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신문=김종대 기자 | 안성시를 관통하는 국도 338호선(서동대로)에 있는 한 주유소에선 기름을 넣은 트럭기사에게 서비스로 맛있는 라면을 끓여준다고 한다. 생수를 주는 주유소는 흔하게 봤어도, 라면 끓여주는 주유소는 처음이다.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라면, 말 그대로 화물차 기사에 대한 특별한 서비스 제공이다.
전기차가 점차 늘면서 사양산업 중 하나인 기존 주유소들이 변화에 변신을 거듭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이른 판단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지만, 어쨌든 라면 끓여주는 주유소는 평범하지 않고 좀 특별해 보인다.
화물차 기사들이 출출할 때 주유소에 들려 기름을 넣고 먹는 라면의 맛은 굳이 상상 안 해도 당연히 일품일 거라는 생각이다. 라면은 최고의 요리이다. 두바이 7성급 호텔인 버즈 알아랍의 총괄 조리장 출신으로 잘 알려진 스타셰프 에드워드 권이 예전 한 방송에 출연해 ‘라면’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요리라는 찬사를 들은 적이 생각난다. 그 말 대로라면,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요리를 선물 받는 것이다.
예전 주유소에선 비닐에 든 작은 양의 휴지를 판촉물로 만들어 기름을 넣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줬다. 그 시절 휴지는 좀 귀한 편이라, 차 안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나 그 휴지 판촉물은 조금 발전해 종이상자에 든 일명 곽티슈로 발전했다. 그렇게 차 안으로 들어온 곽티슈도 훌륭하게 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주유소에서 주는 먼지 나는 안 좋은 휴지는 되레 골칫거리가 됐다.
그렇게 주유소 곽티슈의 유행 아닌 유행이 끝난 후, 지금 주유소의 주유 선물은 생수 한 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인심인지 몰라도 말 잘하면 두병도 가능하다. 어차피 돈 주고 사서 마시는 생수, 주유소에서 주유 후 주면 감사 땡큐다. 더운 여름철 기름을 넣고 받아 마시는 시원한 생수 한 모금은 더위도 금세 잊게 해 준다.
사실 주유소에선 화물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을 특별히 모신다. 한 번 주유하면 보통 승용차 주유 금액의 4~6배인 자그마치 30만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주유소엔 아주 큰 손님이다.
또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전국 고속도로 일부 휴게소에선 샤워실과 수면실까지 준비해 놓고 화물차 기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만큼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일이 고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선 이런 시설들로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줄이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 건수는 총 13만 8557건으로,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4366명, 부상자 수는 20만 784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화물차 사고로 인한 연평균 사상자가 4만 2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고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는 화물차 기사들이 사고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공간과 맛있는 라면을 제공하는 주유소들이 더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