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전원(田園)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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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전원(田園)생활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3.06.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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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이 글은 현직에서 정년퇴임하고 6년차 전원생활로 노년(老年), 만년(晩年)을 보내고 있는 경험(經驗)자의 견지(見地)에서 조명(照明)한 것으로,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귀촌(歸村)하고자 하는 중(), ()년들, 더불어 귀농(歸農)하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참고(參考)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된 것이다.]

전원이란 논과 밭이라는 의미로,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이나 교외(郊外’)를 이르는 말이다. 사자성어에 상마지교(桑麻之交)뽕나무와 삼나무를 벗 삼아 지낸다.’는 의미로, ‘권세(權勢)와 영달(榮達:지위가 높고 귀하게 됨)의 길을 버리고 전원에 은거(隱居:세상을 피해 숨어 삼)하며 농부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말이다. 목가(牧歌)목동(牧童)이나 목자[牧者:서구사회는 목축(牧畜)문화로 우리의 농부에 해당]가 부르는 노래로 목자나 농부들의 자연생활을 주제로 한 서정적(抒情的:정서를 듬뿍 담고 있는)이며 소박(素朴)한 전원시(田園詩:a pastoral poem)이고, ‘목가적이란 평화롭고 한가한이라는 의미이다.

독일의 서양고전음악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세계적 음악가 베토벤은 1807강한 추진력이 보이는 교향곡 제 5운명을 작곡하고 그 이듬해인 1808년에 이완(弛緩)된 리듬과 평화로운 멜로디가 담긴 교양곡 제6'전원(pastoral)'을 연달아 작곡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1악장은 악보에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이라고 쓰고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해냈다. 2악장에는 시냇물의 잔잔한 흐름을 떠올리게 하고, 후반부에는 구체적인 새 소리도 들려와 목가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이어 3악장에서 평화로운 전원을 배경으로 농부들이 즐겁게 마시며 춤을 추는 모습이 펼쳐지며, 4악장에서 짧지만 폭풍이 지나가면, 5악장에서는 폭풍이 지난 간 것을 감사하는 아름다운 노래가 갖가지 형태로 변주되어 전원 교양곡은 절정에 달한다. 이 베토벤의 전원 교양곡은 우리가 염원(念願)하고, 우리의 로망인 전원생활의 모습과 삶이 파노라마(panorama)처럼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연주곡이다.

모 종편방송에서 방영하는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 되고 있고 특히 중·장년층들에게 폭발적 인기라고 한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난날의 향수(鄕愁:nostalgia)를 달랠 수도 있고, 또한 나름대로의 노년에 대한 설계도 할 것이다. 사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쉽게 적응도 하고 큰 어려움 없이 전원에서 생활할 수 있지만, 반대로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은 단지 꿈이고 동경(憧憬)일 뿐이지 현실에 봉착(逢着)하게 되면 전혀 딴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念頭)에 두어야한다. 그렇다면 전원생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명확히 알고 나서 결정해야만 하지, 섣부른 판단과 결정은 낭패(狼狽)를 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장점들은 첫 번째,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질구레한 병들은 없어지게 된다. 두 번째,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다. 일정한 식사시간, 수면시간, 배변시간으로 신체나 건강의 균형이 이루어지게 된다. 세 번째, 번잡스럽지 않게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 거리도 머니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불필요한 약속들이 최소화 된다. 네 번째, 주위에 빌런(villain:악당, 악인, 함께 하기 힘든 유형의 사람들) 이웃이 없어 좋다. 주변 이웃들로 말미암아 부대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해 주변 사람들에게 시달려 크게 괴로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다섯 번째, 자동차도 밀리지 않고 관공서나 병원 등 어디를 가도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일처리가 빠르고 친절하다. 여섯 번째, 건강식()을 할 수 있다. 텃밭이 있으면 기호(嗜好)대로 재배해 먹고, 아니면 열리는 5일장마다 신선한 먹거리를 구해 먹을 수도 있다. 특히 배달 음식은 거리가 멀어 쉽게 시키지 못해 패스트푸드(피자, 햄버거 등)보다 슬로우 푸드(된장찌개와 같은 전통음식)로 건강을 해치지 않게 된다. 일곱 번째, 애완동물이 있으면 마당에서 함께 자유롭게 뛰놀 수 있다. 사람과 동물과의 교감이 훨씬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여덟 번째, 동물(, 고양이, , 토끼, 오리 등)을 기르거나 유실수(, 사과, , 매실, 복숭아 등), 화초, 텃밭 가꾸기 등은 정서적, 소일(消日)거리로 도움이 된다. 아홉 번째, 요즈음은 시골도 얼마든지 문화생활과 여가활동(붓글씨, 문학, 사진, 파크골프, 산악자전거 등 동호회)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마을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과 함께 외롭지 않게 친목 모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단점들은 첫 번째, 게으른 사람은 감당하기 어렵다. 부지런해야만 한다. 인부들에게 돈을 주고 시키지 않는 한 모든 일들, 내가 해야 한다. 마당 쓸기, 눈 치우기, 잡초제거, 마당이 잔디로 되어 있으면 잔디 깎기 등 밖에 나가면 모든 것들이 할 일이다. 거기다가 텃밭, 정원이나 화단이 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두 번째, 파리, 모기 등 벌레나 해충, 거기다가 쥐, , 산속이면 산 짐승들, 조심하고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산책 시 조심해야한다. 심지어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뛰쳐나와 들개가 되어 야성(野性)의 기질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세 번째, 대체로 주민들의 텃새가 있다. 지역주민들과의 동화(同化)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네 번째, 주변 친구, 옛 동료들 등 인간관계가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 든다. 다섯 번째, 자동차가 없으면 몹시 불편하다. 자가용은 필수이다. 여섯 번째, 중병(重病)에 가까운 지병(持病)을 갖고 있는 경우 큰 병원이 없어 위험하다. 요즈음은 시골 근처에 개인병원이나 종합병원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의료수준이 떨어진다. 일곱 번째, 일몰(日沒)시간이 지나 어두워지면 사람들의 왕래(往來)가 거의 없다. 여덟 번째, 주택관리에 비용이 들고, 특히 겨울철 난방비가 예상외로 많이 든다. 아홉 번째, 젊은이들이 귀농해서 양축, 양돈, 양계, 특수작물, 원예작물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는 있지만(실제로 고수익을 올리는 ()성공한 경우도 더러는 있음), 노년의 귀촌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경우 수익을 창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유지비 중 기름 값이 예상외로 많이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골에는 은행도 2~3개정도로 다른 여러 브랜드 은행, 백화점도 없으니 좀 큰살림이나 행동, 활동 반경이 넓으면 장거리 운행이 불가피하다.

