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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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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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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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예부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 위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진의를 굳이 캐묻자면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거론된 의제가 중구난방식으로 각자의 의견만 분분하여 결정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례를 비유하는 말 임을 알 수가 있다. 세상을 미리 내다보는 예언가도 아니고 역술인도 아니지만 요즈음 돌아가는 국내 사정을 볼 때 수렁으로 빠져드는 위기상황인 것 같아서 솔직히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다.

수도 서울의 시청 앞 광장은 매일같이 성난 사람들의 집회 장소로 변하여 버려진 쓰레기와 교통지옥으로 선량한 시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주고 짜증을 나게 한다.

무엇이 문제길래 저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하여 길거리에 나서게 했을까?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나라님의 말씀은 공염불이 된 것인지, 기업은 기업대로 고충이 많다 하소연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종업원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폐업이 속출하여 겨우 버티고 있는 영세 업체들마저도 불안정한 미래에 걱정이 태산 같다. 더구나 회사는 망하던 말던 간에 오직 임금인상만 집착하는 강성 노조의 무분별한 활동에 수출로 꾸려가는 한국경제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서민들의 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대부분 부족한 생활자금을 쪼개어 어렵게 꾸려가는 서민생활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악화되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활동이란 것은 경제건설과 국민복지에 온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4.27 남북 정상회담에 고무되어 국내 정치보다는 북한의 환심만 사는듯한 인상을 준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세계적인 모델 케이스가 되었고 후진국으로부터는 선망의 대상으로 비쳤다.

그 원동력과 기반은 헐벗고 굶주렸던 지난시절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로 취업하여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면서 힘들게 벌어드린 외화였고, 미국의 용병으로 비웃음을 당하면서 월남전 참전의 대가로 받은 젊은이들의 피와 눈물이 묻은 달러였다.고생 끝에 경제가 부흥하여 선진국 시대로 도약하자 국민 모두가 과거에 고생했던 시절은 까맣게 잊고 흥청망청 써대는 과소비 현상에 직면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축배의 샴페인을 너무 일찍 들었고 욕구의 물꼬를 일시에 터트린 결과 근면과 성실로 일밖에 모르던 국민정신이 하루아침에 추락하여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의례히 일손을 놓는 것으로 생각하고 휴일 없이 문을 열던 상가까지도 공휴일이 되면 대부분 가게문을 철시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또한 기성세대나 신세대나 도덕적 감각이 무뎌지고 사치 풍토와 외래문화를 선호하는 이상한 현상에 젖어들었다. 단편적인 이야기지만 해외여행 자율화로 인해 과소비가 부추겨졌고, 이제는 외국여행을 안 가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으로 분류된다.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던 신혼여행지가 가족과 직장단위의 여행 지역으로 바뀌었고 관광객 불모지라고 생각했던 농촌지역까지 해외여행이 확산되어 리 반장 및 친목 계모임 동창회 등으로 이루어진 해외여행객이 매년 증가 추세라고 한다.

시선을 돌려서 우리 국토를 돌아보자 더럽고 힘들다고 일손을 놓은 결과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우리가 하던 일을 대행하고 있다. 그들은 수많은 공장과 건축업의 근로자로 종사하고 있고 농촌에서는 목장 관리와 영농에까지 투입되어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안 돌아가고 일손이 부족한 형편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청년실업자가 날로 증가하여 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실업자의 증가는 고학력으로 인해 발생된 병폐이겠지만 어찌 보면 분수에 맞지 않는 직장 선호와 대기업의 취업에만 몰두하여 부작용으로 생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자리에 우리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취업을 하였었다면 지금과 같은 취업대란은 없었을 것이고 실업자수도 소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도 문제가 많다. 허울 좋은 정책보다는 실업자를 구제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하는데 보여주기 식의 땜질 정책으로 시간만 지나면 그뿐이어서 아쉬움만 커진다.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률을 최대한 억제하고 청년실업자가 일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부족한 임금을 국비에서 지원해준다면 청년실업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피력해본다.

외국인의 눈에 한때 모래알로 비유되었던 우리나라의 국민성, 그러나 우리는 모래알을 시멘트로 생성시킨 새마을운동으로 선진국 대열에 도달했다는 기쁨에 겨워 일손을 놓은 결과 개발도상국에 추월당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과거 탓만 늘어놓는 정부의 정책은 보다 진전된 것이 없이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을 보는듯한 적폐 놀이에만 힘을 쏟는 것 같고 국회는 보수와 진보의 날 선 대립으로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 그뿐인가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노조를 포함한 여러 계층의 국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와 청와대를 향해 까마귀 소리 같은 괴성을 쏟아낸다.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어 사회질서가 극히 어수선한 세상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어느 곳으로 가야만 할까.... 그 처방은 정치가들의 몫이겠지만 지금의 해법으로서는 지도자의 영도력과 슬기로운 국민정신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건국 대통령이신 이승만 대통령깨서 하신 말씀이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국민정신이 흩어져 암울한 세상을 사는듯한 오늘날에 그 말은 나라사랑과 국민정서를 위해 다시 한번 음미해 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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