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세상구경] 눈 오는날, 댑싸리와 제설송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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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세상구경] 눈 오는날, 댑싸리와 제설송풍기
  • 송석원 기자  ssw6936@joongang.net
  • 승인 2022.1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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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이천 설봉호수에 내린 눈을 직원들이 제설송풍기를 이용해 치우고 있다. (사진=송석원 기자)
15일 오후 이천 설봉호수에 내린 눈을 직원들이 제설송풍기를 이용해 치우고 있다. (사진=송석원 기자)

| 중앙신문=송석원 기자 | 예전 우리가 살던 시골집 담 밑이나 마당한쪽에 푸른 댑싸리 몇 그루씩은 다 자라고 있었다. 시골 우리집 담 밑에서 자라던 댑싸리 모습이 담긴 풍경들이 눈에 선하다. 이 댑싸리들은 겨울이 오기 전 베어지고, 건조과정을 거쳐 빗자루로 쓰이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댑싸리들의 일생이 들녘에서 자란 곡식들과 비슷해 보인다. 가을이 오면, 곡식들은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줬지만, 댑싸리들은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생활도구가 됐었다.

이런저런 작업으로 지저분해진 집안마당을 댑싸리 빗자루가 쓸고 나면 이내 깨끗해졌다. 쓸어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쓸린 마당의 무늬가 너무 예뻤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면서 생겨난 무늬가 꼭 예술작품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쓸 때마다 생겨지는 그 무늬 또한 다 다르니, 예전 우리들의 조상님들은 예술작품을 하루에 하나씩 정도는 만든 셈이다.

눈이라도 내린 겨울, 댑싸리 빗자루에 쓸린 마당 무늬는 거의 환상적이다. 수없이 많이 달린 뻣뻣한 댑싸리가지 하나하나에 쓸린 눈이니 그 무늬가 아니 예쁠 수가 없을 것 같다. 겨울철 이 눈을 쓸고 나면 몸도 후끈해진다. 송골송골 이마에 땀도 맺힌다. 이제와 아는 사실이지만 예전에 좋은 것들이 많았듯이, 지금도 마당을 쓰는 생활 속에 살고 있다면 운동은 따로 안 해도 잔병치레는 아예 없었을 듯싶다.

당시 모습이 담긴 마당을 사진이라도 찍어뒀으면 훌륭한 추억꺼리로 충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도 가끔 시골을 다니다 보면 댑싸리가 심겨진 곳이 눈에 띤다. 그러나 대부분이 관상용이다. 빗자루로 쓰는 곳은 거의 없어진 상태다. 추억이 돼 버렸다.

코로나19가 발생되고 나서 이 댑싸리들을 심어 관광객을 끌어들인 지자체도 있다. 바로 연천군인데, 당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사람들은 연천댑싸리공원으로 꽤나 몰려들었다. 연천댑싸리들은 예전 빗자루를 만들어 사용하던 댑싸리보다 키가 작고, 옆으로는 더욱 풍성해 아주 탐스러운 게 특징이다. 가을이 되면 분홍빚으로 변한다. 그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한번 안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질 정도다. 연천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 풍성한 댑싸리들을 배경으로 많은 추억꺼리를 남겼다. 올해는 이미 없어졌고, 내년에는 연천댑싸리공원을 다시 한 번 꼭 가볼 생각이다.

어찌됐든 이런 댑싸리 빗자루가 PVC빗자루라고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진 사용이 편한 빗자루에 밀리기 시작해 자취를 조금씩 감추기 시작했다. 정확한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시골집에도 댑싸리 빗자루대신 PVC빗자루가 점차 늘어났었다. 마을 대청소라도 하는 날이면 댑싸리 빗자루 한 자루씩 들고 나오는 추억이 완전히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우리는 눈이 오거나 낙엽이 떨어지면 바람을 이용해 청소하고 있다. 바로 제설송풍기라는 것인데, 건설현장의 기계들이 발달해 만들어진 공구다. 어제도 전국에 눈이 내리고, 중부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많은 눈이 내렸다. 이천 설봉호수공원에 내린 눈들이 이 제설송풍기로 치워졌다. 그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자니, 신기하기도 하고 옛날생각도 나고 그런 기분이었다. 아주 오래전 퓨전음식점이라는 게 생겨났다. 쉽게 말해 이 음식 저 음식 섞어서 또 하나의 메뉴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교육도 그렇다. 몇 개의 분야를 함께 따로 또 같이 묶어 교육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세상이 변하다 보니 바람이 청소를 하는 시대를 맞는다. 다음에는 이 바람의 쓰임새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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