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전통산사 부석사에서 만난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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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전통산사 부석사에서 만난 러브스토리
  • 중앙신문
  • 승인 2018.10.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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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UNESC 세계문화유산에 우리의 ‘전통산사’ 7곳이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오늘은 7곳 중 한 곳인 부석사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부석사의 시작을 알리는 일주문까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펼쳐져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은행나무 길이지만 부석사의 시작을 매력적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부석사 일주문에는 ‘태백산 부석사’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부석사가 위치해 있는 산은 태백산이 아니라 봉황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봉황산과 더불어 태백산의 기운을 함께 연결하고 싶었으리라.

부석사는 오르막길에 너른 축대를 쌓아 필요한 건물들을 앉혔다. 그래서 부석사는 천왕문에서부터 아홉 단의 석축을 올라야 무량수전에 이른다. 무량수전에 이른다는 것은 곧 극락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극락에 이르는 길이 결코 쉽지 않듯, 무량수전에 이르는 안양문은 좁고 가파르다.

가파른 계단과 문을 통과한 뒤, 숨을 고르며 마주한 무량수전은 빛바랜 편액이 먼저 반긴다. 무량수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최순우 선생의 저서로 인해, 부석사에 와 보지 않은 사람들도 무량수전이 배흘림기둥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극락에 왔으니 부처님을 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량수전에 모셔진 부처님은 아미타여래이다. 무한한 수명과 끝없는 지혜를 지녔다 해서 ‘무량수불’이라고도 한다. ‘무량수’부처님을 모신 곳이니, 무량수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량수전을 보고나면 다시 부석사를 내려간다. 그러나 이 곳 부석사에는 가을에 만나면 더욱 어울릴만한 러브스토리가 있다. 바로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러브스토리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선묘각과 조사당을 통해 만나보자.

무량수전 뒤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한 칸짜리 조그마한 전각이 하나 있다. 바로 선묘각이다. 선묘는 의상대사를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이다. 선묘낭자의 넋을 기려 세워진 곳이 선묘각이다. 1,300여년 전 의상대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의상대사가 당나라 유학시절 머물렀던 집이 선묘의 집이었다. 의상대사를 사랑하게 된 선묘는 청혼을 하지만 불심의 길을 택한 의상대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된 선묘낭자, 그녀는 의상대사의 공부와 불사에 도움이 될 것을 다짐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된다. 그러나 사람의 모습이 아닌 용의 모습으로 오게 된다.

선묘낭자의 첫 번째 모습은 해룡이었다. 바다의 용으로 변한 선묘낭자는 의상대사가 귀국하는 뱃길을 호위하게 되고 의상대사의 무사귀환을 돕게 된다.

선묘낭자의 두 번째 모습은 커다란 바위였다. 의상대사가 지금의 자리에 부석사를 창건하려고 할 때 이 곳은 이미 500여명의 도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선묘낭자는 커다란 바위로 변해 도둑들을 머리 위에서 위협함으로써 도둑들을 몰아냈고 의상대사는 부석사를 창건할 수 있었다. 돌이 떠 있다는 의미의 ‘부석(浮石)’은 이로 인해 생긴 이름이다. 선묘낭자가 변한 커다란 바위는 지금도 무량수전 뒤에 부석이라는 이름의 바위로 남아 있다.

선묘각에서 동쪽으로 산길을 따라 10여분만 올라가면 선묘낭자가 사랑했던 의상대사를 만날 수 있다. 단정한 모습으로 숨어있는 조사당은 의상대사를 모신 곳이다. 조사당은 의상대사가 처음 이곳에 와서 수도하던 자리로 보기도 하는 곳이니, 의상대사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조사당에는 의상대사의 지팡이로 알려진 선비화가 자리하고 있다.

의상대사와 선묘낭자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창건설화이지만, 그들의 사랑이 머물기에 부석사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선묘낭자는 지금도 무량수전 앞마당에 석룡으로 변해 부석사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남아있다.

찬란했던 신라 불교를 상징하는 부석사, 그러나 그 시작은 작고 소박하며, 아름다웠음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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