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경복궁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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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경복궁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2탄
  • 중앙신문
  • 승인 2018.05.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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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은 구중궁궐 깊숙한 곳까지 경복궁 여행을 떠나보자.

궁궐은 크게 왕이 신하들과 일을 하는 공간인 외전과 가족들과 생활하는 내전 영역으로 나뉜다. 지난 번 외전영역을 여행한 것에 이어 오늘은 내전 영역으로 출발해보자.

내전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강녕전’이다. 강녕전은 왕의 침실이다. 하루 종일 정무에 시달렸던 왕이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생활하는 사적인 공간인 셈이다. ‘강녕(康寧)’이라는 이름은 오복 중 하나로 왕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기를 기원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원은 강녕전 뒤뜰에 있는 굴뚝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강녕전 굴뚝은 무심코 지나치면 찾기 어려운 곳에 있다. 강녕전과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을 구분하는 담장에 기대어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담장의 일부로 착각하게 만든다. 교태전으로 들어가는 문 양옆으로 각각 1개의 굴뚝이 있는데 굴뚝에는 ‘만수무강(萬壽無疆)’ ‘천세만세(千世萬歲)’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강녕전 굴뚝을 지나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으로 향한다. 왕비의 침전과 왕의 침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왕비의 침전은 왕비의 사무실을 겸한다는 것이다. 즉 왕은 집무실과 침전이 구분되어 있는 반면에 왕비는 사무실과 침전이 한 공간에 있다.

이 교태전에서 왕비는 궁궐 안에 있던 후궁들과 궁녀들, 그리고 궁궐 밖에 있는 왕실 여인들과 신하들의 부인들까지 관리를 했다. 즉 내명부와 외명부를 다스렸다.

왕비가 결혼을 해서 궁궐에 입궁하는 시기는 대략 15~16세이다. 그 어린 나이에 입궁해서 한 나라의 국모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교태전 뒤로는 왕비를 위한 화계가 조성되어 있다. 화계에는 예쁜 꽃과 나무들이 즐비해있다. 이 화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굴뚝이다. 팔각형의 굴뚝이 갖가지 문양들을 머금은 채 자리하고 있는데 꽃과 나무들과 어우러져 특히 봄에는 한 폭의 그림처럼 장관을 이룬다.

교태전을 지나면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비전인 ‘자경전’을 만나게 된다. 자경전은 흥선 대원군이 자신의 아들인 고종을 왕으로 만들어준 신정왕후를 위해 정성을 다해 지은 건물이다. 그래서 자경전에는 대비마마가 건강하고 오래오래 복을 누리며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다.

첫 번째가 바로 꽃담이다. 자경전을 둘러싸고 있는 담은 갖가지 의미와 상징을 표현한 꽃과 문양,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생동하는 봄을 상징하는 매화와 천상의 과일인 복숭아,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석류,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 등이다.

두 번째는 십장생 굴뚝이다. 자경전 뒤뜰에는 십장생 문양을 새긴 십장생 굴뚝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보아온 강녕전 굴뚝이나 교태전 아미산 굴뚝에서 보아온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굴뚝이다. 이 굴뚝에서는 십장생 문양이외에도 여성의 공간임을 의미하는 연꽃과 포도 등이 함께 새겨져 있다.

대비전을 뒤로 하고 왕실가족만을 위한 힐링 쉼터 향원정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따뜻한 봄날 새싹이 돋아나고 꽃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 왕이 가족들과 함께 산책을 했을 곳이다.

향원정 북쪽으로는 건청궁이 자리하고 있다. 건청궁은 을미사변이 일어났던 곳으로 이로 인해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을 하게 된다. 고종이 떠남으로써, 임진왜란 이후 270여년간 방치되었던 경복궁은 또 다시 왕이 살지 않는 빈 궁궐로, 궁궐로서의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궁궐로의 시간여행은 행복과 아픔, 안타까움과 간절함 등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는 여행이다. 역사에 푹 빠지지 않아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대로 움직여도 충분히 좋은 시간여행이 가능 한 곳, 경복궁에서 500년을 거슬러 지금에 이른 우리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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