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사람과 자연, 신이 함께 사는 공간, 한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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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의 문화유산여행]사람과 자연, 신이 함께 사는 공간, 한옥을 찾아서
  • 중앙신문
  • 승인 2018.01.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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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희 (궁궐문화원장)

차가운 날씨 제자들과 함께 남산한옥마을을 찾았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옥으로 이루어진 마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추억들이 몽실몽실 피어나기 때문이리라. 오늘은 고향 집을 생각나게 하는 남산한옥마을로 여행을 떠나보자.

남산한옥마을은 서울의 사대부가의 집들을 모아 놓은 한옥전시관 같은 곳이다. 흩어져있던 집들을 한데 모아놓은 터라 고향마을 같은 느낌은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남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자연을 벗 삼아 한옥을 여행하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한옥’이라는 말은 서양식 집이 많아지면서 우리 전통 집과 구분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서양식 집과 우리 한옥은 생김새로 확연하게 구분이 가지만, 사실은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누가 사는 집인가?’에 대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집이니 당연히 사람이 사는 것이겠지만 한옥은 사람만이 사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외에 한옥에는 누가 함께 살고 있을까?

첫 번째는 ‘신’이다.

한옥에는 신이 함께 살고 있다. 한 명의 신도 아니고 여러 명의 신이 살고 있다. 그 중 대장 신은 성주신이다. 성주신은 집의 가장을 수호하는 신으로 대청에서 살고 있다. 한옥에서 대청의 대들보 위에 명주실로 감은 창호지를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성주신이다.

안방에 살고 있는 신도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삼신할머니이다. 삼신할머니는 쌀을 단지에 담아 시렁위에 놓음으로써 신을 표시했다.

부엌에도 신이 살고 있는데, 조왕신이 부엌에 살고 있는 신이다. 조왕신은 부뚜막 위에 물을 담은 종지를 얹어 두어 표시를 했다. 집에 살고 있는 신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신이 바로 업신 일 것이다. 이들은 고방이나 장독대에 있는 신으로 부자로 만들어주는 신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초가의 지붕에 사는 뱀이나 구렁이가 이 신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이 동물들을 잡거나 죽이지 않았다. 이들을 잡거나 죽이면 집이 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한옥에는 집안 곳곳을 지키는 신들이 함께 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신이나 집에 들어와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가에 부적을 붙이고 대문에는 엄나무를 달아서 불필요한 신은 들어올 수 없게 막았다.

두 번째는 ‘자연’이다.

집에 자연이 들어와 산다는 것은 창을 보면 알 수 있다. 창은 사람이 다니자고 만든 것이 아니다. 사람이 다니자고 만들지 않았다면 무엇을 위한 것일까? 바로 자연이다. 창은 바람과 햇살과 공기가 드나드는 곳이다. 또한 창을 열면 창 가득 자연이 들어온다. 이는 자연을 정원으로 삼은 것이며, 자연의 경치를 빌려 집을 완성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집에 ‘신’과 ‘자연’이 함께 살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한옥은 사람을 배려해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머름이다. 머름은 방풍을 위한 수단으로 방바닥보다는 높게 만든다. 이는 방안의 따뜻한 온기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한 머름은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 않도록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도 함께 하여 방 안의 사람이 안락함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머름의 높이 또한 사람을 배려했음을 알 수 있는데 사람이 머름대위에 팔을 걸치고 앉아서 편안하게 밖을 내다볼 수 있는 45cm정도의 높이로 만들어진다. 이렇듯 한옥은 자연과 신이 함께 살지만, 사람 중심의 집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집은 자연을 받아들이고 신도 받아들여, 함께 소통하고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집에는 누구를 받아들이고 있을까? 첨단과학의 발달로 집에 사는 신들은 ‘미신’으로 치부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보다는 자연을 모두 깎아 그 위에 성냥갑 같은 집들을 쌓아 올리고 있다.

날씨가 춥다고 움츠려들지만 말고 남산한옥마을에서 우리가 사는 집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는 어떨까? 더불어 남산한옥마을에서 다양한 체험도 하고 천년타임캡슐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여행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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