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㊻ 시민들의 유일한 휴식처 인천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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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㊻ 시민들의 유일한 휴식처 인천대공원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4.01.2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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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장수동(長壽洞)은 구한말 인천부 조동면에 속했던 지역으로 장자골, 만의골, 무네미 등 세 개의 마을로 나눠져 있었다.

이들 마을은 1906년 인천부가 동네 이름을 확정할 때 한자로 장자리, 만의리, 수현리로 바뀌었다.

장수동은 그 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일제가 이들 3개 마을을 하나로 합하면서 장자리와 수현리의 앞 글자를 하나씩 따서 만든 이름이다. 그런데 이때 수현리의 물 '水' 자를 목숨 '壽'자로 바꾸어 버려 지금의 이름이 생겼다.

장자골은 흔히 장자(壯者) 골이라는 한자로 표현되며 이는 이 동네에 살았다는 8명의 장사전설로 이어진다. 옛날 이곳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는데 임진왜란 이후 나라 살림이 피폐해지자 곳곳에 도둑이 들끓어 이곳도 그들이 노리는 동네가 됐다.

장자골에 있는 남동구 지정 보호수 느티나무(수령400년). (사진제공=남동구청)
장자골에 있는 남동구 지정 보호수 느티나무(수령400년). (사진제공=남동구청)

어느 날 주막에 수상한 장정들이 찾아와 술을 먹고도 돌아가지 않기에 이를 수상히 여긴 주모가 남편을 시켜 동네 청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동네 8명의 장사들이 함께 모여 기다렸다가 한밤이 돼 이들이 동네 부잣집들을 돌아다니며 노략질을 시작하자 모두 붙잡아 포도청에 넘겼다. 그 후로 이 마을에는 다른 도둑들도 얼씬거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옛날 이 마을에는 다른 곳에서 도둑이 들어오면 마을 장정들이 붙잡아 느티나무에 묶어 놓고 손톱과 발톱을 뽑아버린 뒤 놓아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이 같은 장사 전설에서 장자골이라는 땅 이름이 생겼다는 설명이지만 사실 이곳이 아니어도 장자골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있다.

또 이들 마을마다 장사 전설이 아니면 ‘부자가 살던 곳’ 이라거나 ‘정자나무가 있던 곳인데 그 나무가 없어져 유래를 모르게 되자 정자가 장자로 바뀐 곳’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따라다니곤 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가 후대 사람들이 그 이름을 보고 재미 삼아 지어낸 내용일 뿐 별다른 근거는 없다. 이러한 전설을 간직한 장수동은 지난 1982년 장수동 산 164 일대 270만㎡를 어린이 대공원으로 조성, 인천시민의 대표적인 휴양시설로 자라 잡았다.

동시 주차면적이 3천대에 달하는 대공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식물원과 동물원을 비롯, 음악당, 조각원, 장미원, 수목원, 4계절 썰매장 등의 시설이 있다. 또 축구장, 농구장, 족구장 등의 운동시설과 관모산(162m)에서 상아산(151m) , 거마산(209m)으로 이어지는 총길이 10.5km, 3시간 코스의 등산로를 조성되어 있다.

특히 인천에서 3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며, 인천항 축항공사에도 끌려 다녔던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도 이곳에 서 있다. 이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대공원은 연간 5백만 명이 방문하는 인천 최고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며 시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인천시지정 기념물 제12호인 장수동 은행나무. (사진제공=남동구청)
인천시지정 기념물 제12호인 장수동 은행나무. (사진제공=남동구청)

이와 함께 장수동에는 인천시 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도 있다. 높이 35m, 둘레 8m의 이 은행나무는 나이가 1천 살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며 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대접받고 있다.

옛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칠월칠석 때마다 이 나무에 소를 매어놓았다가 그다음 날 잡아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요즘은 세월이 바뀌어 이 같은 풍습이 없어졌지만 무속인들은 요즘에도 이 나무에서 흔히 치성을 드린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이 은행나무가 마을의 액을 물리쳐 동네사람들이 오래 살기는 하지만, 그 대신 인재가 태어날 수 있는 기운은 모두 빼앗아 버린다고도 한다.

남동구는 이 나무는 남동구청의 노력 끝에 지난 2021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장수동은행나무(겨울). (사진제공=남동구청)
장수동 은행나무 겨울 모습. (사진제공=남동구청)

 

남용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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