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세상구경] "선출직 공무원을 행사에 초대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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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세상구경] "선출직 공무원을 행사에 초대하지 맙시다"
  • 송석원 기자  ssw6936@joongang.net
  • 승인 2023.12.09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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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설봉포럼에서 준비해 게시한 현수막. (사진=송석원 기자)
이천 설봉포럼에서 준비해 게시한 현수막. (사진=송석원 기자)

| 중앙신문=송석원 기자 | 며칠 전 이천 백사면 쪽으로 향하다 길가를 내걸린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이천 설봉포럼에서 준비해 게시한 현수막이었다. 현수막에 적힌 문구는 "선출직 공무원을 행사에 초대하지 맙시다"였다. 오죽했으면 이런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을까. 일단 지역사회 문제를 정확히 진단한 설봉포럼에 박수를 보낸다. 역시 경기도 대표 설봉포럼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이천만의 문제도 아닌 전국적 현상이다. 행사가 어느 정도면 선출직과 지역민과의 소통에서는 참 좋은 발길이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행사는 점점 많아져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된 지 오래다.

혹 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 적은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때와 거의 비슷해졌다는 이야기에 더 무게가 실린다. 지역의 각종 행사, 각종 단체 이·취임식을 비롯해 협회, 마을 단위의 대동회, 선진지 견학 인사 등등 이처럼 많아진 행사에 참여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을게다. 연말이 다가와 하루 많게는 꼭 참석해야 하는 지역 행사만 해도 15개에서 20여 개라고 한다. 그것도 거르고 걸러서라고 하니, 매년 이맘때쯤 되면 그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사실로 읽힌다. 그들의 사생활은 없어진 지 오래다. 옆에서 이런 모습들을 지켜본 이들은 "시켜줘도 안 한다"는 말들을 농담처럼 주고받는다.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요즘 상황을 보면 '여기서 부르니, 우리 행사 때도 불러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의 으스댐이 대부분이다. 시장과 국회의원, ·도의원이 참석해야 행사분위기가 산다는 거다. 선출직 공무원의 행사 참석은 그 단체 회장의 능력으로도 비친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출직 공무원들은 저녁도 거른 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고난의 연속이다. 어디다 표시도 못내 고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설봉포럼이 현수막 문구를 통해 밝힌 메시지처럼 시장, 국회의원, ·도의원은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이다.

평소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올수록 그들이 할 일은 엄청 많아진다. 결재할 사람은 결재도 해야 하고, 또 지시도 해야 하고,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역의 예산확보를 위해 중앙 각 부처도 찾아야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갈 곳은 지역 행사가 아니라 지역을 발전시킬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현명해진 이천시민들의 생각들이 모여 이천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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