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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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중앙신문
  • 승인 2017.11.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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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국보180호로 지정되어있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사연이 담긴 그림이다.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를 갔을 때 그린 그림으로 조그만 집하나, 앙상한 고목의 가지에 듬성듬성 잎이 매달린 소나무 하나, 그리고 나무 몇 그루를 그렸다. 유배의 외로움이 짖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그림을 보노라면 작품의 이름처럼 한기에 몸이 오돌오돌 떨린다.

김정희의 제주도 유배 시절 제자 중 하나인 이상적(1803-1865)은 김정희를 찾아오기도 하고 구하기 힘든 중국 고서를 수집하여 보내 주었는데, 대운산방집은 총 120권, 79책이나 되는 방대한 책이다. 이상적은 통역관으로 당시 청나라 연경(북경)을 여러 차례 오갔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그려준 그림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참된 선비의 가야할 길을 잘 대변한다. 우정과 의리, 지조를 지키기는커녕 배신과 음모가 횡횡하는 작금의 세태에 세한도의 발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한이란, 추운 겨울이란 뜻이다. 이 발문은 양평 두물머리 세미원 세한정의 담벼락에 새겨진 글을 옮겼다.

양평 세미원의 세한정 소나무 세한도의 소나무와 흡사하다.

지난해에는 만학집과 대운산방집  두 가지 책을 보내왔더니 올해에는 백이십 권이나 되는 우경문편을 또 보내주었네. 이런 책들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천만리 머나먼 곳에서 사들인 것으로 한 때 마음이 내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

또한 세상의 도도한 인심은 오직 권세와 이익을 좇거늘 이렇듯 마음과 힘을 다해 구한 소중한 책들을 권세와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한 늙은이 에게 보내주었네.

마치 세상 사람들이 권력가들을 떠받들 듯이 말일세.

태사공께서는 권세와 이익으로 어울린 사람들은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서로 멀어지게 된다고 하셨네.

그대 또한 세상의 도도함 속에 사는 한 사람 일진대 그 흐름에서 벗어나 초연히 권세위에 곧게 서서 권세와 이익을 위해 나를 대하지 않았네.

태사공께서 하신 말씀이 틀렸단 말인가 공자께서는 날씨가 추워져 다른 나무들이 시든 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게 된다고 하셨네.

소나무와 잣나무야 시들지 않고 사시사철 변함없지 않은가 추워지기 전에도 송백이요 추워진 후에도 그대로의 모습이니 성인께서는 추워진 후의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특별히 말씀하신 거라네.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은 이전에 높은 지위에 있을 때라하여 더 잘하지도 않았고 귀양 온 후라 하여 더 못하지도 않았네.

이전에 나를 대하던 그대는 크게 칭찬할 것이 없었지만 지금의 그대는 성인의 칭찬을 받을만하지 않은가 성인께서 소나무와 잣나무를 특별히 일컬으신 것은 단지 시들지 않는 곧고 굳센 정조만이 아니라 추운계절에 마음속 가득 느끼신 무언가가 있어서 그러하셨을 것이네.

아아! 서한시대 그 순박한 때에 급암과 정당시 같은 어진 분들도 그들이 성하고 쇠함에 따라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다 적어졌다 하였네.

오죽하면 하비사람 적공도 야박한 인심이 극에 달했다고 대문에 써 붙였겠는가?

슬픔마음으로 완당노인 쓰다.

김정희의 발문과 같이 매서운 겨울에도 그 기상을 지키며 변하지 않는 청정한 나무를 소나무와 잣나무로 알고 있다. 극한의 상황이 되어보아야 인간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인의 인기1위를 왜 소나무가 차지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공자가 주유하던 시대의 백(柏)은 잣나무가 아닌 측백나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는 잣나무가 흔하지 않아 학자 간에 논쟁이 되고 있는 나무다.

후대의 번역상문제인가 아니면 한국에 잣나무가 흔하여 나타난 문제인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궁궐이나 역사적 중요장소에는 잣나무는 보이지 않지만 측백나무가 대거 자라고 있는 것은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 고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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