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㊺ 만월산, 나병환자 집성촌과 공동묘지가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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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㊺ 만월산, 나병환자 집성촌과 공동묘지가 있던 곳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4.01.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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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간석3동 중심지에 솟아있는 높이 187.1m의 만월산(滿月山)은 현재 인천시립 공동묘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됐다. 또 나병환자들의 집성촌 부평삼거리 방향 만월산 입구에서 화장장 넘어 인근의 산이 온통 묘지로 둘러싸여 있어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

만월산 화장장 입구 우측(만수동 방향) 한쪽 모퉁이에는 1980년대까지 나병환자(음성) 집성촌이 있었다.

정부의 지원 속에 50여 가구가 모여 살며 양계로 생계를 이어왔으나 1990년대 초 업계 파동을 겪으며 이들은 생계수단으로 협동화산업단지를 만들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양계장을 고쳐 공장을 만들고 여기에 양말과 장갑 등 기초적인 산업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질이 좋은 물건을 아무리 싸게 내놓아도 소비자들이 나병환자들의 손길이 닿은 제품을 사용하기를 꺼려 판매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물론 감염이 없는 음성 환자들이었지만 뭉그러진 손과 얼굴을 보고 협동화산업단지 전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협동화산업단지는 정착하지 못하고 외부인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해 본래 있던 나병환자들은 이곳을 빠져나갔다.

주안산에 자리 잡고 있는 약사사. (사진제공=남동구청)
주안산에 자리 잡고 있는 약사사. (사진제공=남동구청)

이렇듯 한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만월산의 원래 이름은 주안산(朱雁山)이었다. 인천의 대표적인 땅이름 가운데 하나인 주안이 바로 이 산의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 위치도 지금의 주안은 이곳 간석동 일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인천도호부 북쪽 11리 되는 곳에 주안산이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 주안산이 지금의 만월산이다.

주안산은 그 뒤 주안산(朱岸山)으로 쓰기도 해 1861년에 제작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朱岸山으로 나타나 있다. 이 밖에도 근세에 들어서는 원통산 또는 선유산이라 불리기도 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산의 동쪽에는 고려가 건국될 때 왕명으로 세웠다는 절 개국사가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이곳에 늘 100여 명의 스님들이 수행하고 있다고 해서 백인사라 불리던 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절이 개국사와 같은 절인 지는 확실치 않다. 또 산 저쪽에는 조선 초에 주안사라는 절이 세워졌는데 그 뒤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배척하는 풍토에 밀려, 절은 결국 문을 닫고 수행하던 스님들도 뿔뿔이 흩어져 끝내 폐허가 되었다.

이 산에 만월산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인 사람은 1932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수행하던 보월 한성안 스님이었던 것으로 전해온다. 그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가 산 정상에 올라서보니,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동서남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산세가 팔을 벌려 시가지를 감싸 안은 듯한 모양을 갖추었기에, 그 이듬해 이곳에 작은 암자를 짓고 약사암이라 이름 지었다. 지금의 약사사보다 조금 더 산 위쪽에 있던 암자였는데, 오가기 편한 곳에 암자를 만들어 사바세계 사람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이에 이곳에 ‘동방마원세계 얏사여래 정유리국’이라는 부국을 건설한다는 뜻에서 산 이름을 만월산으로 바꿔 불렀다는 얘기다.

보월스님은 그 뒤 오래지 않아 금강산으로 돌아갔고, 그를 이어 인천 해광사에서 수도 중이던 동생 한능해 스님이 이곳을 지켰다. 그는 1960년대 들어 지금의 위치에 대웅전과 산신각, 칠성각 등을 짓고 약사암을 약사사로 높이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요즘 만월산은 가벼운 등산로와 숲으로 둘러싸여, 시내에 갈 곳이 많지 않은 시민들에게 도심의 휴식처 구실을 하며 사랑받고 있다.

1861년 대동여지도에 나타난 주안산(만월산의 본이름).
1861년 대동여지도에 나타난 주안산(만월산의 본이름). (사진제공=남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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