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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죄와 벌의 논쟁 (2)
  • 중앙신문
  • 승인 2019.03.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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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이웃집 주인한테서 이솝의 우화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고추밭에 비료를 주러 갔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개구리울음소리였는데 평소 들어온 울음소리와는 전혀 달랐다고 했다. 개구리 우는소리가 어딘가 비명소리에 가까웠고 살려 달라는 것 같아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니 뱀이 개구리의 넓적 다리를 물고 잡아먹을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죽음의 사지에 내몰린 개구리는 계속 비명을 질러댔고 뱀은 의기양양했다.

이웃집 주인은 이내 상황판단을 하고 난 뒤에 개구리를 살려주기로 마음을 먹고 뱀을 조용히 타일렀다고 한다.

뱀아 개구리 놔주어라 놔주어 점잖게 소리를 쳤으나 뱀은 하던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웃집 주인은 최후의 수단으로 너 개구리 안 놔주면 이 막 대기로 때려죽일 거야 하고 겁을 주자 뱀은 그제야 개구리를 놓아주고 스르륵 도망을 쳤다고 했다. 이웃집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람의 출현에 놀란 뱀이 지레 겁을 집어먹고 도망을 친 것 같아 보였고 사람의 말을 영적으로 알아듣고 중도에 먹이를 포기한 것으로 보였다.

산과 들의 면적이 줄어들고 주택과 도로가 늘어나면서 동물들의 오랜 생활터전을 잃어버리고 끝내는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들의 참혹한 죽음은 매일같이 검은 도로 위에 방치되고 영혼을 부르는 통곡소리 조차도 없다.

길 위에 흘려진 사체의 붉은 피는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약자들의 아픔과 무언의 항거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의 생활의식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하등의 죄의식 없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은 약자들의 고통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은채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폭군처럼 도로를 점령하고 고속으로 질주하는데만 열중한다.

엔트로피의 학설대로 인류문명이 증가하면 반대로 인류는 위기가 증폭되는 것이 확실한가 보다. 교만과 가식으로 얼룩진 인간은 빗나간 잣대로 인해 마약과 같은 퇴폐적 쾌감에 중독되어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은 단절된채 불행하게도 양심을 외면하는 철면피 같은 생활에만 집착하여 자아를 판단하는 분별력이 흐려져 간다.

생에 있어서 구도의 길을 선택해 삶의 고통을 훌훌 털어버린 범상치 않은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는 없을지언정 자기 성찰은 모두가 필요하다.

비록 인간 중심체의 생활환경만을 중시하다가 무의식 중에 발생된 돌발적인 사고라고 극구 변명을 해도 미물들을 학살한 주범이 사람이다 보니 죄와 벌을 논하기가 궁색해진다. 더구나 약육강식의 논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눈가림식 생태계 보호를 천연덕스럽게 미화하기에는 아무래도 인간의 생활은 한계가 있고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유감스럽게도 죄와 벌의 모든 책임을 험한 세상에 전가한 채 오늘도 동물들을 배경으로 가면연극에 올인한다. 그것이 환영받지 못하는 악역임을 뻔히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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