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착각도 유분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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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착각도 유분수지
  • 중앙신문
  • 승인 2018.10.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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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사용이 다된 헌통장을 새통장으로 발급 받고자 평소 이용하는 은행을찾았다. 협소한 대기실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거나 서서 자기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밀려든 고객으로 인해 일손이 한참 바쁜 은행창구는 예금을 하는사람과 찾는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대출을 상담하는 사람들도 눈에뛴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은행에온 사람들을 살펴보니 한결같이 한손에는 순번을 알려주는 번호표가 쥐어져있다. 또 옷 차림도 다양했다. 군복을입은 일단의 군인들과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복장을 착용한 직장인 화려한 옷차림의 여인들과 정장을한 건장한 청년들이 새로운 패션을 선 보이는 것처럼 하나하나 눈에들어온다.

낡은 건물을 개조하여 사무실용도로 임시 사용하고있는 은행건물은 방음처리가 안되서인지 사람들의 떠드는소리가 참새소리처럼 시끄럽게들렸다.

귀를 날카롭게 자극하는 소음에 얼굴을 찡그리고 빨리 내차례가 되기를 기다렸으나 은행안의 대기자는 좀처럼 줄어 들지가않는다. 그들을 바라보다 불현듯 저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것이 지루하고짜증이나서 차례를 무시하고 저마다 창구로 몰려들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앞선다. 사회질서가 문란해지면 폭동이 발생하고 범죄가 기승을부려 국가기능이 마비되고 이에따른 도미노 현상으로 대공황의 액서시더로 비화되는것을 보게된다.

후진국으로 비하되는 혼란과 무질서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6.25전쟁과 격동기의 정치적혼란은 질서를 저당잡힌체 무질서가 난장판을 친 어지러운 세상이었다.

바닥난 국가경제는 국민생활을 가난에 허덕이게 하였고 열악한 교통수단은 혼란과 무질서가 판을쳤으며. 인격을 무시 당하기가 일수였다. 그런생활에 감염되어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한 삶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무심히 생활해왔는데 세월이가고 선진국시대로 도약하다보니 사회가 달라지고 사람 사는것도 달라져간다.

대중이 모이는곳은 어디서나 차례를 기다리고 줄을서서 기다리는 질서의식이 인내심을 발휘한다. 공중질서의 확립은 축적된 경제성장의 성과로서 국민생활이 안정되고 문화수준이 높아졌다는 질적표시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수준을 가르켜 교육을통해 참여의식이 향상된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일찌기 이땅에 질서의식을 심어준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본고장으로 자유 분망해보이는 아메리카의 미군들로 생각된다.

미8군 숙영지인 용산에가보면 미국인들의 수준높은 질서의식을 눈여겨 볼수있다. 항상 자유분망한 생활로인해 질서의식이 크게부족할것으로 생각되지만 그와는달리 법질서를 엄격히 준수하는 모습을본다.

그들은 부대밖 영외 지역에서도 국기 강하식시 소리나는 쪽을향해 엄숙한자세로 경의를 표하는가하면. 도로의 건널목 앞에서는 보행자의 안전이 확인될때까지 차를 움직이지않고 한참동안을 정지하여 교통이 정체되는 현상을 목격하게된다.

생활을 이유로 빨리빨리 서두르는 한국사람들의 생활방식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경제가발전해 삶의형태가 바뀌다보니 선진국사람들의 일로만생각하고 외면하던 질서의식이 몸에 밴것처럼 행동이되고 생활화되어간다.

그것은 고도 경제성장이 일궈낸 성과겠지만 간접적으로 볼때 사람이만든 기계의 힘으로 믿어진다. 기계문명이 발달하지않은 시대에 사람을 짐승처럼부리고 다룬것은 독제자로 군림한 소수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비밀경찰과 군대를 동원해서 강압적으로 인권을 유린했고 카드색숀처럼 자유자제로 사람을 움직였다. 기계문명이 한창발달한 지금시대에 사람을 움직이게하고 통제하는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이만든 기계들이다.

현대사회는 기계의 지시에따라 행동하고 순응해야한다. 기계가 가르켜주고 일러준 방식대로 생활하지않으면 사회생활에 있어서 낙오자가 되는것은 순식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계로인하여 생활이 편리해졌다고 즐거워하지만 반대로 기계로인해 불편한 사람들도 적지않다. 사람과 사람사이의관계는 룰을 지키지못하는 실수를 범해도 도량으로 헤아려주지만 정직한 기계들은 실수라는것을 절대 용납하지않는다.

따르기싫고 보기싫어도 어쩔수없이 일률적으로 기계들의 지시에 순응하고 복종해야하는 인간의 자격지심이 부끄럽다.

은행에 설치된 자동번호 발급기에서 뽑아든 대기번호의 차례는 지루한 시간이 흘러서야 내 차례가되었다. 기계처럼 동작이빠른 여행원한테서 새통장을 발급받아 볼일은 쉽게 끝났지만 머릿속 한가운데는 사람사는 사회가 너무 기계적인 삶에만 의존하는것같고 자유를 구속 당하는것 같아 우울한 기분이들었다.

뭔가 잃어버린것같은 착각에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은행안에는 아직도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을보니 모두가 한결같이 번호표를들고 자기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에 동정심이 일었다.

무심코 남은 사람들을 둘러보자 나를향한 곱지않은 시선들이 차례를 위반해서 일찍 끝나지 않았냐는 휠난의 눈초리로 쏘아보는것같아 한동안 여유로웠던 내행동은 이내 급정지되었다.

무안함과 당혹감에 빨리 이곳을 벗어 나야겠다는 생각하나로 도망치다시피 은행을 빠져나가는 나에게 쏟아지는 의혹의눈총이 왜이리 무섭게 느껴지고 창피한걸까 . 단지 순번대로 한것뿐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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