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여주 세종대왕 영릉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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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여주 세종대왕 영릉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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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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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여주는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왕비를 7명이나 배출한 터가 어디 보통 터이랴. 거기에 조선의 운명을 100년이나 더 연장시켰다는 왕릉까지 있으니 두말하면 잔소리인 셈이다. 오늘은 좋은 기운이 가득한 여주에서 그 기운들을 함께 받아보자.

우리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신 무덤에는 계급이 있다. 지금이야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신 무덤에 계급이 존재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는 존재했었다. 우리와 같은 일반 백성들이 묻히면 ‘묘(墓)’라고 한다. 일반백성과 달리 세종대왕과 같은 왕이 묻히는 곳은 ‘릉(陵)’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왕의 뒤를 이어 차기 왕을 이어나갈 세자가 등극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돌아가시면 ‘원(園) ’이라고 한다. 즉 무덤은 릉-원-묘의 순서로 등급이 존재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왕릉은 모두 42기이다. 그 중 40기가 한꺼번에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등재되지 못한 2기의 왕릉은 제릉(태조왕비 신의왕후)과 후릉(2대 정종)으로 북한에 위치해 있어 함께 등록하지 못하고 우리나라에 있는 40기만 등록된 것이다.

40기의 왕릉 중 무려 31기가 경기도에 있다. 나머지 8기는 서울에, 1기는 강원도에 있다. 왕릉뿐만 아니라 무덤은 명당을 골라 조성하게 되는데, 이는 후손들에게 복 주는 땅을 골라 조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도는 후손들에게 복 주는 땅이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복 중에서도 아주 큰 복을 줄 것만 같은 조선 왕릉이 경기도에 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3대 명당으로 알려져 있는 구리의 건원릉,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명당인 화성의 융건릉, 여주의 영릉이 그 주인공들이다.

오늘은 조선의 운명을 100년이나 더 연장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여주의 영릉(英陵)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영릉은 세종대왕의 릉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세종대왕과 왕비 소헌왕후가 함께 잠들어 계신 곳이다. 영릉은 주위의 산자락들이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능을 품은 듯 한 형상으로 정남향을 향해 있다. 일부러 조성하려고 해도 조성하기 힘든 천하의 명당이다. 이 터를 일컬어 “3대가 적선을 해도 차지하기 힘든 대길터”라고들 부른다. 이러한 까닭에 조선의 운명을 100년 더 연장시킨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영릉에 들어서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지만 굳이 풍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온 몸으로 느껴지는 안락함이 영릉에는 있다.

영릉의 금천교를 지나 홍살문을 만나고, 옷매무새를 가담은 후 홍살문 바로 앞 오른편의 배위에서 세종대왕께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참도를 따라 걷다보면 정자각에 다다른다. 정자각은 건물의 배치모양이 ‘丁’자를 닮았다 해서 정자각이라 불린다. 정자각은 세종대왕께 제례를 지내는 곳이다. 정자각에서 벗어나 세종대왕이 실제로 잠들어계신 능침으로 올라간다. 능침에 올라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릉 주변으로 펼쳐지는 숲과 산들을 마주하게 된다. 푸른 숲들을 마주하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곳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그 가치를 우리 조상들도 알았으리라.

세종대왕의 릉은 원래 이곳이 아닌 아버지 태종의 헌릉 주변에 있었다가 이곳으로 옮겨온 곳이다. 원래 이 곳은 광주 이씨 이인손의 묘였다. 당시 이 터를 잡아주던 지관은 자식들에게 이 곳에는 재실도 짓지 말고 심지어는 근처 개울에 다리도 만들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하지만 귀담아 듣지 않고 봉분을 만들고 큰 비석을 세웠다. 그 후 영릉을 옮길 장소를 물색하던 지관이 소나기를 피해 근처에 왔다가 그 묘가 천하명당임을 알고 영릉을 이전하게 되었다.

무더운 복날이 멀지 않았다. 이번 여름 삼복이 가기 전에 세종대왕이 주는 큰 복을 받으러 영릉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간 김에 좋은 기운이 가득한 여주 곳곳을 함께 여행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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