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인생에서 어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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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인생에서 어려운 것들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4.01.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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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중심으로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정의 내리기 위해 프랑스 어느 한 수도원 입구 큰 돌비석에 있는 비문(碑文)의 내용과 의미를 짚어보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그 비문에는 '아프레 쓸라(Apres cela)'라고 세 번 반복해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사상가, 소설가 볼테르가 쓴 '캉디드(Candide)'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주인공이 세상은 악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결론으로 아프레 쓸라를 말하는데, 이 소설은 낙원과 같은 곳에서 태어난 주인공 캉디드세상의 고통을 경험하고, 그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생 여정(旅程:여행의 과정이나 일정)을 그린 이야기로 그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시골농부에게서 일(노동)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우리 인간을 지켜준다는 가르침을 얻고서, 비로소 땀을 흘려 일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시작하는데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여전히 입으로만 세상을 낙천적으로 보는 자신의 스승에게 그러나 정원을 가꾸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아프레 쓸라(다음에는...)’를 남긴다.”는 내용이다.

다시 수도원 비문의 유래(由來)로 돌아와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한 가난한 법대생이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놓고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고민 끝에 수도원의 수도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자, 수도사는 어느 성도가 좋은 일에 써달라고 두고 간 기부금 봉투를 뜯지도 않은 채 학생에게 내어 주었다. 학생이 기쁜 얼굴로 봉투를 가지고 돌아 나오려는데 수도사가 학생을 세워두고 물었다. ‘그 돈을 어디에 쓰려나?’ ‘말씀드린 대로 등록금을 내야 하지요.’ ‘그다음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졸업을 해야 하지요.’ ‘그다음은?’ ‘법관이 돼서 약자들을 돕겠습니다.’ ‘좋은 생각이네, 꼭 그렇게 해주기 바라네. 그럼 그다음은?’ ‘결혼도 하고, 가족들 잘 부양해야지요.’ ‘그다음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하자 수도사는 웃으며 말했다. ‘그다음은 자네도 죽어야 하는 것이네. 그리고 그다음에는 자네도 심판대 앞에 서야 할 것이네. 알겠나?’ 학생은 집에 돌아와 아프레 쓸라라고 묻는 수도사의 여러 번 반복되는 질문이 귓전을 떠나지 않아 결국은 돈을 신부에게 돌려주고는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되어 보람 있는 수많은 일을 하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는 세월이 한참 흘러 그가 죽은 후 그의 묘비에는 그의 좌우명(座右銘)이 된 아프레 쓸라 아프레 쓸라 아프레 쓸라, 그다음은? 그다음은? 그다음은?을 써 놓았다고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의 영혼과 일상의 삶이 무기력하게 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죽음이라는 종말의식이 없거나 둔하기 때문이며, 종말의식을 갖고 거듭나는 영혼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프레 쓸라그다음은? 삶의 핵심 단어로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아가고, 어리석은 사람은 잊고 살아갈 것이다.

묘비명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주목할 만한 명사들의 묘비 내용을 보기로 하자.

먼저 한국인들로는 , 돈 슬픈 일이다.’ 29세에 요절(夭折)한 일제 강점기 소설가 김유정님의 묘비명이고, ‘할 말이 너무 많아조선말 왕 고종의 친부 흥선 대원군의 묘비명이며,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현대문학계의 거성(巨星:어떤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뛰어난 사람) 시인 천상병님의 묘비명이다. 다음 서양인들로는 고결한 양심, 불멸의 영혼영국의 법률가, 정치가, 사상가 토머스 모어의 묘비명이고, ‘오직 한 순간만이 나의 것이었던 모든 것들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1세의 묘비명이며, ‘출판업자 벤 프랭크린의 시신(屍身)이 여기 벌레의 먹이로 누워있다. 그러나 그의 업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늘 새롭고 더 우아한 판(:edition)으로 개정될 것이기 때문은 미국의 인쇄공으로 시작 과학자, 언론인, 사업가, 정치가 벤자민 플랭크린의 묘비명이다. 우리에게 대체로 알려져 온 묘비명으로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영국의 소설가,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며, ‘물로 이름을 쓴 자가 여기에 누워있다는 영국의 천재시인으로 25세의 나이에 요절(夭折)한 존 키츠의 묘비명이다. 마지막 키츠의 묘비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인생이 덧없음)을 말하는 것 같다. 물로 이름을 써 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바로 말라버리지 않는가!’ ‘덧없는(알지 못하는데 지나가는 시간이 매우 빠른, 보람이나 쓸모가 없이 헛되고, 허전한) 인생을 말하는 것이다. 묘비명은 한 사람의 인생을 압축해 설명해 준다. 또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바람이 담기기도 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의 묘비명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문구[文句: () 다음, 다음, 또 다음에도 최선을 다한 자, 여기에 잠들다.]를 생각해 살아생전의 삶의 지침[指針: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올바른 방법이나 방향을 알려주는 준칙(準則:표준으로 지켜야 할 규칙, 법칙)]으로 삼기도 하고, 노년에는 자식들에게 그 문구를 남기는 것도 유의미(有意味) 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의 여정에서 정말 어려운 것,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선택일 것이다. 외식하러 가서 메뉴판에 있는 여러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대체로 간단한 선택도 있지만, 전공, 진로, 직업선택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배우자 선택 같은 경우는 열 번, 스무 번 생각하고 생각해 보는 신중함을 기해야만 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 앞에서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보다도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선택, 후회 없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선택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과거의 선택이 오늘의 현실이고, 미래의 삶은 현재의 선택의 결과이다. ‘노력하기에 앞서 선택을 잘해야 한다.

