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젊은날의 향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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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젊은날의 향수 (2)
  • 중앙신문
  • 승인 2018.10.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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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않은 이른 봄 새벽부터 포악스런 공산당처럼 주민들을 선동했고 집단 수용소처럼 사람들을 동원해 성과 위주의 새마을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여야 했다.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진 새마을운동은 마을 마다 불이 붙어서 마을길과 농로를 넓혀나갔고 우중충한 초가지붕도 시원스레 벗겨냈다.

더욱 신기한것은 건설 면허를 가진 기술자가 없어도 순수 지역주민의 힘으로 교량과 시설물등 대형사업을 새마을운동을 통해 기적적으로 이루워 냈다.

그 당시 새마을운동은 일선 시군의 행정을 전시 체제와도 같이 새마을사업에 집중시켜 일반업무는 뒷전이었고 낮에는 지역의 새마을 사업추진과 영농지도에 몰두해야 했고 밤늦게 귀청하여 밀린업무를 처리하여야 하는 주경 야독과 같은 생활이었다.

새마을사업과 당면사업 추진관계로 출퇴근 시간이 불분명했던 지방공무원 생활은 늘 고달팠고 피곤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5.16 군사혁명을 통해 국가기관을 접수했던 정치군인들이 민정이양으로 원대 복귀한 이후에도 일부군인은 그대로 눌러앉아 상사의 대우를 받고 일선행정을 좌지우지했다. 그들은 챠드 보고를 선호하는 군대식 행정을 고집했고 군대 조직에서나 통하는 막말과 거친행동을 무지막스럽게 휘둘렀다.

그결과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비속어가 튀어나왔고 실적위주와 상벌을 엄격히 따지는 군대식행정은 잦은 문책인사로 읍면장들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고 단명으로 자리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오죽하면 면장 목아지라는 말이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밖으로 나돌았으니 당시의 공직 사회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풍자한 말로서 일반인들이 볼때 위축된 공직사회 분위기가 참으로 안탑갑고 황당해 보였나보다. 말만 공무원이지 매일 밖으로 나도는 지방 공무원생활은 공사판의 노동자와 같았고 법령에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직장을 계속 다녀야할지 한동안 갈등속에 살아야 했다. 더구나 출장이 잦다보니 미안스러운 것은 하숙비를 꼬박꼬박 내는 하숙생도 아니면서 더부살이 신세가 되어 애매한 리장님댁의 쌀독만 축내는 불청객 신세였다.

당면사업 추진차 마을에 주재하는 날은 리장님댁에서 점심을 얻어먹고 저녁까지 얻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밤이되면 뱃속의 허기는 주책없이 찾아와서 잠을 제대로 이루질못했다. 그럴때 마치 내 속을 꿰뚤어 본것처럼 넌즈시 밖으로 불러내는 리장님을 따라 마을 어귀의 구멍가게에서 걸죽한 막걸리 술 한잔속에 곁들인 메밀묵과 손두부맛은 값싼 음식이었지만 배를 두둑히불렸고 영양가 만점이었으며 사회 초년병의 사기를 듬뿍 담아준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몇사람이 앉기엔 비좁고 불편한 작은방에서 가족처럼 반겨준 가겟집 주인 아주머니의 손에서 순식간에 만들어진 음식은 특별한 양념이 첨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급 한식집과 레스트랑 음식보다도 훌륭했고 표현하지 못할 맛난 음식이었다. 음식 나오기가 무섭게 게눈 감추듯 허겁지겁 먹어댔고 먹다보면 수북히 담은 큰 대접의 량도 부족해 수저를 내려놓기가 못내 아쉬웠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오늘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다보니 음식 문화가 발달하고 음식맛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져간다.

전국의 유명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이 늘어나고 음식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동호인들에게 맛을 보여주는 맛객도 생겨났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음식맛을 내기위해 자연산 조미료보다는 화학조미료를 더많이 쓴다. 화학조미료가 난무한 식단은 안타갑게도 성인병을 유발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월탓이겠지만 나이먹은 사람들의 그리움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과 함께 옛 음식맛의 향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산다.

나역시 옛날 사람이라는 비아냥 속에서 어쩌다 메밀묵과 손두부 요리를 대하게 되면 젊은시절 구멍가게에서 먹었던 음식맛이 새로와져 먹기를 주저하고 비교를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그때 그맛은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었고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않은 건강 식품이었음을 인스턴트식품이 가정식단의 단골메뉴로 자리잡은 오늘의 현실을 통해 절실히 알게된다.

한동안 옛 생각이나서 말못할 그리움에 잠겨들자 마음은 어느새 연어의 회귀 본능처럼 되살아나 추억의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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