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묵향 가득한 추사고택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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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묵향 가득한 추사고택을 가다
  • 중앙신문
  • 승인 2018.09.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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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하늘로 자꾸 시선이 가는 것이 무더운 여름이 가고 청명한 가을이 왔나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갖고 있어, 가을 남자로 대표되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을 만나러 예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예산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향이다. 김정희 선생이 나고 자란 추사고택과 그가 묻힌 무덤, 그리고 증조부 김한신의 묘와 증조모 화순옹주의 열녀문 등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오늘은 김정희 선생이 나고 자란 추사고택으로 출발해보자.

추사고택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햇빛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다. 뒤로는 높지 않은 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누가 봐도 명당에 앉은 듯 편안하다. 추사 김정희의 명성에 비하면 지금 추사고택의 외모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추사고택은 원래 53칸의 집으로, 이 집을 지을 때 한양에서 나라의 건축을 맡아 지었던 경공장을 불러다 지어 반가주택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추사 고택은 출사 후 서울에서 머물렀던 김정희 선생이 성묘와 독서를 위해 자주 머물렀던 곳으로, 1968년까지 그의 후손들이 살았다. 그러나 직계손이 끊기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던 것을 도에서 다시 사들여 문화재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대문채와 사랑채, 안채와 사당채가 남아 있는데, 대문채와 사당채는 복원할 때 다시 세운 것이다.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ㄱ’자로 꺾인 사랑채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안채가 자리하고 있다.

사랑채는 조용히 책을 읽기도 하고, 때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서 공부를 하기 좋은 환경과 사람들을 응대하고 접대하기 좋은 환경, 모두를 갖추어야 하는데, 추사고택의 사랑채는 이를 위해 대청으로 난 문들을 분합문으로 달았다. 이 분합문을 이용해 사랑채에 필요한 개방성과 폐쇄성 모두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랑채 마루위에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 하던 시절, 제자 이상적이 권세를 따르는 세속에 물들지 않으며, 옛정을 잊지 않고 곤란한 처지인 자신에게 끝까지 정의를 지킨 것에 감격해 세한에 비유하여 그렸다는 세한도가 걸려있다. 기둥에 붙어 있는 주련은 추사의 글씨를 붙여놓은 것이다. 사랑채 화단에는 석주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그림자 길이로 시간을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해시계이다. 이 석주에는 ‘石年’이라는 글씨가 추사체로 새겨져 있는데, 이는 김정희 선생의 아들인 김상우가 새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채를 지나 안채로 발길을 옮겨보자. 한옥에서는 보통 안채와 사랑채는 내외담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추사고택에서는 그 내외담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변형을 거치면서 사라진 것이리라. 안마당으로 들어서면 넓은 대청이 눈에 띈다. 6칸으로 된 대청은 안채의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안방과 부엌이 자리하고 있고, 왼쪽으로는 안사랑과 작은 부엌이 마주하고 있다. 대청 뒤쪽은 문을 열면 돌로 만들어진 계단으로 이어져 있으며, 이 길 끝에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추사고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사당채인 영당은 추상의 아들 김상우가 세운 것이다. ‘추사영실’이라는 현판은 추사의 오랜 친구인 권 돈의 글씨이며, 안에 모셔져 있는 초상화는 제자 이현철이 그렸다. 하지만 초상화의 원본은 국립중앙박물관에, 현판은 간송미술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추사고택을 빠져나와 김정희선생의 묘로 가는 길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이 우물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탄생일화가 담겨 있다. 우물을 지나 추사 김정희 선생이 잠들어계신 묘소로 향한다. 봉분도 나지막하고 석물치장도 화려하지 않아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 김정희 선생의 묘에는 석상과 망주석 1쌍, 그리고 묘비만이 세워져 있다. 묘에 있는 반송이 그나마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추사고택에 들어서면 묵향이 가득 느껴진다.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 선생의 흔적들이 담겨있어서일 것이다. 올 가을은 추사고택에서 한권의 책 대신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를 만나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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