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㊸새우젓과 소래철도로 유명한 소래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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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㊸새우젓과 소래철도로 유명한 소래포구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3.12.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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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소래는 새우젓으로 유명한 포구에서 일약 관광지로 급부상한 곳이다. 김장철이 되면 서울에서까지 새우젓을 사려는 주부들이 관광버스를 동원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이제는 없어진 꼬마열차(협궤열차)때문에 더 많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1960년도 소래, 농촌 아낙네들은 배추, 무 등 농산물을 비롯해 고추장, 된장 등 장류를 머리에 이고와 수인역 앞에서 판을 벌인 뒤 오후 늦게 빈 다라를 챙겨 열차로 귀가했다.

당시로는 돈이 귀하던 농가에 큰 생계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래포구에 앉자 오는 손님을 맞이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케 해주고 있다.

서울과 부평지역 등에서 새우젓을 사러 온 주부들은 새우젓의 싼값에 놀라고 빽빽대며 지나가는 꼬마열차와 철교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고 한번 더 놀랐다. 덩그러니 철목만 놓여 밑으로 시퍼런 바닷물이 철렁대는 것을 눈으로 직접 내려다보며 철교 위를 건너는 사람들의 담력에 질려 입을 벌린 체 멍하니 바라보곤 한다.

하루에 두 번밖에 운행이 안돼는 수인선 꼬마열차를 타기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남동구청)
하루에 두 번밖에 운행이 안돼는 수인선 꼬마열차를 타기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남동구청)

소래에서 지금의 시흥시 월곶을 바다 위로 가로지르는 소래철교는 당시 인천과 수원을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소래 철교를 뭣도 모르고 건너다 중간쯤 가서야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시퍼런 바닷물에 놀라 치밀려오는 공포감에 휩쓸려 오도 가도 못하고 울며 주저앉는 사람들도 많았다.

필자도 고등학교2학년, 철교를 처음 건널 때 주위의 친구들에게 허세를 부리느라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은 끔찍할 정도로 무서웠었다. 또 소래포구는 1980~90년도까지만 해도 망둥이가 흔해 1인당 백 마리 이상 잡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어족 자원의 고갈로 망둥이도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도 가을철만 돌아오면 수 백명의 낚시꾼들이 소래포구와 월곶포구의 해안가를 둘러싸고 망둥이 낚시를 즐긴다. 그러나 보통 10여마리를 잡는데 그쳐 옛 추억을 더욱 그립게 하고 있다. 이러한 추억을 간직한 소래는 고대 신라의 3국 통일과 관련한 전설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라 무열왕 7년(660년) 신라와 중국 당나라의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蘇定方)이 군사를 이끌고 황해를 건너와 이곳에 주둔했기 때문에‘소정방이 왔다(來)는 뜻’에서 소래(蘇來)라 불리게 됐다는 얘기다.

또는 당시 소정방이 지금의 중국 산둥성 봉래로 추정되는 해주를 출발해 덕적도를 거쳐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소래로 불리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소래가 산처럼‘가늘고 좁고 뾰족한 것’을 뜻하는 우리말‘솔’에서 나온 지명이라는 해석도 있다.

소래포구 노점상 아주머니들. (사진제공=남동구청)
소래포구 노점상 아주머니들. (사진제공=남동구청)

이곳에 소래산이 있으니 그럴듯한 얘기인데 여기에 좀 더 살을 붙여 산과 냇가에 소나무가 많기 때문에‘솔내’로 불리다 소래가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언어학적 입장이어도 이와는 전혀 달리 소래가‘높은 곳’을 뜻하는 우리말‘수리’에서 발음이 바뀐 것이라고 보는 해석이 있는데,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수리’계통의 땅이름들과 함께 살펴보면 가장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소래라는 이름은 결국 순수한 우리말의 변형일 뿐 지금 쓰이는 한자의 뜻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한자는 그 소리만을 빌려 쓴 음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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