이 떨어지는 많은 나무가 있지만 사과나무야말로 중요한 고비마다 인류 역사의 물길을 돌려왔다는 것이 서양인의 사고다.

서양문명의 스승이라고 일컫는 소크라테스의 교훈적 이야기에도 사과는 등장한다. “어느 날 제자들이 모여 소크라테스에게 답을 구한다. 선생이시여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대신 제자들을 사과나무가 있는 숲으로 데리고 간다. 때마침 사과가 무르익는 계절이라 그윽한 사과향기는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사과나무 숲 입구에서 숲의 끝까지 걸어가며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사과를 딱 하나씩 골라오도록 지시한다. 다만, 다시 뒤로 되돌아갈 수 없다. 앞을 향하여만 갈 수 있다. 그리고 선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명심 하도록 했다.

제자들은 사과나무 숲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가장 크고 훌륭한 사과를 하나씩 골랐다. 제자들은 모두 사과나무 숲의 끝에 도착했다. 그리고 제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소크라테스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 가장 좋은 열매를 골랐습니까?” 그러나 제자들은 서로의 것을 비교하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소크라테스가 다시 물었다. “왜? 자신이 고른 사과가 만족스럽지 못한가?”

“선생님, 다시 한 번만 고르게 해주세요.” 한 제자가 이렇게 말한다. “숲에 막 들어섰을 때 눈에 확 띠는 좋은 걸 봤거든요. 그런데 더 크고 좋은 걸 찾으려고 따지 않았어요. 사과나무 숲 끝까지 왔을 때야 제가 처음 본 사과가 가장 크고 좋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다른 제자가 자신도 할 말이 있다고 나섰다. “저는 정반대예요. 숲에 들어가 조금 걷다가 아주 크고 좋은 사과를 골랐는데요. 점점 오면서 보니까 더 좋은 사과가 계속 있는 거예요 . 천천히 잘 고를걸! 후회스럽습니다.” “선생님,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세요.”

소크라테스가 껄껄 웃더니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바로 인생이라네. 인생은 언제나 단 한 번의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라네. 인생에 두 번의 기회란 없다네.”

사과나무이야기를 가지고 ‘진실이냐, 에피소드냐?’는 논쟁은 불필요한 일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거나 역사의 고비길 에는 항상 일화와 전설이 있다. 그 속에 인류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나무가 등장한다.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소나무 자라고, 서양인의 가슴속에는 사과나무가 간직되어있다. 현대에는 한 입 베어 먹은 애플(apple)이 인류의 주머니 속을 지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연 다음 사과나무는 어떤 혁명을 몰고 나타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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