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노년(老年)의 친구(親舊)
상태바
[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노년(老年)의 친구(親舊)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3.06.20 16: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귀어 정이 두터운 사람’, 그리고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며, ‘별로 달갑지 않은 상대방을 낮추어 말할 때쓰이기도 한다. 유의어에는 동무, , 친우(親友)가 있으며, 높임말은 현형(賢兄)이라고 한다. 사실 친구는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반쯤은 가족인 인간관계이다. 친구(親舊)는 원래 친고(親故)와 같은 말로 친척과 벗을 의미하는 한자였다. ()친척’, ()오랜 벗을 의미한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친척의 의미가 빠지고 의 의미로 한정되어 쓰이게 되었다. 지인(知人:아는 사람)과는 구분된다.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며, ‘친구와의 우정은 영혼의 결합이다.’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친구개념과 영어권 나라에서의 ‘Friend’는 의미가 다소 다르다. 영어권 나라에서는 동년배(同年輩)이든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가족, 친척을 제외하고는 친한 사람은 Friend라고 한다. 중국에서도 붕우(朋友)라고 하면, 나이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외간(外間)사람 정도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친구란 나와 동갑(同甲) 또는 동급생(同級生:같은 학급이나 학년)인 친한 사람만을 친구라고 한다. 나이 차이가 나게 되면 친구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는 군사정권과 민주화 운동을 거치면서 권위주의 문화가 사회에 섞이고, 주민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전 국민이 서로의 나이를 명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다가 나이가 아래 같은데 맞 벗 하려고 하면 주민등록 까자는 말까지 하곤 한다. 그래서 보통은 나이차이가 나면 친구라는 말보다 호형호제(呼兄呼弟:서로 형이니 아우니 하고 부르는 친한 사이)하는 사이 정도로 말한다. ‘나이가 자기의 배가되면 아버지처럼 섬기고, 열 살이 위면 형님처럼 섬기고, 다섯 살이 위이면 친구로 사귀어도 된다.’고대 중국의 유학 오경(五經: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중 하나인 예기(禮記)에 있는 말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비추면 20살 이상이면 아버지로, 5살 이상이면 형님으로, 그 이하는 친구처럼 지내도 무방(無妨)할 것 같다 .

일반적으로 노년에 행복한 삶을 영위(營爲)하기 위한 필수요건은, 첫째 건강, 둘째 경제력 셋째 배우자, 넷째 친구, 마지막으로 일이든 취미이든 소일(消日:어떤 일에 마음을 붙여 세월을 보냄)거리가 있어야한다. 그런데 인간관계에 있어 노년에는 배우자와 친구 중, 더 가치를 두는 것은 단연 친구이다. 이유는 배우자는 어떤 연유(緣由)로든 노년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흔한 졸 혼, 별거, 이혼, 사별 등 가지각색의 형태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의 친구 사귐에 있어, 대체로 12가지를 따져 보아야한다. 첫 번째 건강관리에 철저하고, 몸도 마음도 젊은 친구, 두 번째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나와 사고방식이 비슷한 친구, 세 번째 유모감각이 넘치는 친구, 만나면 좋은 친구, 그리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 네 번째 다양한 취미를 갖고,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 다섯 번째 아량이 넓고, 이해심 많고, 약속을 잘 지키는 친구, 여섯 번째 자주 안부도 묻고,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 일곱 번째 베풀기를 좋아하는 친구, 여덟 번째, 새로 사귄 친구보다는 옛 친구, 아홉 번째 믿고 의논할 수 있는 친구, 열 번째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친구, 열한 번째 믿고 나를 따라오는 친구, 반대로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친구, 마지막으로는 어떤 상황인 경우에도 내 편인 친구이다. 그런데 이런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反問)할지 모르겠지만, 엄밀(嚴密)히 한번 따져 보자는 것이다. 사실은 그 어느 친구보다도 배우자와 금슬(琴瑟)좋게 지낼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이다. 노년에는 그 어느 복()보다도 배우자 복이 최고, 으뜸으로, 친구 같은 배우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더불어 옛 친구가 좋지만 전통적인 친구관계의 패러다임(paradigm:사람들의 견해나 사고의 테두리 안에서 인식의 체계)에서 벗어나 남녀노소를 불문(不問)하고 친구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취미나 사회활동 등을 통해 다양하고 멋진 친구를 사귀어 만나는 것도, 노년을 활기차고 멋지게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재테크(tech:investment techniques)라는 말을 자주 쓴다. 재산 형성 과정에서는 투자기술이 필요하듯,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테크(tech)이다. 한 마디로 친구선택과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사람은 어떤 친구와 사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공자님의 유익한 벗이 셋 있고 해로운 벗이 셋 있느니라. 곧은 사람과 신용 있는 사람과 견문(見聞:보고 들어서 깨닫고 얻은 지식)이 많은 사람을 벗으로 사귀면 유익(有益)하며, 편벽(偏僻:생각 따위가 한쪽으로 치우친, 정상에서 벗어날 정도로 지나친)한 사람과 아첨하는 사람과 말이 간사한 사람을 사귀면 해()로우니라.’는 말씀은 친구 선택의 지침(指針)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신 명언이다. 풍자(諷刺)와 해학(諧謔)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데스는 사귀고 있는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을 했으며, 르네상스시대 네델란드 사제이자 인문주의자를 대표하는 에라스뮈시는 친구에게 충실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충실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살아온 세월 경험으로 절대 공감하는 명언들이다.

노년에는 현업에서 물러나 어찌되었든 해야 할 일도 별로 없고 한가한 시간도 많아져, 친구들과 접하는 시간이, 그리고 횟수가 많아지게 된다. 더러는 매일 만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간 사소한 문제로 서운해 하고, 급기야는 말다툼이 되어 서로의 잘못만을 따지다 보면, 완전 언제 보았느냐?’는 식의 남남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옆에 같이 지내던 친구들 까지도 불편하게 되어, 동거동락(同居同樂)해오다시피 지내온 친구들마저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말게 된다. 그런데 친구도 보통 친구가 아니라 평생 함께 해왔던 친구가 아니던가? 우리 속담에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크게 어려운 일 아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서로 처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함)’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모든 인간관계, 특히 소중한 노년의 친구()/() 잃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친구와의 우정에서 가장 아름다운 특성중 하나는 이해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로마 제정시대 정치가이자 지도적 지성인 루시우스 세네카의 말이며, ‘누군가와의 사랑에는 신뢰받을 필요가 있고, 친구와의 우정에는 이해 받을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모럴리스트 A. 르나르의 말이다. 마음에 새겨야할 명언들 이다.

끝으로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좋은 친구의 명언을 인용한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되어야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단독] 3년차 의정부시청 여성 공무원 숨진 채 발견
  • 박정 후보 유세장에 배우 유동근氏 지원...‘몰빵’으로 꼭 3선에 당선시켜 달라 ‘간청’
  • 감사원 감사 유보, 3년 만에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산단 공급
  • 김포시청 공직자 또 숨져
  • [오늘 날씨] 경기·인천(20일, 토)...낮부터 밤 사이 ‘비’
  • [오늘 날씨] 경기·인천(24일, 수)...돌풍·천둥·번개 동반 비, 최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