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나를 웃게 만드는 아들의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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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나를 웃게 만드는 아들의 카톡
  • 중앙신문
  • 승인 2019.01.1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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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결혼 문제로 무던히도 속을 썩였던 아들이 결혼 적령기를 한참 지나서 늦깎이 장가를 들었다. 평소 결혼만은 본인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노라고 옹고집을 부렸던 아들은 혼사 이야기가 나오고 재촉을 할 때마다 심한 거부감을 보여서 아들과 나는 마음의 벽을 쌓아야 했고 부자유친의 삼강오륜을 일시 접어야 했다.

그런 아들이 마음을 돌려 결혼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첫 만남에서 아들이 사랑하는 연인을 대면해보니 지인의 소개를 받고 교제해온 직장 여성이었다.

첫 대면을 통해 참하고 복스럽게 생긴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진 나와 아내는 아들의 결혼 상대자로 더없는 적임자이며 며느리 감으로서 최고라는 찬사를 붙여서 두 사람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1년간의 교제 끝에 아들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그다음 해인 8월에 득남하자 오랫동안 결혼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던 아들 녀석이 싱글벙글 거리며 제 아들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말인즉 조산원에 있는 다른 아기들보다 더 잘생겼으며 우량아라는 둥 입가에 미소가 떠나 질 않았다.

나 역시 기쁜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임이나 동창회에 나가서 손자들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늘 벙어리요 주눅이든 신세였다.

어떤 친구는 손자가 고등학생이라고 했고 또 어떤 친구는 중학생이라 했으며 나를 빼놓은 친구들은 저마다 손자들 자랑에 열을 올리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마음속 한편엔 나는 언제나 손자를 보나 하는 조바심에 가슴을 태우기만 했다. 기다리던 손자가 태어나자 친구들에게 조롱을 당했던 설움은 완전히 사라졌고 나를 해방시켜준 아들이 그저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기쁨에 겨워 하루의 일과 중 장시간을 아기이름을 짓는데 소모했고 복사지 A4용지에 아기이름을 수없이 썼다가 마음에 안 들어 지우고 찢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남은 이름 셋 중에서 한 이름이 낙점되기를 바랐다 내 가지은 아기의 이름을 본 아들은 그중 두 이름을 골랐고 그것도 썩 마음에 안 들어선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아들의 신중함은 우선 아기이름을 놓고 두부부가 의논을 할 모양새였다. 며칠이 지나자 아들은 손자의 이름을 정했노라고 했다. 직장의 여러 동료들 한태 자문을 받았더니 아버지가 첫 번째로 작명해준 도윤이란 이름이 가장 좋다고 했다.

아기 이름을 짓는대 자신이 안 섰던 아들은 회사 직원들의 힘을 빌려서 아기의 이름을 어렵게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손자에게 주어진 이름이 도윤이었다.

최근 보건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산모들의 건강이 좋아져서 신생아들이 발육상태가 조숙 졌다고 한다. 태어난 지 4개월밖에 안된 도윤이도 모유 덕분인지 놀이기구인 보행기와 욕조의 물속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말은 못 해도 고개를 돌리며 사람들과의 눈을 맞추려 한다.

이에 신바람이 난 아들과 며느리는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관상을 알리기에 바빠졌다. 눈썹은 누굴 닮았고 턱은 누굴 닮았으며 머리숱은 누굴 닮았느니 하며 마치 철학관의 무속인 같은 행동을 한다. 지구 상의 동물이나 식물들은 유전자를 통해서 번식이 이루어진다. 유전자 변형으로 돌연변이가 생기기 도하지만 그것은 극소수 일뿐이고 대부분 유전자는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현대사회는 의학이 발달로 인해 태어난 아기의 유전자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몇 백 년이 된 죽은 사람의 사체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전자의 성분을 밝혀낸다. 유전자 확인이 어려웠던 지난 시대에 유전자 확인방법은 오로지 눈으로 본 소감을 피력하는 말로서 닮았다는 말이 수식어였고 칭찬을 대변하는 용어였다.

나는 이대목에서 김동인이 쓴 발가락이 닮았다는 단편소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M은 바람둥이요 추잡한 난봉꾼이었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 룰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같이 창녀촌을 들락거리며 성생활을 즐기는 비정상적인 사람이었다.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성병이 걸린 M은 결국 생식기가 파손되어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성 불구자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M은 장가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부인이 된 여인은 보란 듯이 아기를 낳았다. M은 아내가 바람을 피어 다른 남자의 애를 난 것을 알면서도 아내의 불륜을 시종 감추려 했다. 아기 구경을 나선 사람들에게 아기의 얼굴 쪽보다는 다른 신체부위의 발가락을 보여주면서 아기의 소유권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태어난 아기의 발가락이 자신의 발가락을 꼭 닮았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M이 가정을 파탄시키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과 비록 본인의 유전자가 섞여있지는 않지만 아기를 대하는 자식사랑을 엿볼 수가 있다.

사람이나 동물들은 유전자를 통해 후손을 남기고 새끼들을 증식시킨다. 그 유전자의 형태는 주로 외형으로 나타나고 몸속의 세포조직에 보존되어있다. 우스운 일이지만 탁란을 하는 뻐꾸기도 제자식 사랑하는 데는 제일이라고 한다 비록 남의 둥지를 이용하여 제새끼를 키우지만 새끼가 자립할 때까지 근처에서 지켜본다고 한다.

요즘 들어 아들은 늦게 난 제 아들 자랑의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인증사진을 카톡에 올리고 벽에 걸어놓는가 하면 핸드폰을 통해 매일매일 손자의 얼굴을 보여주며 이마와 눈은 자기를 닮았고 턱은 아버지를 닮았으며 눈은 엄마를 닮았다고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 아들의 행동에 기꺼히 동조하면서 나는 김동인의 쓴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이 생각나서 너털웃음을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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