속담에 모든 것에 다 만족하려 하면 아무것도 만족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장점에 더하여 단점을 장점으로 보완하거니 대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귀농, 귀촌에 앞서 고려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부부간에 함께 이냐, 혼자이냐? 로 젊은이들의 귀농은 반드시 부부가 함께여야 한다. 그러나 노년의 귀촌은 부부가 함께라면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이지만, 서로 간 불편한 관계이거나 평소 의견충돌이 있어 온 부부는 혼자가 더 편하고 바람직하다. 특히 아내가 지난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고 드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혼자여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요즈음 유투브에서 나이가 들면 혼자 여야 한다,’는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처음 혼자는 외롭고 서글프기도 하지만 한참 지나면 혼자여서 즐겁고 행복해 얼마든지 외로움과 서글픔은 이겨 낼 수 있다. 둘째는 경제력이다. 비상시를 대비해 얼마간의 목돈이 필요하고 매달 최저 생계비정도의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귀농은 생산성 있는 일로 수익을 창출(創出)할 수 있지만 노년의 귀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 명심할 것은 농사지어 돈벌이 한다는 것은 그저 소액이지 생활비는 안 된다. 셋째는 주택문제로, 거창하게 큰돈 들여 새집 지으려 하지 마라. 요즈음은 시골 빈집들 다녀보면 종종 있다. 본인에 맞는 평수(150~300평정도)의 농가주택을 구입해 개보수(改補修)하면 된다. 시공업자에게 맡기지 말고, 분야별 기술자 한두 사람씩 불러, 재료 사다 주고, 잔심부름(데모도)은 내가하면 된다.

다음으로 조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요즈음 유투브에서 귀농, 귀촌에 실패한 경우를 다룬 영상들이 더러는 있다. 그런데 귀농, 귀촌도 해외이민의 경우와 결코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처음 2년 정도가 고비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적응도 되어 무난하게 지낼 수 있다. 어차피 이루어진 일이니 어렵고 불편한 일이 있어도 감내(堪耐)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계획 시 신중한 판단과 결정 그리고 실행이 최우선이다. 다음으로 성격적으로 귀농, 귀촌 시 텃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 어느 곳이나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다 나 하기 달려 있다. 우선 동네 이장, 반장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웬만한 것은 다 해결해 준다. 일 년에 한두 번씩이라도 자신 능력에 맞는 수준에서 동네 희사금(喜捨金), 발전기금도 내야한다. 물론 동네사람 애경사가 있는 경우 찾아가서 부조(扶助)도 해야 한다. 그리고 설 명절, 추석 명절 때는 내 집 주변(앞집, 뒷집, 옆집) 만이라도 성의껏 선물을 돌려라. 가끔은 초대해서 식사나 술도 한잔해라. 시골에서 이웃과 불편하면 정말 고달프다. 이 경우도 처세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악의 텃세를 위한 텃세를 하는 경우는 대차게 정면 대응하라. 한마디로 맞짱 뜨라는 것이다. , 자신감 없이 어설피 하다가는 결국은 더 난감(難堪)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잘 판단하라. 그런데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귀농, 귀촌 시 가장 텃세 받지 않는 사람은 침술이나 이·미용기술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한마디로 어떻게 처신(處身)하라는 말인지 알 것이다.

끝으로 중국 진()나라의 자연음유(自然吟遊)시인 도연명(陶淵明)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동경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그의 대표적 시() 귀거래사(歸去來辭)의 마지막부분을 인용한다. ‘이의호(已矣乎:, 이제 끝이로다!) 우형우내복기시(寓形宇內復幾時: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갈불위심임거류(曷不委心任去留:어찌 마음을 대자연에 맡기지 않으리) 호위호황황욕하지(胡爲乎遑遑慾何之: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부귀비오원(富貴非吾願: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제향북가기(帝鄕不可期: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회양진이고왕(懷良辰以孤往:좋을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혹식장이운자(或植杖而耘籽:때로는 지팡이 세워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등동고이서소(登東皐以舒嘯: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임청류이부시(臨淸流而賦時: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요승화이귀진(嗂乘化以歸盡:잠시 조화의 수레를 탓 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낙부천명복해의(樂夫天命復奚疑: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이런 글을 문학에서는 전원문학(田園文學), 목가문학(牧歌文學) 이라고 칭()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암울한 시대 상황을 잊기 위해 전원(田園)을 소재로 한 글로, 김동명의 파초’, 김상용의 (())으로 창을 내겠소.’가 있고, 대표적 작품은 신석정이 쓴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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