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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한국에 ‘아카시아’ 꿀이 있을까?
  • 중앙신문
  • 승인 2018.05.2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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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5월은 그윽한 아까시꽃 향기로 세상이 감미롭다. 한 줄기 바람을 타고 흐르는 아까시꽃 향기는 가슴을 들뜨게 한다. ‘아름다운 우정’, ‘청순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간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국민적관심사를 나타내는 나무가운데 찬과 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다.

먼저 아까시나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천하에 몹쓸 나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유인즉 조상님의 산소주변에 자라다가 봉분까지 침투하는 고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냉큼 잘라내었으나 이듬해 더욱 많이 퍼져 나와 곤혹스럽게 하는 나무가 아까시나무다. 그뿐이 아니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무장한 아까시나무는 논밭주변에 자라다가 어느새 그 영역을 넓혀 밭으로 뻗어 들어와 피해를 준다. 집근처에 심으면 울안으로 침투하여 자라는지라 여간 성가신 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행여 없애보려고 하면 가시는 왜 그리 무서운지 온통 몸에 상처를 주는 나무를 어떻게 곱게 볼 수 있냐는 푸념도 섞여있다. ‘아까시나무는 일본사람이 한국인을 골탕 먹이려 한국에 갖다 퍼트렸다면서요?’ 그 나무 없애는 방법은 없나요? 아주 극단적인 대책을 찾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가 하면 아까시꽃 축제까지 열면서 아까시나무 예찬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서울 동대문구, 경북 칠곡에는 아까시꽃이 필 무렵 축제가 열린다. 울창한 아까시 숲에서 진동하는 향기는 그 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가 좋으면 열 가지가 좋다고 한다. 향기가 퍼지면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꽃 속에는 꿀도 그득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아예 양봉가들은 아까시꽃 피는 곳으로 전지양봉을 떠난다. 남쪽에서 꽃을 맞이하고 꽃피는 시기를 따라 북상하면서 질 좋은 꿀을 생산한다.

아까시나무의 가장 큰 역할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벌꿀의 70%를 아까시나무 꽃에서 생산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양봉 농가의 입장에서는 삶의 터전이 되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경제수다.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개화시기를 달리하는 다양한 아까시나무 품종을 개발해서 연중 벌꿀 생산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목재의 질도 뛰어나다. 목재로서의 가치도 다른 나무에지지 않는다. 척박한 땅에도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잘 정착하여 자라는 특성도 있다. 척박한 땅에 잘 자라는 식물을 식물학자들은 선구식물 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이 헐벗은 한국의 산야에 아까시나무가 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아까시나무가 이 땅에 도입된 것은 1891년 일본 사람이 중국 북경에서 묘목을 가져와 인천에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1911년 이전에도 서울 시내 가로수로 식재되었다는 기록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에도 1901년에 식재하였다는 아까시나무 노거수가 대신면 천남리 천남초등학교 교정에 우람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 나무를 만나면 아까시나무가 얼마나 크고 멋있게 자랄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지만,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목이 긴 기린이 즐겨 잎을 뜯어먹고 있는 우산모양의 나무가 아카시아종류이고, 한국에 살고 있는 아까시나무는 북미 애팔래치안 산맥의?냉온대가 고향이다.

아프리카의 아카시아와 닮았지만 실제는 다르다. 학명에도 가짜아카시아라고 표기되어있지만 깊은 관심을 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은 유행하는 노래처럼 익숙하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라는 동요 가사처럼 말이다. 이는 ‘아까시나무 꽃이 활짝 폈네!’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달리 부르면서 진짜는 놓아두고 가짜를 진짜처럼 이야기하면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한국에 자라지도 않는 아카시아를 계속 잘못 부를 이유는 없다. 표준어처럼 많은 국민이 사용한다 해도 ‘아까시’와 ‘아카시아’는 별개의 나무이기 때문이다. 고로 양봉농가에서도 ‘아카시아’ 꿀은 ‘아까시’ 꿀로 바꾸어야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자라지도 않는 아카시아 꿀을 생산한다면 그것은 거짓이거나 가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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