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㊼ 송도 동쪽 끝에 있던 작은 어촌마을 동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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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㊼ 송도 동쪽 끝에 있던 작은 어촌마을 동춘동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4.01.3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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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동춘동의 동막(東幕)은 ‘동쪽에 있는 막사’라는 뜻이다. 이 이름을 따서 인천 지하철 1호선에도 동막역이 생겼는데,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옛날 이곳에 군부대의 막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동막을 달리 해석해 말 그대로 동네의 동쪽이 산과 바다에 막혀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둑을 쌓아 막았다는 뜻에서 동막이라는 말이 유래한 것으로 해석함이 더 옳을 것 같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막아 물을 담아놓는 일을 우리말로‘동막이’라고 하는데 이 말에서 지금의 동네 이름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이곳 어디에 저수지가 있었는지 밝히기 어렵지만, 동네에 농사짓는 땅이 적지 않았고 앞은 바다여서 둑을 쌓지 않을 수는 없었을 테니 군부대의 막사가 있었다는 것보다는 훨씬 타당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보면 한자 동막(東幕)은 그 뜻과 관계없이 음이 같은 글자를 갖다 붙인 셈이 된다.

1990년대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는 어촌계 직원들. (사진제공=연수구청)
1990년대 경운기를 타고 갯벌로 들어가는 어촌계 직원들. (사진제공=연수구청)

사실 이곳이 아니어도 동막이나 동막골, 동막굴 등의 땅 이름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둑을 막아놓아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 필자도 1970년대 초 친구들과 송도 끝에 자리한 동막으로 자주 놀러 갔다. 이곳은 당시 이북에서 간첩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침투하는 곳으로 해안 경비가 유독 심했다. 이와 함께 민가 또한 별로 없어 시내버스도 오후 6시면 끊기는 등 교통도 불편해 이곳을 찾는 외부인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필자와 친구들도 이곳에 놀러 갔다가 교통이 끊기면 마을을 찾아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골방을 하나 빌려 직접 피운 군불에 감자를 구워 먹으며 하룻밤을 지새우곤 했다. 물론 방값은 공짜였으니 당시의 인심이 얼마나 훈훈했는지 짐작하기 바란다.

1960년대 동막은 시내에서 살다가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이곳에 둥지를 틀며 10여 채의 가구가 모여 살던 곳이 1980년대 들어서며 큰 마을이 형성됐다.

코 앞에 붙어있는 갯벌에 발을 한 발짝만 담가도 바지락을 비롯해 동죽, 맛살, 가무락 등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썰물 때 한나절만 주워도 한 가마니는 족히 채웠다고 하니 생계를 해결하기에는 이 보다 더 살기 좋은 데는 없었던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대개 이것들을 말려서 팔았는데, 지금의 중구 청관(중국인 마을)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청나라의 거상들이 이것들을 모아 새우, 전복, 해삼 등과 함께 중국에 수출했다고 한다.

동춘동 전경. (사진제공=연수구청)
동춘동 전경. (사진제공=연수구청)

이와 함께, 이곳 바닷가에서 잡은 조개를 끓여 내놓은 조개탕은 꽃게찜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이곳 해안가에 대규모 매립공사가 시작되면서 조개는 씨가 마르는 처지가 됐다.

그래도 이들은 동막 입구에 자리를 잡고 수년 전까지 영업을 계속해왔으나 송도신도시(경제자유구역청) 개발에 밀려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그 대가로 이곳 주민들에게 송도 신도시 입주권(일명 딱지)이 주어지며 이들은 경제적 도약의 계기를 맞는다.

2000년대 말 1천만원부터 시작한 딱지 값이 2005년 5억원대로 뛰어오르기도 했으나 그 후 부동산 침체에 따른 하락과 재개발 등의 호제로 인한 우여곡절 끝에 인천지역 최고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천지개벽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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