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천년의 사찰, 신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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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천년의 사찰, 신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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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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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 중앙신문=중앙신문 | 우리가 가장 많이 비는 소원 중 하나가 잘 살게 해달라는 것이리라.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좀 더 나은 삶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나라 안에서 가장 살기 좋은 강가 마을로 손꼽히는 곳 여주로 발길을 옮겨보자.

강가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주는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여주의 아름다움 여덟 가지를 일컬어 여주팔경이라 하는데, 팔경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는 것이 신륵사에서 울리는 저녁 종소리이다. 신륵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강가에 자리하고 있다.

신륵사는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가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신 후 깨달음을 얻고 되돌아와 불교의 대중화에 힘썼던 원효대사에 의해 지어졌다 전해져 오는 사찰이다. 원효대사가 절을 지으려고 했을 당시 이 곳은 연못이었다. 이 연못이 신성한 사찰이 들어설 곳이라고 원효대사의 꿈에 한 노인이 일러주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7일 동안 기도를 드렸고, 9마리의 용이 승천 한 후에야 비로소 신륵사를 지을 수 있었다. 9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은 구룡루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다.

신륵사가 대규모 사찰이 된 것은 고려 말의 고승인 나옹선사가 입적한 후 나옹선사의 부도를 세우면서부터이다. 그래서 신륵사는 나옹선사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나옹선사의 영정을 모셔놓은 조사당이다. 조사당은 덕이 높은 고승이 입적하면 별도의 건물을 지어 영정을 모셔놓게 되는데, 신륵사는 조사당에 나옹선사와 그의 스승이었던 지공대사, 그리고 제자 무학대사의 영정을 함께 모셔놓았다.

조사당 뒤편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옹선사의 사리를 봉안한 부도가 자리하고 있다. 부도는 스님의 사리탑, 즉 스님의 무덤이다. 나옹선사는 경남 밀양으로 가던 중에 신륵사에서 입적을 하였는데, 나옹선사의 부도를 신륵사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안치했다.

부도는 석탑이나 석등과 달리 탑비와 함께 건립되는데, 나옹선사의 부도 옆에도 부도비가 자리하고 있다. 이 부도비에는 나옹선사의 일생과 업적이 적혀있다.

나옹선사의 부도와 부도비를 만났다면 신륵사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강월헌으로 가보자. 원래 강월헌은 회암사에 있던 나옹선사의 처소를 말한다. 이곳에 누각을 짓고 이름을 강월헌이라 붙임으로서 나옹선사를 기리고자 한 것이다.

강월헌 바로 옆에는 조그마한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삼층석탑이 세워진 자리는 나옹선사의 다비장소, 즉 나옹선사를 화장시킨 자리이다. 나옹선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삼층석탑은 강월헌, 남한강과 어우러져 신륵사에서 가장 멋진 풍경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강월헌에서 가까운 곳에 벽돌로 만들어진 전탑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전탑이 있어서 신륵사는 ‘벽절’이라고도 불린다. 점토로 벽돌 모양을 만든 다음 뜨거운 가마에 구워 낸 후 한 층 한 층 쌓아서 만든 것이 전탑이다. 전탑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만드는데도 복잡하고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지역에만 세워졌는데,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고려시대의 전탑이 신륵사에 있는 전탑이다.

사찰인 신륵사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부처님을 모신 곳이다. 신륵사에는 어떤 부처님을 모셔놓았을까? 이를 알기 위해 극락보전으로 가보자.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구 중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문구의 의미는 ‘아미타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곳이 극락이다. 그래서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전각을 극락전, 또는 무량수전이라 한다. 이 곳 신륵사는 극락보전이다. 아미타불은 극락에 머물면서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절망들을 물리쳐 주는 부처님이니 신륵사에서 아미타부처님을 꼭 만나뵙기를 바래본다.

천년의 사찰 신륵사는 600년 된 은행나무에 나타난 관음보살님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벗하며 살아가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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