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동짓달이 되면 생각 나는것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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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동짓달이 되면 생각 나는것들 - (1)
  • 중앙신문
  • 승인 2018.12.1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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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아내가 동짓달을 맞아 팥죽을 쒀야겠다고 주방 한곳에 보관 되었던 팥을 꺼내 들었다. 아내의 행동을 바라다보니 어느새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진다.

삶에 쫒겨 매일매일을 미친듯이 살다 보니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절박함이 나도 모르게 한숨으로 변해 입밖으로 흘러 나온다.

아쉬움과 회한속에 가는 세월을 원망해보건만 잡을 수 없는 세월은 매정하게도 나그네 발길처럼 휘적휘적 지나쳐 간다.

계절이 바뀌자 또 다시 찾아온 겨울은 매서운 칼바람속에 삶의 무거운 체증을 가중시켜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고통을주고 동식물의 월동을 더욱 힘들게한다.

봄부터 파랗게 싱싱함을 자랑하던 풀입도 늦가을 햇빛에 일조량이 부족해서 파삭파삭 마르더니 이제는 숨을 멈추고 희미한 갈색으로 변해 그 모습 조차도 확인할수없다. 창가에 다가서니 먼산은 수려했던 모습과는 달리 과묵한 모습으로 다가와서 소리없이 사라져 간다. 겨울풍경은 자연을 배경으로 제작한 동영상처럼 장엄한 장면을 보여 주기도 하고 때로는 거친 사막에서 신기루의 환상을 보는것처럼 도시와 농촌의 또 다른 모습을 몽환적으로 그려놓는다.

아파트와 빌딩숲으로 가려진 도시는 언제나 화려함을 꿈꾸는 환각속에 빠져서 삶의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나가지 못하는 반면 도시와 뚝 떨어진 농촌은 오가는 세월의 진실을 포용하면서 내일의 새 희망을 꾸준하게 축적 시켜나간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어렵고 힘들게사는 허정속에서 헤어나오지못해도. 그래도 삶을 재촉하는 희망만은 아침에 다시뜨는 태양처럼 가슴속에 불타오른다. 겨울밤은 하얀눈의 설경속에서 오고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동화로 가득 넘쳐난다.

추억과 같은 옛이야기로 지난 일이 되었지만 동짓달에 들어서면 밤은 더욱 깊어져서 전기불이 없었던 농촌의 하늘엔 어둠이 일찍 깃들었고 마을과 떨어져 인적이 드문 독립 가옥들은 아침이 될때까지 불안정한 생활을 유지해야만 했다.

등잔불과 촛불이 반딧불처럼 반짝이며 긴 밤을 밝혀 주던 겨울밤 농촌에서는 농한기를 이기고자 집집마다 새끼를 꼬고 가마를쳤으며 아이들은 잠을청하기엔 이른 시간이었으나 추위를피해 서둘러 잠자리에 드는것이 일상생활이었고 생활의 지혜였다.

모두가 가난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힘겹게 살아가던 시절. 가난에 결박되어 짐승처럼 사육되던 나의 소년기는 잦은 이사와 전학을 감수 하여야했고 학교 공부 보다는 가는곳마다 지역텃세와 학교폭력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더구나 한곳에 장기근무가 허용되지 않았던 아버지의 직업은 철새같은 생활로서 사는곳에 적응하기가 힘들었고 정을 붙이기가 극히 어려웠다,

그런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오직 어린아들의 교육에 삶의 희망을 거신 아버지의 눈길에서 벗어나고자 때로는 몸동작을 고정시킨 로봇이 되었고 헐리우드 액션처럼 천연덕스런 눈속임으로 아버지의 눈도장을 찍었다.

학생시절 오직 면학에만 집중해주길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불량소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책을 가까이 하는것보다는 바람과 산새 소리를 벗삼아 마약과도 같은 공상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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