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㊳ 물텀벙이의 대명사 용현사거리 용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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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㊳ 물텀벙이의 대명사 용현사거리 용현동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11.0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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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인천이 고향인 사람들은 용현동(龍現洞)하면 우선 물텀벙이 거리가 떠오른다. 용현사거리에서 송도방향으로 7~8곳의 물텀벙이 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해방 전까지 논과 밭이었던 이 일대가 60년대 이후 독쟁이 고개를 중심으로 주택가가 형성되고 용현시장이 들어서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여기에 1960년대 동인천역 부근 근로자들의 값싼 술국으로 만들어진 물텀벙이 매운탕이 70년대 들어서며 용현동 사거리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이렇듯 물텀벙이를 전문으로 하는 업소들이 용현사거리에 하나둘씩 들어서며 용현동을 대표하는 전문거리로 변신했다.

특히, 인천을 대표하는 식품인 쫄면을 물텀벙이에 넣어서 먹는 맛에 인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와 함께, 용현동 독정이 고개에는 냉면과 쫄면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월미제분(사장·윤유석)이 있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대를 이어 내려오는 월미제분은 초창기 각기우동(유부국수)에서 시작해 냉면과 쫄면을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로 전환했다.

물텀벙이 거리로 유명해진 용현동사거리. (사진제공=미추홀구청)
물텀벙이 거리로 유명해진 용현동사거리. (사진제공=미추홀구청)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집들을 비롯해 제물포역 뒷골목의 분식집,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 등 집단으로 형성된 음식업소에서 월미제분에서 생산된 냉면과 쫄면을 사용했다.

1990년대에는 월미제분에서 생산된 제품이 인천 시장(냉면·쫄면)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괴력을 보이며 용현동 독정이 고개를 널리 알렸다. 현재 4층 건물을 신축 월미랜드(사우나)와 같이 운영하고 있다.

용현동은 구한말까지 비랑이 또는 비랭이라고 불리던 마을이다. 비랭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있는데 첫째는 비룡리가 잘못 전해져 생긴 이름이라는 것이다. 지금 용현동의 상당 부분이 인천항 개항 뒤에 바다를 매립해 생긴 땅인데, 옛날 이 앞바다에서 ‘장마 때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어 비룡마을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조선 초기의 문신 심언광이 남긴 글 중에 ‘비룡강에서도 바다가 잘 보인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비룡강을 용현동 비룡이 고개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인하대를 상징하는 비룡탑. (사진제공=미추홀구청)
인하대를 상징하는 비룡탑. (사진제공=미추홀구청)

한편에서는 이 일대가 바닷가였다는 점을 들어 비랑이를 ‘파도가 나르는 곳’이라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또 비랑이를 산이나 언덕이 경사진 곳을 뜻하는 우리 옛말 ‘빗’이나 ‘비사’, 또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벼랑을 뜻하는 중세국어에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이 ‘빗’은 요즘도 ‘빗나가다’ ‘비슷하다’ 등이 단어에 쓰이고 있고 현대어의 ‘벼랑’이라는 단어도 이 ‘별’에 접미사 ‘앙’이 붙은 형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빗-’ 식의 이름이 2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땅이름에는 흔히 ‘옛날에 그 땅이 벼락을 맞았다’ 거나 ‘땅 모양이 벼루 또는 베틀을 닮았다’는 식의 전설이 따르곤 한다.

결국 비랭이는 ‘비탈진 곳’, 비랭이 고개는 ‘비탈진 고개’가 되며, 이곳이 바닷가 쪽으로 비탈지게 서있는 고개여서 이런 이름이 생긴 것이다. 이는 언덕배기를 뜻하는 이곳의 ‘독쟁이’라는 이름과도 같이 그대로 이어진다.

어쨌든 이 비랭이는 1906년 인천부가 동네 이름을 바꿀 때 비룡리와 독정리로 나눠진다. 그 뒤 이들 두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용정리가 생겼고, 이것이 광복 뒤에 용현동이 됐다.

이처럼 비랭이 고개의 유래나 지형을 따져보면 용현동은 원래 ‘나타날 현’이 아니라 ‘고개 현’ 자를 써서 용현동(龍峴洞)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용현동에 있는 인하대학교는 학교 축제의 이름을 ‘비룡제’라 부르고 있으니, 이는 이 동네 이름이 비랭이가 아닌 비룡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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