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어제의 진실이 오늘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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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어제의 진실이 오늘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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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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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 해설가)

| 중앙신문=중앙신문 | 어린 시절 필자는 시골에서 자랐다. 한참 보리수가 익어갈 무렵 이 맛난 열매를 먹다가 절에 다니는 친구가 부처님 이야기를 꺼냈다. “부처님은 이 보리수나무아래서 큰 깨달음을 얻어 성자가 되셨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이 작은 보리수나무 아래서 지혜를 얻었을까? 혹시 인도 지방에는 이 보리수나무가 크게 자라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 나무의 열매가 지혜를 가져다주는 마법의 묘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우리는 보리수를 마음 것 따먹고 돌아왔지만 신상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보리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당시에 이 책 저책을 찾아봤으나 시원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던 추억이 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어느 날 한 사찰 앞에 심겨진 커다란 보리수나무를 만났다. 보리수나무란 명찰까지 달고 있으니 아주 반가웠다.

그러나 이 ‘보리수’라고 명찰을 달고 있는 나무가 우리가 따먹고 놀던 한국에 자생하는 보리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열매도 잎도 크기도 모두 달랐다. 아! 이것이 진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보리수인가? 큰 키에 무성한 잎이 달린 나무는 그늘도 매우 훌륭했다. 불가의 3대 성수(聖樹)로 불리는 나무가 바로 이 나무구나!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인도의 보리수는 한국 땅에서 이처럼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열대성식물이라 겨울이면 추위에 얼어 죽는다. 한국사찰에 자라는 나무는 인도보리수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보리수(菩提樹)로 불리는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이 위대한 성수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필자는 나무의 정체가 몹시도 궁금했다. 무슨 나무일까? 어느 분은 보리수, 어느 분은 보리자나무, 찰피나무, 피나무, 염주나무 등 제각각이라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무슨 나무인지 한 눈에 파악하기가 어렵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사찰에 심겨져있는 나무는 피나무종류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나무의 이름은 동일한데 나무의 모습이 다른 경우 난감해진다. 그냥 관심 없이 보면 그 나무가 그 나무 같다. 식물에 대하여 깊은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대상이 불가의 3대 성수로 섬김을 받는 보리수이고 보면 좀 더 자세하고 정확히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얀마 황금대탑 부근에 자라는 성수 인도보리수 고목

이러한 궁금증은 인도와 미얀마를 여행하는 길에 확실하게 풀 수 있었다. 인도보리수를 만난 것이다. 인도보리수의 원산지는 인도다. 뽕나무 과에 속한다. 피팔라(Pippala)라고도 부르며 인도보리수나무의 학명은 피쿠스 렐리지오사 (Ficus religiosa L.)이다. religiosa는 ‘종교적’이라는 뜻이 있다. 부처님께서 인도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계속 하였기 때문에 이 나무는 성수로서 불교문화의 상징이 되어있다. 인도에서는 보오 나무 (Bo tree)로도 불린다. 미얀마에서는 보디 나무(Bodhi tree)다. 태국에서는 포오 나무(Po tree)라 한다. 최근한국에도 상륙하여 유리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다. 한국보리수와 구분하기 위하여 ‘인도보리수’ 또는 ‘사유수’라고 부른다.

한국에 상륙하여 유리온실속에서 자라는 인도보리수

지금까지 알고 있던 한국자생보리수나무, 그리고 한국의 사찰에 자라고 있는 보리수(菩提樹), 인도보리수가 모두 다른 나무임이 명확해지는 순간 보리수에 대한 이전의 상식은 버려야 했다. 어제까지 철석같이 믿고 있던 진실이 새로운 사실 앞에 폐기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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