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원수(怨讐)와 은인(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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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원수(怨讐)와 은인(恩人)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4.01.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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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원수의 사전적 정의는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나 집단이며, 정도에 따라 적(:원수 적:enemy), 불구대천[不俱戴天:불공(不共) 대천], 철천지원수[徹天之怨讎:mortal enemy:하늘에 사무치게 한 원수, 철천지수(之讐)]라고도 하는데, 불구대천지원수라는 말은 반드시 죽여 없애야 하는 원수를 말하는 것으로, 같은 하늘아래서 살 수 없는, 매우 원한이 사무친 원수로, 대체로 부모, 특히 아버지 더러는 사부님 원수를 말할 때 쓰인다. 영어에서는 견원지간(犬猿之間:개와 원숭이 사이로 대단히 나쁜 관계), 원수(怨讐) 사이를 cat-and-dog(cats and dogs) terms [영어에서는 개와 고양이는 상극(相剋)으로 만나면 싸운다.’는 데서 유래]로 쓴다. 과거 모 방송 개그콘서트 TV프로 중 아무 말 대잔치라는 코너에서 아버지 원수는? 엄마~’라는 대사가 불현(갑자기)듯 떠오른다. 물론 코미디로 웃자고 한 얘기이지만, 더러는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원수라는 말을 돈이 원수’, ‘나이가 원수’, ‘가난이 원수’, ‘전생에 원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를 쓰는데 원수는 순()으로 풀라.’는 말은 원수를 원수로 갚으면 다시 원한을 사게 되어 끝이 없으니, 원수는 순리(順理)로 풀어야 뒷날 걱정이 없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 원수 지다는 말을 (:서로 원한을 품어 반목하게 됨) 지다라는 말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에 민사(民事)와 관련한 소송(訴訟)이 벌어질 때 피고에 해당하는 사람을 (:원래는 한쪽또는 외짝이라는 뜻)’이라고 한 데서 유래(由來) 한 것이다. 민사에서 피고가 있으면 원고가 있게 되기 마련인데, 대개는 피고와 원고는 잘 알게 되는 사이가 대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분쟁이나 갈등은 결국,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한 마디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웃, 친구, 동료, 가족[부모자식 간, 동기간(同氣間:형제자매), 시가(媤家), 처가(妻家),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부부간)이다. 그리고 뒤에 붙는 서술어 지다의 원래의 의미는 어떤 좋지 않은 관계가 되다.’짐을 지다는 의미도 있다. 가까운 사람과 사이가 어그러지면 분명 내가 이고, 지고 가야 할 짐이다. 그러므로 관계가 단절(斷切) 되고,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다 보면 내 삶은 극도로 피곤할 뿐만 아니라, 가슴앓이로 피폐(疲弊:지치고 쇠약해짐)해지고 만다. 그러나 억지로 이으려고 하지 마라. 아무리 값진 고려청자 이조백자라도 금이 가거나, 깨지면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낱 사금파리(사기그릇의 깨어진 조각)에 불과하다. 깨진 그릇은 이어 붙일 수도 없고 붙인다 해도 더 이상 그릇으로 쓸 수도 없다. 깨진 그릇을 붙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분노(憤怒)하고 인연 맺은 것을 후회해 봤자 나만 힘들고, 밥 못 먹고, 잠도 못 잔다. 내 마음은 언젠가는 풀리는 법이다. 세월이 약이고, 해결도 해준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마음을 잡는 일이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 미국의 문필가, 사회사업가 헬렌 켈러여사의 말이다.

