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식물은 색깔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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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식물은 색깔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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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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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식물은 어떻게 소통할까? 인간처럼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동물처럼 행동을 보일 수도 없는데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어 영속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신비롭다.

‘말하는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나 들었지만 나무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무가 큰 소리로 울었다.’ 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전해오기는 하나 필자는 직접 들어본 바는 없다. 사정이 이러고 보면  선 듯 그런 나무가 있다고 증언할 수도 없다.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나라의 변고가 있을 때 크게 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전국 각지에 오래 살아온 나무가 큰소리로 위험을 경고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지만 신령스러운 나무라는 표현 정도로 여겨 온 것이 사실이다. 혹 그때 불어온 바람 소리 아닐까?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여러 곳에서 너무도 생생하고 구체적인 증언들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보려는 식물학자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땀을 쏟아붓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전해오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식물들이 자신의 색깔을 바꾸어가며 자신의 유전자를 지켜가고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忍冬(인동)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반적으로 忍冬草(인동초)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인동은 풀이 아닌 덩굴성 나무로 여러 해를 살아간다.

흰색의 인동꽃

인동의 옛 우리말 이름은 겨우살이덩굴이다. ‘겨울을 살아서 넘어가는 덩굴’이란 뜻이다.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모습과 특성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인동덩굴은 제주도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잘 자란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며 적당한 수분이 있고, 햇빛이 잘 드는 곳이나 산과 들 가장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따듯한 지방에는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으며 북쪽 지방으로 올라갈수록 잎 일부가 남아 푸른 잎을 반쯤은 단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 인동은 어려운 환경이 닥쳐도 잘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식물로 표현되고 있다. 혹독한 고난을 헤치고 성공에 이른 명사들을 ‘인동초’라고 추겨 세우기도 한다. 고난 극복의 대명사가 인동인 것이다. 인동은 예로부터 각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효험 있는 약용식물로 강장제에서부터 이뇨제까지 두루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오한이 나면서 몸이 붓는 것과 발진이나 혈변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흰색과 노랑리 흰색과 노랑이 섞인꽃

조선왕조실록에 왕세자를 치료한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인동차는 단순히 마시는 차가 아니라 왕실에서 옥체 보존을 위해 약용으로 애용한 차였다. 그 외에 줄기와 잎, 혹은 꽃을 말려 술에 넣어 만든 인동주도 효험 있는 약주로 즐겨 마셨다고 전한다.

인동덩굴이 비꼬여 뻗어나가는 모양을 문양으로 형상화한 당초문(唐草紋)의 모델 식물이 바로 인동덩굴이다. 주요 옛 건축물은 물론 벽화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쓰였으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유럽, 중동과 인도, 중국, 한국에 이르기까지 무늬 모델로 널리 쓰였다. 인동무늬의 속성은 오래도록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쉬지 않고 끊임없이 강인하게 살아간다.’의 영속성의 의미를 갖는 상징으로 애용해왔다는 것이다. 인동덩굴에는 애틋한 이야기도 전하여 온다. 옛날 쌍둥이 자매가 있었는데 두 자매의 우애가 유난히 돈독하여 떨어지기 싫어했다고 한다.

언니 이름은 금화(金花), 동생은 은화(銀花)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는 열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되었다. 그러자 동생도 언니를 따라 앓다가 두 남매가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두 남매가 묻힌 무덤가에는 큰 덩굴이 자라났는데, 덩굴에 핀 꽃이 처음에는 흰색이었다가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였다. 그 후 마을에 다시 열병이 크게 나돌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두 자매의 무덤가에 핀 그 꽃을 달여 먹고 씻은 듯이 열병이 낫게 되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약초의 이름을 금과 은처럼 소중한 ‘금은화(金銀花)’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노랗게 변한꽃

인동은 설화처럼 처음 흰색 꽃이 피어난다. 그러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노란 꽃으로 바뀐다. 한 가지에 노란 꽃 하얀 꽃이 함께 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 현상은 하얀 꽃은 수정되기 전의 꽃이고 수정이 끝나며 노란색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수정이 된 꽃이 벌과 나비에게 말을 건넨다. ‘고마워 덕분에 나 임신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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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2017-06-15 16:34:00
좋은 글을 읽고 상식을 넓히고 있습니다.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많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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