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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비밀의 숲’에 내리는 황금비
  • 중앙신문
  • 승인 2017.11.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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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이 이야기는 비밀이다. 비밀이 누설되면 누설한 사람은 목숨이 위태롭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참으로 묘하다. ‘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비밀이다. 절대 당신만 알고 있어야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 이야기는 너무도 빨리 세상에 퍼진다는 것이다. 비밀은 혼자 간직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은밀하게 알려줄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밀은 비밀이 누설되면 더 이상 비밀일 수 없다. 오늘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세상에 넓이 알려져 있지 아니한 비밀의 숲에 대하여 발설 하려고 한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강원도 홍천군에 몇 해 전부터 해마다 10월이 되면 꼭 찾아가야 하는 가을 명소가 하나 생겨났다. 은밀히 수군수군 10월이 시작되면 ‘최고의 날’을 선택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날씨정보를 모으고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임하는 단풍기상도에 귀를 기울인다.

가을을 즐기기 위해서는 비밀의 숲이 최적의 장소다. 이 숲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기에는 택일을 잘 하여야함은 필수다. 성급한 마음으로 조바심을 내어 이르게 찾아가면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만나게 된다. 금빛 찬란한 황홀경을 보기위해 다시 찾아나서야 한다. 그러나 여유롭게 거드름을 피우다 늦게 가면 이미 그들은 떠나고 없다. 10월 한 달만 빗장을 열어주는 비밀의 숲으로 알려진 가을 명소, 홍천의 은행나무숲을 찾아가봤다.

이 숲은 오직 10월에만 문을 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숲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 686-4 번지가 비밀의 숲으로 불리게 된데 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전해져오고 있다.

이곳은 아내의 건강을 위하여 1985년부터 은행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국립공원도 아니며 홍천군이 운영하는 공원이나 관광지도 아니다. 개인이 심은 은행나무 밭이다. 4만2975m²의 토지에 5m 간격으로 줄을 맞춰 심어놓은 은행나무 2000본정도가 이곳의 주인공이다.

이곳에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가을이면 어느 곳 보다도 아름다운 은행나무의 황금빛이 계곡을 뒤덮는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이 모습을 혼자보기에는 왠지 세상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았다는 것이 은행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주인장의 소박한 이야기다. 돈 벌겠다고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다.

마음씨 고운 은행나무 밭 주인장은 황금빛 황홀한 가을에 10월 한 달만 개방하기로 마음먹고 20여 년간 문이 닫혀있던 이 숲을 개방하기로 한다.

그동안 속살을 볼 수 없던 비밀의 공간이 개방되자 홍천군 내면 일대는 술렁인다. 이 비밀의 숲을 보려고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다. 빗장을 푼 주인도 놀랐다. 순식간에 비밀의 숲은 매스컴을 타기 시작한다. 입에서 입으로 SNS의 힘을 타고 세상으로 번져나갔다. 계곡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1.5km에 이르는 갓길에 차량이 늘어서고 방문객들이 장사진을 친다. 10월에 이곳을 가보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너도 나도 방문객은 줄을 서고, 내면사무소와 광원리 주민들은 주차안내, 특산물홍보, 먹거리 제공에 나선다. 마치 내면 산간의 경제가 산불이 번지듯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다.

누가 예측이나 했던가? 은행나무 2000그루가 강원도 오지산골 지역경제에 효자가 될 줄을 이제는 한국관광공사에서도 가을에 가봐야 할 명소로 홍천 은행나무 숲을 꼽고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잎은 이 깊은 산골에 황금의 비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12달을 모두 수고할 필요도 없다. 오직 깊은 가을 한 달만 수고하면 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산골의 경제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깊은 산골에 누가 찾아오랴! 버섯 따고, 약초 캐고, 살던 마을에 경제가 살아난다. 펜션 예약이 분주하고 식당엔 손님이 북적 거린다. 마트계산대와 특산물 판매대는 손님이 줄을 선다.

비밀의 숲 은행나무는 자라면 자랄수록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작년의 숲과 올해의 숲이 다르다. 가을 숲과 어울리는 음악회가 열리고 지역문화도 살아난다. 지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규제 때문에 여주가 발전이 안 된다는 사고는 버리자. 누군가 해주겠지 하는 생각도 바꾸자.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민이 나서서 황량한 남한강 벌판을 꽃피워보자 여주 남한강이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세계의 정원’이 될 수도 있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가꿔야한다. 우리의 후대들이 ‘선배님들은 도대체 무었을 하셨나요?’ 가 아니라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주를 만드신 이 모든 것이 모두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하는 여주를 만들어보자.

강천섬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 길도 보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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