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㊱ 선인재단 60년대 초 인천 최초의 고층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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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㊱ 선인재단 60년대 초 인천 최초의 고층빌딩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10.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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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도화동은 1960년대 초 백인엽(백선엽 장군동생)씨가 인천 최고의 학부인 선인재단을 설립하며 논과 밭이었던 주변에 도시의 면모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도화오거리에서 북쪽으로는 인천교까지 서쪽으로는 박문삼거리까지 이어지며 1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줄이어 들어섰다. 제물포역 뒤쪽에 논과 밭으로 둘러쌓인 조그만 동산이 천지개벽한 것이다.

이렇듯 효열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인천대학교까지 들어선 선인재단은 인천 최고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예로부터 쑥골이라 불려온 곳이다. 쑥골은 쑥 고개와 함께 우리나라 땅이름에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것으로 그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글자 그대로 ‘쑥이 많은 곳’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숯을 굽던 곳’이라는 뜻으로 발음이 ‘숙’을 거쳐 ‘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쑥골 일대의 역사로 볼 때 주변에 쑥이 많다거나 숯을 굽던 곳이 어디에 있었다는 자료나 증언이 없으니 이 두가지 해석은 일단 사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세 번째는 ‘물이 많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수골’이 쑥골로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이는 1950년대 지금의 제물포역과 인천대 사이에 비교적 큰 개울이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었다. 또 이곳서 멀지 않은 송림동과 가좌동(개건너)사이 갯골에 일제강점기까지 ‘번작이(번저기)나루’라는 나루터가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고 있다.

네 번째는 ‘숲이 우거진 곳’이라는 해석으로, ‘숲골’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는 인천대학교가 있던 일대가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나무가 우거진 동산이었고, 큰 공동묘지도 있던 곳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사진은 제물포스마트타운. (사진제공=미추홀구청)
사진은 제물포스마트타운. (사진제공=미추홀구청)

고 신태범 박사의 저서 ‘인천 한세기’에서 ‘쑥골과 도마다리 일대에는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지고 중국인 채소밭이 펼쳐져 있어 참새, 콩새 등 산새들이 많아서 툭하면 공기총을 들고 새 사냥을 다녔다고 한다. 당시 기계체조 선수였던 필자도 1960년대 중반 인천남중(숭의동)에서 제물포역 뒤쪽의 큰 개울을 건너 선인학교 체육관까지 운동을 하러 다녔다.

당시 군복에 워커를 신은 백인엽 장군이 운동장에 나와 건축을 독려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띄었다. 심지어는 학교 선생들을 동원, 건축 현장 감독을 시키고 공사가 늦어지는 현장은 감독(교사)을 불러 워커발로 쪼인트를 까기도 했다.

필자의 세대에는 이러한 백장군의 은혜(?)를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학생들은 너나 할것 없이 선인재단에 재입학, 졸업장을 취득했다. 등교와는 상관없이 등록금만 내면 어김없이 졸업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유전졸업 무전무학’인 셈이다. 특히 등록금도 학생들 마다 금액이 차등화돼 등교를 하면 더많은 등록금을 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선생들을 더 많이 고용을 해야 됐기 때문이다.

이때는 백인엽씨 만의 세법이 통하는 시대였다. 당시에는 일반 회사의 입사 자격이 고등학교 졸업이었던 만큼 이 때 선인재단에서 받은 졸업장은 사회에서 한 몫을 단단히 헀다.

그 사람들은 선인재단 백인엽씨를 구세주로 생각해야 될 것이다. 인천대가 송도신도시로 이전하며 이곳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아파트 및 인천 제2의 행정타운을 건설, 천지가 개벽했다. 상수도사업본부 등 행정타운이 이전하고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인천교육의 산파 역할을 했던 옛날의 선인재단은 흔적없이 사라져 그리움만 남기고 있다.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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