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㊶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던 염밭마을 남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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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㊶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던 염밭마을 남촌동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12.0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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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남촌동(南村洞)은 구한말까지 인천부 남촌면에 속해 염말이라 불리던 곳이다. 지금도 이곳에는 최씨 집성촌이 대를 이어오며 일가를 이루고 있다. 이곳 남촌동은 오래전부터 추석 명절에는 소를 잡아 동네사람들이 모여 나눠 먹었다고 한다.

소가 귀하던 시절 마을 부자 집 몇몇이 추렴해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한데 어울려 잔치를 벌이고 남은 소는 나눠 가져갔다.

길 건너 이웃 마을인 고잔동(어촌마을) 주민들은 소대신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며 이웃 마을(남촌동)의 풍요로움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남촌동에서는 지금도 매년 추석에 주민 20여명이 1인당 20~30만원씩 모아 직접 한우 시장에서 암소를 사 온다. 이때 돈을 낸 사람들이 일정 부분(반마리분)의 소를 나눠 갖고 나머지는 동네 주민들의 잔치상에 사용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암소 구이에 소주 한잔을 마시며 추석을 함께 즐긴다.

이러한 남촌면은 이곳이 인천도호부 청사가 있던 문학산 일대의 남쪽 마을이라 붙은 이름이고, 염말은 소금을 만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아파트와 상가 등 택지로 바뀌고 말았지만 옛날 이곳에는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드는 자염밭이 많았기 때문에 염말이라 불렸다. 염말 주변에는 먼골말, 웃말, 곳우물개, 귀엉배미, 모달애, 뒷말 등의 이름을 가진 자연부락들이 퍼져 있었다.

재래식 수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있는 염부의 모습. (사진제공=남동구청)
재래식 수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있는 염부의 모습. (사진제공=남동구청)

그 뒤 염말은 1906년 인천부가 동네 이름을 다시 지을 때 와우리가 된다. 이는 마을의 산 형태가 마치 소가 누워있는 것 같아 생긴 이름이라 하는데 객관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얘기다. 와우산이나 와우고개는 사실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있는 이름으로, 대개 산 같은 것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이는 우리말 ‘둠’ 또는 ‘두름’에서 온 것이다.

이 두름을 날아다니는 두루미로 잘못 알고 한자 이름을 날아다니는 두루미로 잘못 해석해 한자 이름 학산(鶴山)이나 학 고개가 생겼다. 이것이 다시 하오고개나 하오개로 바뀌었다가 발음이 더 바뀌어 와우 고개까지 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고 나니 한술 더 떠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는 얘기까지 덧붙게 됐다. 전혀 다른 이름일 것 같은 둠(두름)과 와우가 사실은 같은 뿌리라는 것에서 보듯 땅이름 해석에는 지금의 모양만으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함정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어쨌든 그 뒤 와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왜식 이름을 거쳐 광복 직후인 1946년 지금의 이름인 남촌동으로 바뀌었다. 이곳이 구한말까지 남촌면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살려 다시 붙인 것이다. 남촌동 또는 남촌면은 특히 지금의 남동구라는 구 이름을 만든 지명이다. 인천부 관할이었던 남촌면은 1914년 새로 생긴 부천군에 편입되면서 주변의 조동면과 합쳐서 남동면이 됨으로써 ‘남동’이라는 이름의 뿌리가 됐다.

(사진제공=남동구청)
수명 600년이 넘는 장수동 은행나무. (사진제공=남동구청)

남촌동에는 나이가 6백 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어 시가 보호 중이다. 높이 20여 m 둘레 10m쯤 되는 이 나무는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뒤 이곳으로 피난 온 한 고려 왕족의 후손들이 죽은 뒤 묏자리를 쓰면서 함께 심은 것이라고 한다.

이 나무는 밑줄기가 둘로 갈라지고 가지는 하늘을 향해 벌어져 있어 그 모습을 마을 입구에서 보면 마치 의(義) 자를 닮았다고 하는데 이는 이성계에 대한 고려 왕족의 원한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 나무는 또 정성을 다해 기도하면 자식을 얻게 해주는 효험이 있다는 전설도 갖고 있다. 또 어른이 이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졌을 때 떨어진 자리를 파서 흙이 나오면 살지만 사금파리 같은 다른 것이 나오면 죽는다는 얘기도 갖고 있다.

이러한 남촌동도 재개발에 힘입어 신도시로 거듭 태어나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신흥도시로 급부상,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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