원수에 관한 사자성어로 가장 흔히 쓰이는 와신상담(臥薪嘗膽)원수를 갚거나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하여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동업상구(同業相仇)같은 업()은 이해관계로 인()하여 서로 원수가 되기 쉽다는 말이며, 혈원골수(血怨骨隨)피의 원한이 골수에 맺힌다.’는 뜻으로, ‘뼈에 사무친 깊은 원한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욕식기육(欲食其肉)사람의 고기를 먹고 싶다.’는 뜻으로 매우 원한이 깊음을 이르는 말로, 종종 비속어(卑俗語)로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속담으로는 ()은 덕으로 대하고 원수는 원수로 대하라.’좋게 하는 사람은 좋게 대하고, 해치려는 사람은 원수로 대하라.’는 말이고, ‘오랜 원수를 갚으려다가 새 원수가 생겼다.’보복을 하고 앙갚음하면 더 좋지 않은 일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며, ‘밤 잔 원수 없고 날 샌 은혜 없다.’밤을 자고 나면 원수 같은 감정은 풀리고 날을 새우고 나면 고마운 감정이 식는다.’은혜나 원한은 시일(時日)이 지나면 쉽게 잊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남편을 잘 못 만나도 당대 원수, 아내를 잘 못나도 당대원수결혼 잘 못하면 한평생을 고생한다.’는 말이고, ‘구복(口腹:먹고살기 위하여 음식물을 섭취하는 입과 배)이 원수라는 말은 먹고살기 위하여 괴로운 일이나 아니꼽고(비위가 상해 구역질 나는), 고까운(섭섭하고 야속하여 마음이 언짢은) 일도 참아야 한다.’는 말이다.

성경에서는 그리스도인 성도(聖徒)들에게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迫害)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또한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마라. 모든 사람이 보기에 선() 한 일을 하라. 너희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사람과 화평(和平:화목하고 평화로움)하게 지내라.(로마서)’고 말씀하신다. 명심보감 경행록(景行綠:착한 행실을 기록)에도 남과 원수를 맺는 것은 재앙을 심는 것이고 선()을 버려두고 행()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다.’화목하고 순응하며 묵은 감정을 놓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은 자신의 처신과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다.’고 쓰여 있다. ‘복수할 때 인간은 적과 같은 수준이 된다. 그러나 용서할 때 그는 원수보다 더 우월해진다.’ 영국 철학자, 정치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이다.

은인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이다. 여기서 은혜(恩惠)’고맙게 베풀어 주는 신세(身世:남에게 도움을 받거나 폐를 끼치는 일)나 혜택(惠澤:은혜와 덕택)’의 의미이며, ‘하느님,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은총(恩寵)’의 의미도 있다. 그리고 덕분(德分)베풀어준 은혜나 도움으로 덕택(德澤)이라고도 하고, 시혜(施惠)은혜를 베풂이나 그 은혜를 의미하며, 보은(報恩)이란 은혜를 갚다.’라는 의미이다. 영어단어로 세분화하면, 은인은 savior, benefactor이고 은혜의 '신세나 혜택'의 의미로 favor [은혜, 호의, 은전(恩典:옛날 나라에서 은혜를 베풀어 내리던 혜택], kindness(친절), beneficence(은혜, 자선), grace(신의 은총)가 있다. 옛부터 내려온 사람은 구()하면 앙분(怏忿:분하여 앙갚음할 마음을 품음, 앙심)을 하고 짐승은 구하면 은혜를 안다.’라는 말은 사람을 죽을 고비에서 구해주면 그 은혜를 쉽게 잊고 도리어 앙갚음도 하지만, 짐승은 죽을 고비에서 구해주면 은인을 따른다.’는 의미로 은혜를 쉽게 잊는 사람은 짐승만도 못하다.’는 비난의 말이다. 또한 다 알고 있는 은혜를 원수로 갚다.’가 있고, ‘은혜를 모르는 건 당나귀라는 말은 은혜에 보답하지 아니한 사람은 사람으로 칠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도움을 받았을 때 은혜를 입었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들의 신뢰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이며, 동시에 궁극적인 작용으로 서로가 은혜를 입거나 베풀고, 또한 갚는 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인간의 신뢰관계로 여겨지고 이어지는 것이다. 기독교의 가르침은“‘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은혜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영혼에 도움이 될 수 없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도 없으며, 영혼의 구원도 온전히 하느님의 은혜로만 된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경전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부모님의 은혜)’쉽게 보답하기 어려운 은혜를 베푼 두 사람을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한다(어머니를 우선함).” 