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동백은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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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동백은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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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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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 중앙신문=중앙신문 | 한파가 찾아온다는 예보에 긴장하여 상하수도의 배관을 보온덮개로 감싸주고 집 주변을 둘러보자 작은 공간에 방치된 화분들이 예전처럼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며 애원의 몸짓을 한다.

봄부터 꽃을 피우고 가을까지 눈을 즐겁게했던 꽃들이겨울이되자 꽃이 지고 낙엽이된 메마른 모습으로 변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기호에따라 생활도 다르고 취미도 다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울안에 핀꽃을 좋아라했고 아내가 나 대신 예쁜꽃을 계속해서 심어 주길 은근히 바랬다. 이심전심으로 그런 속내가 통했는지 아내는 봄이되면 3평도 안되는 집안의 작은 공간을 화단으로 조성했고 시장을 갔다 올때마다 꽃 묘목을 사들고 와서 정성들여 꽃을 심었다.

모두가 화분을 이용해 심어진 꽃들 이었기에 꽃은 순식간에 집 주변의 작은 공간을 꽉채웠고 그 모습이 작은 꽃집을 보는것만 같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렇게 심어진 꽃들은 아내가 즐기는 일상 생활의 취미였고 행복이었으며 남편에게는 덤으로 안겨주는 기쁨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겨울이 다가오자 꽃이좋아 꽃에 묻혀살던 아내는 화단관리를 게을리했고 이내 화분 돌보기를 중단했다. 화단을 지나칠때마다 자주가던 손길을 뚝 끊었고 무엇에 화가 났는지 눈길도 주지않았다.

그런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그럴성도 싶었고 일면 동정심도 갔다. 온갖 정성을들여 관리했던 꽃들이 추운 계절로 인해 눈앞에서 사라져가니 취미를 잃은 아내로서는 분노를 살만도 했다. 어쩔수 없이 꽃에 흥미를 잃은 아내를 대신해서 화단 관리에 나섰다 화분에 난 잡초를 뽑아내고 색깔이 퇴색되어 보기 싫은 화분들을 정리하고 생명이 남아있는 화초들을 집안으로 옮기려들자 짙은 녹색을 띈 작은 나무 하나가 나를 반긴다. 유심히 나무를 바라다 보니 나와 마주선 나무는 동백나무였다.

몇년전 나는 친구들과 1박2일의 일정으로 진도를 다녀왔었다 진도 아리랑으로 유명한 진도는 남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나에게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깨닫게 했고 역사관을 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진도는 예술의 고장이면서 문화재의 보고였다 고려시대 삼별초의 대몽항쟁 유적지인 용장성과 더불어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고 신비의바닷길과 물살이 거센 울둘목에 세워진 진도대교 그리고 유명 화가들의 미술품이 잘 보존된 미술관들과 후학을 지도하는 국악인들의 국악교실 운영은 진도의 가치관을 높여주고 품격높은 관광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진도에서 1박한 일행은 다음날 진도대교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남해바다의 탁트인 경관을 시원스럽게 조망한 후 귀경길에올랐다. 짧은 여정을 아쉬워하며 다리를 건너 남해시에 이르자 특산품을 구입하지못한 사람들을 위해 남해대교 인근의 건어물 가게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일행중 몇몇이 전시장에 진열된 건어물을 흥정 하는동안 나는 크고 작은 동백나무들이 작은 숲을이룬 주변의 경관에 눈이갔다. 주로 서해와 남해 지방에서 자생하는 동백은 이른 봄부터 장미꽃과 같은 붉은꽂을 송송피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 내게하고 바닷가 해안이나 섬 주변에 군락으로 심어진 나무들의 자태는 그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수 없다.

동백 나무의 아름다움에 취해 작은 숲속으로 다가서자 큰나무에서 포자가 떨어져 싹을 띄운 어린 동백나무들이 이곳저곳에서 손을 흔들며 길손을 반긴다.

그 모습에 반하여 동백나무를 길르고 싶은 욕심이 은연중 생겨났다. 가게 주인의 허락을받아 어린 묘목하나를 조심스럽게 굴취했다. 집에 도착한 후 나는 적당한 화분 하나를 골라 묘목을 정성들여 심고 나무가 잘 자라기를 바랬다.

서식지가 바뀐 동백은 한동안 심한 몸살을 했고 성장이 둔화 된것만 같았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되자 동백은 기력을 되찾았고 가지에 푸른색을 돗았다 .

어린 묘목이 홀로서기에 정착하자 나는 자만감에 빠져들어 나무관리를 소홀히 했다. 물 주는것도 잊었고 적기에 시비를 하는것도 까맣게 잊었다. 어느듯 3년이란 세월이흘렀다 눈비를 맞으면서 거친바람에 시련을 겪은 동백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늘리면서 훌쩍 커진 모습을 보였다. 몸체가 굵어졌고 잎에 짙은 연녹색을 물감처럼 물들였다.

나무가 건강해지자 안도감에 나태해진 나는 아내의 갑짝스런 돌발행동처럼 나무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생육에도 별 관심을 두질 않았다. 그저 잘 자라겠지 라는 속된 마음 뿐이었고 그 마음도 세월 가다보니 동백 나무의 존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한동안 잊혀졌던 동백나무를 화단정리에 나섰다가 다시보게되자 미안함을 감추지못하는 나에게 나무는 당당해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겨울철이 되면 대부분의 식물들이 낙엽을 떨꾸고 동면에 들어간다. 월동하는 식물중에 변함없이 푸른빛을 내는 식물은 청솔의 소나무와 몇종의 식물에 불과하다 그중의 한식물이 동백이다. 동백은 비바람이 불어도 강추위가 엄습해도 굴하지않고 언제나 꿋꿋하게 자라난다. 그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받고 사람들을 가까이 불러드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꽃을피우고 사계절 푸르름을 잃지않는 동백의 장한모습에 사람들은 삶의 희망을갖고 동백을 사랑하며 그 아름다움에 더욱 빠져 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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