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사람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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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사람 노릇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3.05.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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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사람 노릇에서 노릇이란 맡은 바 구실’,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맡은바 책임으로 역할이나 임무라고도 말 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부모자식 간, 부부 간, 동기간(同氣間:형제자매사이), 친족이나 친척 간, 스승과 제자 간, 연인이나 친구 간, 조직에서의 상급자와 하급자 간, 그리고, 웃어른으로서 노릇 등이 있는데 특히, 노년에는 집안 어른노릇도 중요하고 그 역할은 본인뿐만 아니라 집안사람들에게도 삶의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여기서 어른이란 전통적으로 나이가 든 사람을 말하기보다는 어른에게 주어진 책임과 도리가 우선되어진다. 그리고 어른다워야 어른으로서 존경과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어른은 나이가 많으면서 그 나이에 걸 맞는 덕()을 갖추고 덕을 베풀 줄 알며, 사리판단에 있어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며, 본인의 욕심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사람노릇의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것은 우선 돈이 필요하고, 마음을 써주어야 하며, 또한 감정을 표현하려는 노력과 표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중 돈 써 주는 것이, 아마 자타공인(自他共認)하는 으뜸일 것이다.

조선중기 학자이신 율곡(栗谷) 이이선생이 쓰신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문을 시작하는 입문교재(入門敎材)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사람노릇의 몸가짐에 구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여기에서 구용은 아홉 구(), 얼굴 용()으로 첫째, 족용중(足容重:걸을 때는 무겁게 해야 한다) 둘째, 수용공(手容恭:손은 공손한 자세를 유지한다.) 셋째, 목용단(目容端:눈은 단정하고 곱게 떠야한다.) 넷째, 구용지(口容止:입은 조용히 다물어야 한다.) 다섯째, 성용정(聲容靜:말소리는 조용하게 한다.) 여섯째, 두용직(두용직:머리는 곧게 들어야 한다.) 일곱째, 기용숙(氣容肅:기운은 엄숙히 유지 한다.) 여덟째, 입용덕(立容德:서있는 모습은 덕성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색용장(色容莊:얼굴 표정은 씩씩하게 한다.)이 있고, 공자님의 논어(論語)’ 안연편에 나오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부모는 부모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군신간(君臣間)이나 부자간(父子間)에 서로 해야 할 사람노릇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에야 군신간의 노릇에 대한 중요성은 퇴색 된지 오래되었으니 차치(且置)하고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로, 논어에서는 부자관계에서도 자식 된 도리, 즉 자식노릇에 대해 강조한다. 낡아 빠진 봉건적 질서의 유습(遺習)이라고 치부(恥部)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음속에 새겨야할 것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금지효자 시위능양 지어견마 개능유양 불경 하이별호(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오늘날 효자라 하면 물질적으로 잘 봉양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개나 말한테도 이렇게 하는데 마음으로 부모를 존중하지 않으면 사람이 개나 말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라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어견마 개능유양(至於犬馬 皆能有養)이란 말의 개나 말한테 하는 물질적 봉양만으로 자식노릇을 다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으로, 물질 못지않은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도리를 다 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예()가 결혼해서 분가(分家)해 사는 자식이라면 용돈도 자주 드려야 하지만, 수시로 문안을 드리고 건강과 형편을 살펴 드려야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노릇은 부부간일 것이다. 한가정의 안녕과 행복이 그 사회를, 나아가 그 국가가 번영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정에서의 남편노릇 아내 노릇,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는 것은 그 가정과 사회발전의 근간(根幹)이 되는 것이다. ‘부부란 서로 반씩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써 전체가 되는 것이다.’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명언이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들어 있고, 청소년의 달, 가정의 달이다. 자녀들, 손주들, 형제자매들, 그리고 집안 어른들과 함께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덕담도 나누었을 것이다. 5월은 일 년 중 그 어느 달보다도 자식노릇, 부모노릇, 그리고 배우자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성찰(省察)해보는 의미 있는 한 달이 되어야 하겠다.

태어나면서 우리 인간은 시기와 때에 걸 맞는 노릇을 하며 살아가야한다. 자식이 어릴 적에는 부모는 자식에게 의식주 및 훈육(訓育)부모 노릇을 다 하여야 하며. 자식이 장성하고 부모가 노년이 되어서는 자식은 부모의 노년이 편안하고 물질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 섬김에 자식 노릇을 다 하여야 한다. 사람의 노릇이란 시기적절하게 걸 맞는 경우도 있고 때론, 시기상조일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노릇이 모여 한 인간이 되고 어른이 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나의 노릇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노릇에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삶의 큰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 역시도 나에게 주어진 노릇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받는 것보다도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이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받는 것 보다 더 나눔의 기쁨이 크다는 것을 일깨워지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남의일로, 내 일도 바쁜데 자의(自意), 타의(他意),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은 다 사람노릇하자고 하는 일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어른이란 완벽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른으로의 자리 매김을 하는 것이다. 사실 사람노릇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노년이 되어 내 가정은 당연하지만 집안전체의 어른 노릇하기는 숫자도 많고 챙겨야할 대소사(大小事)도 적지 않아 비용(費用)이나 건건(件件)이 애경사(哀慶事)가 있을 때 마다 부조금(扶助金) 챙겨주는 것도 만만치 않는 것이 현실인 법이다. 노년의 삶은 주변사람들에게 베풂과 나의 절약 그리고 절제된 삶이 우선되어져야 하는 법이다. 쪼들리거나 궁색하지 않는 정도라면 내 씀씀이 줄여 어른으로서 집안일이나 구성원들(친가, 시가, 처가, 그리고 그 사촌들 까지)에게 돈 써주고 챙겨주는 것을 큰 기쁨과 보람으로 여기면 내 삶이 훨씬 윤택(潤澤)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단언컨대 한 가지 사실은, 이 또한 행복한 고민이나 수고중 하나로 여기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며, 그리고 어른노릇 하는 것,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터득한 지혜를 바탕으로 실행 및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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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진 2023-05-15 07:32:02
그런데 이들 중 돈 써 주는 것이, 아마 자타공인(自他共認)하는 으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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