그리고 법정스님의 말씀, 인연의 겁(:하늘과 땅이 한번 개벽할 때부터 다음개벽까지의 무한히 긴 시간)에서 옷깃을 한번 스치는 것도 500겁 인연이고,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1만 겁 인연이라고 말씀하셨다(cf. 부부간은 7천 겁, 부모와 자식은 8천 겁, 형제자매는 9천 겁). 한마디로 스승의 은혜를 강조하신 것으로, ‘스승님의 마음은 곧 어버이의 마음이신 것이다. 원불교에서는 재가출가(在家出家)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일상적 생활 속에서 신앙과 수행을 통해서 법신불사은[法身佛四恩:일원상진리의 본체와 현상을 합() ()]의 은혜를 입고, 나아가 중생을 부처로 화()하게 하는 부처님의 은혜를 든다. 무릇 사람이 금수(禽獸:모든 짐승)와 다른 것은, 작은 도움이나 보살핌에도 감사할 줄 알고, 큰 베풂이나 신세(身世)를 진 경우는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 한다. 사자성어로, 각골난망(刻骨難忘:은혜를 뼈에 새길만큼 잊지 않는다.)하고 결초보은(結草報恩:죽어 혼령이 되어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 해야 하며, 결코 망은배의(忘恩背義:은혜를 모르거나 잊고 의리를 배반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 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보본추원[報本追遠:조상님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음덕(蔭德:조상님의 덕)을 추모함]으로, 전근대적(前近代的)이라고 치부(恥部) 하지 말고, 우리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적 유산(遺産)인 선영(先塋:선산)을 잘 관리하고, 조상님들을 잘 모시는 일에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사자성어에 결론적으로 영어속담에. ‘은혜를 되갚는 것보다 더한 의무는 없다(There's no duty more obligatory than the repayment of favor, or kindness.)’가 있다.

성경 구약 여호수아서에 원수는 물에 새겨 흘려보내거나 모래에 심어 바람이 불면 금방 날라 가게 하고, 은혜는 돌에 새겨 두고두고 오래도록 간직하라.’는 말씀과 신약 누가복음에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에게 속옷도 내주어라.’라는 말씀이 있고, 구학(舊學:옛 학문) 명심보감에는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곳에서든지 서로 만나기 마련이니라. 원수나 원한을 맺지 말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런 명언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난감(難堪: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어려워 처지가 딱함)함이 교차된다. 무엇보다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이다. 성인(聖人)은 몰라도 우리 범인(凡人: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쉽지 않은 어렵고 불가능하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가 정겹다는 의미로 미소 띤 얼굴로 이 웬수야!’라는 말을 하거나, 들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너는 나의 원수다.’라는 말을 직선적(直線的:조금도 감추는 데가 없는)으로 말하거나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어떤 연유(緣由:사유)로 마음속에 너는 나의 원수라고 마음속에 새겨두는 경우가 있다. 작게는 옹졸(壅拙:성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은)하고 소심(小心) 한 경우는 자존심(自尊心)을 상하게 하는 말만 들어도 그러기도 하지만, 크게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회복 불가능한 큰 피해를 입은 경우는 결코 용서는 쉽지 않은 법이다. 우리 속담에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야 말로 원수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기도 하며, 전생의 원수를 대하는 교본(校本:교과서)이기도 하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수없이 많은 윤회(輪廻:차례로 돌아감)를 거듭하면서 어찌 원수가 없겠는가? 사이 나쁜, 원수 같은 부부를 말할 때 전생에 원수가 이승에서 부부로 만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사람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용서할 수 있다. 사람은 원수를 사랑할 만큼 성자(聖者)는 못되더라도 자신의 건강과 행복, 특히 내 마음의 평온(平穩)을 위해 화해(和解)는 못 하더라도, 용서와 관용(寬容:너그럽게 용서하고 받아들임)으로 마음속에서 미련(未練) 없이 풀어 놓아주어야 한다.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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