경북대학교 자기 계발연구원의 성공과 행복을 창조하는 자기 계발이라는 자료에 의하면 한 사람의 인생, 성공과 행복을 창조하는 삶의 여덟 진법(:늘어놓을 진 :법 법)은 첫째는 가정적으로 행복한 삶, 둘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 셋째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 넷째는 정신적으로 건전하고 거룩한 삶, 다섯째는 여가가 있는 여유로운 삶, 여섯째는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삶, 일곱째는 봉사와 나눔의 삶, 마지막으로 지성 있는 지혜로운 삶이라고 한다, 이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직하고 맡은 바 직분이나 임무에 성실하며 진실하게, 그리고 공정하고 정의롭고 품격 있는 언행으로, 사랑하고 봉사하며 베푸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선택다음으로 삶의 여덟 번째 진법 중 첫 번째인 가정적으로 행복한 삶이야말로 결코 돈으로 사거나 해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한 가정에서 올바른 자식을 두어야 하고, 그리고 평생 부부간 원만(圓滿:모난데 없이 부드럽고 너그러운, 사이가 좋은)하고 화목(和睦:서로 뜻이 맞고 정다움)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維持)되어야 한다.

골프를 즐겨하는 골퍼(Golfer)들은 말하거나, 말하는 것을 듣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자식 하고 골프라고! 자식, 정말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대체로 자식 가진 부모들이 하는 말이 아닌가? 골프야 취미, 놀이, 운동이니 그렇다 쳐도, 자식은 자신의 인생의 가장 큰 농사이자 행·불행을 결정짓는 바로미터(barometer)이고 척도(尺度:평가판단 기준)이다. 그런데 올바른 자식은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집안 분위기, 부모가 본(:본보기)을 보여야 한다. 특히 아버지의 사랑과 교훈 그리고 모범이 자식에게는 가장 훌륭한 교훈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마음속에 얼(정신의 줏대)을 주고, 아버지는 빛을 준다.’ 독일 소설가 장 파울의 말이고,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사람의 선생보다 낫다.’ 영국의 종교시인 조지 허버트의 말이며, ‘훌륭한 부모의 슬하에 있으면 사랑에 넘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루드비히 베토벤의 말이다. 그런데 사실 부부간의 원만하고 화목한 관계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 두루두루, 특히 올바른 자식이 되게 하는 첩경(捷徑:지름길)이 될 수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명심보감에 있는 말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 중 하나는 가정의 웃음이고, 다음은 자식을 보는 부모의 즐거움인데, 이 두 가지는 사람의 가장 성스러운 즐거움이다.’ 스위스의 교육학자, 사상가 페스탈로치의 말이며. ‘부부는 둘이 반씩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써 전체가 되는 것이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말이다.

아동문학가 허은실님이 쓴 에세이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에서 나이 들어갈수록 어려운 것, 세 가지는 첫 번째 누군가를 새로이(전에 없었던 것이 처음으로) 사랑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 둘째는 어딘가를 향해 갑자기 떠나버리는 것, 마지막으로 오래 간직하고 있던 것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친구를 사귀는 일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랑보다는 우정이 더 미덥고(믿음성이 있는) 포근하게(보드랍고 따뜻하여 편안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나이 들어 사랑은 순수함보다는 너무 계산적, 이해타산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여름날의 햇볕처럼 뜨겁지만 우정은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게 느껴진다. 뜨거운 것은 금방 식지만 따스한 것은 서서히, 은근히 식는 법이다. 그러므로 노년에는 새로이 이성이나 동성 친구를 사귀려 하기보다는 오랜 친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노년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어려운 것두 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 두 경우는 자연의 이치로 따져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하나는 죽음이다. 인간은 명예, 권력이나 부()로도 대체할 수 없을뿐더러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 죽음은 결국 만인에게 평등하다. 동양에서는 동물의 12지간(支干)이 있고, 서양에서는 별자리의 12() 황도대(黃道帶)가 있으며 불가에서는 인간이 잉태에서 죽기까지전 과정의 12운성(運星) 포태법(胞胎法)이 있다. 그 중 12운성 포태법은 포태양생(胞胎養生) 욕대관왕(浴帶冠王) 쇠병사장(衰病死葬)으로 한마디로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압축할 수 있는데,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하늘과 자연의 이치이다. 결국 죽음은 그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노년에 마음을 다 잡는 일이다. 물론 마음을 잡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또한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전적으로 본인의 강한 의지력여하(如何)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있어서도 이치로 한번 풀어가 보자. 화목난로나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나무를 때는 경우를 보자. 난로나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으면 새까만 재만 남아 있을 뿐 불기운이 없다. 그러나 불을 지펴 불길이 살아나면 작은 나무토막에서 큰 통나무 토막을 집어넣으면 불길은 세지고 활활 타오르게 되어 가까이 있기 어렵다. 이 경우와 같이 지난날의 회한(悔恨:뉘우치고 한탄함)과 분노, 억울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홀로 된 이들의 서글픔과 외로움 등 결코 조그마한 생각도 시작을 하지 마라. 이는 불씨를 지피는 일이다. 불씨가 지펴지면 더 큰 생각으로 확대되어 불길은 더욱 세지고 활활 타올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화()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되니 마음을 비워, 아예 시작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노년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은 마음 다 잡기에서 시작점이 되는 것이며, ‘마음을 다 잡지 못하면우울증 발병이나 극단적 선택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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