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복수(復讐)와 보복(報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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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복수(復讐)와 보복(報復)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3.01.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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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복수와 보복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 복수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해를 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는 되갚음, 설욕, 앙갚음, 보복이 있는데, 보복이란 남이 자신에게 끼친 해를 그대로 갚는 것으로, 복수와 의미가 비슷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뉘앙스(미묘한 차이)가 다른데, 복수가 긍정적, 또는 중립적의미로 쓰이는 반면에, 보복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복수가 상대방의 잘못 혹은 상대방이 주는 정당하지 못한 불이익 등으로 당사자가 손해를 입을 때 이를 되갚기에 쓰이는 반면, 보복은 상대방의 정당한 행위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가리킬 때 쓰는 경우이다. 어찌 보면 보복은 당연히 있음직한 일임에도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한 앙심을 품고 공격하는 형태가 많은데, 그래서 보복범죄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므로 보복이 복수보다 훨씬 피해자의 자기중심의 저급(低級)한 형태이다. 그렇다면 복수와 보복의 반대적 개념은 무엇인가? 바로 용서와 용납일 것이다.

복수와 보복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명언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명언들은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남에게 원한을 사서 복수와 보복의 대상이 되지 마라.’는 중의적(重義的:두 가지 이상의 뜻)인 의미이기도 하다. 먼저 긍정적 명언에는 가장 흔하게 쓰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 사람은 하느님 모습으로 만들어 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창세기9;6)’가 있고, ‘군자가 원수를 갚는 것은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 30년 전의 복수라도 하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고, ‘만약 원수가 명예를 훼손 했다면, 복수로 그것을 복구할 수 있다. 또한 복수는 내가 원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하고, 거기서 비로소 합의와 조정의 의미를 갖는다.’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이 있다. 다음은 부정적 명언들로 원한은 원한으로 갚는 다고 풀어지지 않으리니, 원한을 버릴 때에만 풀리리라.(석가모니 법구경)’ 눈에는 눈을 고수한다면 세상에는 장님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라는 인도 간디의 말과 개에게 물린 상처는 개를 죽인다고 아물지 않는다.’ 미국 링컨대통령의 말이 있으며, 그리고 어둠으로 어둠을 몰아 낼 수 없다. 오직 빛으로만 할 수 있다. 증오로 증오를 몰아 낼 수 없다. 오직 사랑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 미국 킹 목사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이다. 자살의 이유가 외로움이나 소외감, 그리고 경제적 빈곤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간관계로 말미암은 우울증이 주 원인이다. 마음속에 누군가에 대한, 특히 가까운 사람에 대한 복수심, 증오심과 피해의식, 그리고 원한(怨恨;응어리진 마음)이다. 가까운 일본은 어려서부터 화목과 남에게 폐 끼치지 말 것, 미국은 존중양보를 가르치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어려서부터 남에게 절대 지지 말 것,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경쟁이 무엇인가? 상대가 패()해야 내가 승()하는 것 아닌가?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한()이 많고, 피해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강박관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상대야 어떻든 나는 잘 살아야 하고, 나는 불편함이 없어야하고, 내 생활에 방해가 되고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모두 적()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층간소음, 보복운전, 불법 쓰레기투기, 질서를 지키지 않는 등 과 같은 사회적 병리현상(病理現想:정치, 문화, 경제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규범(規範:마땅히 지켜야할 본보기)의식의 퇴영(退嬰:뒤로 물러남)으로 인한 사회적 병리현상은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퇴보로 말미암은 국민의식의 퇴보도 한 몫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우리 사회의 내로남불사상이다.

복수와 보복의 가장 저열(低劣)한 형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노년에 며느리가 시부모에 대한, 아내가 남편에 대한 보복이다. 젊어서 시부모님이 어떤 형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어 좀 심하게 며느리에게 대했다고 마음속에 꽁하고 있으면서 시부모님이 늙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천대(賤待:업신여겨 푸대접함)로 시부모님의 노년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하면 한집에 살면서도 본인 방 밖은 잘 나와 보지도 않는다. 우리 문화에는 시부모님도, 처가부모님도 결혼하면 친부모와 똑같다. 그런데도 몰상식하고 배움 없이 내 부모와 차이가 나게 대한다면 과연 그게 제대로 된 사람인가? 부부간의 경우도 그러하다. 젊어서 남편의 성격이나 크고, 작은 잘못이 있었다고, 그것을 앙심을 품고 노년이 되어 지난날을 반추(反芻:되새김질)하며 노년을 비참하고 회한에 빠지게 한다면, 그 또한 사람이 할 짓인가? 더 큰 문제는 남편이 젊어서 성실하고 가족들만을 위해 허튼짓 하지 않고, 근검절약하며 어엿한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 왔는데도 말이다.

끝으로 시부모님은 내 남편을 길러주시고, 자식을 위해 청춘을 다 바치신 분들이다. 그리고 나와 남편이 있기에 오늘날 내 가정이 있는 것 아닌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그리고 내 가정, 소중히 여기고 넉넉하고 넓은 마음, 그리고 잘못이나 서운함도 지난 과거 속에 다 묻어 버리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절실(切實)하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우선 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하면 실상(實狀)내 마음도 비참하고 아프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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