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㊹ 주원고개 80년대 인천시청 이전 최고의 중심지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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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의 향수를 찾아서 ㊹ 주원고개 80년대 인천시청 이전 최고의 중심지 급부상
  • 남용우 선임기자  nyw18@naver.com
  • 승인 2024.01.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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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우 선임기자
남용우 선임기자

| 중앙신문=남용우 선임기자 | 구월동 인천시 교육청에서 석바위 방향으로 내려가는 언덕길 일대를 ‘주원고개’라고 부른다. 1970년대 중반 안수문이라는 필자의 친구가 있었다. 그는 군에서 제대를 한 뒤 취업이 늦어지자 신포동 동장을 지낸 아버지를 설득해 신포동집을 팔고 주안으로 이사를 갔다.

당시 신포동과 주안의 땅값은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던 시절로 친구는 주안에 집을 사고도 1천 평이 넘는 농지를 구입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벼락부자가 되어있더라”

직접 농사를 지어 리어카에 야채를 싣고 행상을 하던 이 친구는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큰 부자가 됐다. 1970년대 말 중구 중앙동에 있던 인천시 청사가 구월동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며 친구가 산 농지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바로 친구가 사놓은 토지(현 금호아파트) 바로 옆으로 시청이 들어선 것이다.

투기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산 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해 친구를 한순간에 부자로 만들었다. 이렇듯 시청이 1980년대 초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인천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며 ‘주원고개’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1980년대 현 교육청 건너편의 판자촌 전경. (사진제공=인천시청)
1980년대 현 교육청 건너편의 판자촌 전경. (사진제공=인천시청)

‘주원’이라는 말 자체가 ‘붉은(朱) 고개(原)’라는 뜻이니 여기에 고개라는 단어를 다시 붙인 것은 조금 어색하고, ‘역전(驛前) 앞’처럼 같은 말이 반복된 셈이지만 우리말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주원은 이 지역의 흙이나 바위가 붉은색을 띠고 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원래 이름은 주안고개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곳이 지금 만월산이라 불리는 주안산의 줄기가 서쪽으로 구릉을 이루며 뻗어 내린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조금 바뀌어 주원으로도 불리자 이곳이 고개처럼 조금 높은 지역이라는 점을 연관 지어 뒤늦게 ‘언덕 원’ 자를 끌어다 붙였고, 이 때문에 앞서 말한 것처럼 주원고개라는 어색한 이름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주안산 이름에 대해서도 이곳의 흙이 붉어 ‘붉을 주’가 붙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이와 전혀 다름 해석도 있기는 하지만 연구자들 가운데는 주안산의 흙이 동이 나 철 성분을 많이 갖고 있어 흙 색깔이 붉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1945년 엄 씨 성을 가진 어떤 사람이 이 산 일대에 광물을 캐기 위해 광업권을 따내고, 실제로 산을 파는 작업도 했다고 한다. 그 뒤로도 이곳에서 광산 작업이 계속됐고, 그것이 1989년까지 이어진 것으로 돼있다.

인천시청 전경. (사진제공=인천시청)
인천시청 전경. (사진제공=인천시청)

이와 함께, 이 고개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시 교육청 바로 옆 높은 지대에 있던 동네 이름이 ‘붉은 마을’이었던 것을 보면 주원고개가 붉은 땅 색깔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해석이 꽤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붉은 마을에는 한동안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살았으나 인천시가 땅을 모두 사들이고 공원을 만들어 지금은 마을이 없어졌다.

주원고개는 다른 이름으로 정각골이라고도 불렸다. ‘정각’이란 대략 ‘높은 곳에 바르게 지은 다락집’ 정도의 의미이며, 지난 2000년엔 인천시가 시내의 주요 도로 이름들을 새로 붙일 때 이 주변에 정각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곳이 무슨 뜻에서 정각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고개의 위쪽에 인천시청과 시 교육청 같은 관청들이 높은 터에 자리 잡고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그 옛날 누군가 이를 예견하고 정각골이라는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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