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식물이 인간을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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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식물이 인간을 조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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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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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서로 돕고 살아가는 숲의 질서는 현대 인간사회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숲은 온갖 생명이 움트고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숲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숲의 가치는 달라진다.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로 보는가 아니면 강자가 독식한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식물과 인간의 세계는 확연히 달라진다.

짐승을 약육강식의 세계라고도 이야기 하지만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무작정 살육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배를 채울 만큼만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욕망처럼 탐욕스럽게 사냥하고 쌓아두고 독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물의 세계에는 적정한 개체수가 유지된다. 자동으로 조절되는 온도 장치처럼 말이다.

동물이나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질서 정연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인간보다 뛰어나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누가 이 질서를 준비했을까 경이로운 비밀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보통 산자락을 깎아 내어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을 생각해보자. 시간이 지나면 민둥산에는  선구자가 도착한다.(지의류나 균류는 눈에 잘 뜨이지 않음으로 1년생 초본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인간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는 벼. 인간은 벼의 유전자를 보전하고 벼는 인간에게 에너지를 공급한다.

1년생 초본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잡초들이 들어와 산다.
-2차 여러해살이 초본류 –3차 키 작은 나무들 –4차 햇볕을 좋아하는 나무들(양수림) –5차 음지에도 잘 자라 주는 나무(음수림) –6차 극상림을 이루는 숲이 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황폐지에 초본류가 선구자인 셈이다. 그들은 움직일 수 없음에도 용케도 이 자리를 찾아 나선다. 인간이 무심코 지나치는 한 부분이다.

식물은 움직이는 동물도 아니지만 이 먼 곳에 정착할 수 있다. 그렇게 진화하고 생존해왔다. 이때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 쉬운 씨앗들이 첫 번째 자리 잡는다. 그런가 하면 동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식물들은 어떤 지혜를 지녔기에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줄도 알고, 동물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방법을 알아냈을까?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물은 원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도처에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깔려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무색해진다. 인간이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인간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물이 유혹하는 눈짓에 인간이 넘어간 것은 아닐까? 바람과 태양 짐승과 사람을 이용하는 방법을 식물은 알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저 들판에 자라고 있는 벼들을 보자. 그들은 인간의 온갖 보살핌을 받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며 자손을 남기고 있다. 인간은 그들을 통하여 식량을 얻고 벼는 생존과 자손의 보전을 보장받는다.

해마다 생존을 영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주변의 많은 식물 중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과연 벼를 관리하는 인간이 지혜롭고 우월한가? 아니면 사람으로부터 온갖 극진한 대접을 받고 수천 년을 이 땅에 살아온 벼가 우월한가?  인간은 볍씨를 보호 계승하는 보호자에 불과하지는 않은가?

그러나 관계를 승자와 패자로 나누기보다는 ‘서로 돕고 공생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는 함께 이 땅에 사는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 이처럼 서로 공생하며 의미 있게 살아가는 생명은 부지기수다. 서로에게 필요함과 절실함이 다를 뿐이다.
자연보호를 말하지 않아도 왜 인간이 자연 속에 일원인지를 아는 순간 모든 생명은 소중해진다.

인간사회는 더더욱 ‘함께 살아간다.’는 공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제 승자의 기록만이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승리 한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1등이기 위해서는 당신을 1등으로 만든 2등과 3등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세상은 따뜻해지고 더 성숙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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