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칼럼]아내가 떨쳐 버리지 못하는 미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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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아내가 떨쳐 버리지 못하는 미련 (1)
  • 중앙신문
  • 승인 2018.10.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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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칼럼위원)

저녁 종합뉴스를 보고 난 후 방송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을때였다. 집앞의 도로에서 승용차 엔진소리가 멈추는가 했더니 두런두런 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들린 차와 사람들의 소음소리는 도로옆에 사는 죄로인해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적인 소리였다.

소경처럼 청각이 무뎌져가는 내귀에 이집같은데 기억을 더듬는 것 같은 중년여인의 혼잣말소리가 바람결에 들렸고 이어서 엄마맞아 확인을 하는듯한 젊은여인의 목소리가 뒤를따랐다.

중년여인은 딸인듯한 여인에게 맞을꺼야 잠깐만 기다려봐 물어 보고 올게 하며 딸을 안심시킨후 1층의 세탁소를 향해 가는듯했다. 밖에서 나는소리가 왠지 내집과 관련 된것같은 생각에 미심쩍어서 귀를 귀울이자 잠시후 1층 세탁소 가게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2층에 사시는데요 안내를 해주는것 같은 세탁소 김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현듯 집을 찾는 중년여인이 내집에 온 손님같은 예감이 들어 창문을 열어젖히고 밖을 내다보자 집밖에서 서성이던 한 중년여인이 반색을 하며 현경아빠 저에요 수진엄마. 손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 하는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여인을 자세히보니 가로등 불빛에 비친그녀는 아내가 오매불망 애타게찾던 수진엄마가 분명했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에 깜짝 놀라 주방 정리를하던 아내를향해 여보 수진엄마가 왔어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치며 수선을 피우자 나의말이 떨어지기기가 무섭게 아내는 엉 누가 왔다고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창문가로 달려오더니 수진엄마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이내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밖으로 내달렸다.

잠시후 벌겋게 상기된 아내의 손에 이끌려 수진엄마가 집안으로 들어섰다 반가움에 어쩔줄을 모르고 입을 다물줄 모르는 아내와나는 참으로 오랫만에 수진엄마와 재회의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실로 수진엄마를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는 어언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한동안 떠들썩한 인사 치례를 나눈후 너무나도 오랜만인지라 거실 불빛에 노출된 그녀의 동정을 조심스럽게 훔쳐보자 지난시절 젊고 매력적이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대없고 삶에 지친듯한 중년여인이 게면쩍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지난시절 자녀들 교육 문제로 인해 면단위 마을에서 이천시로 이사 왔을때 아내가 제일먼져 통성명을 한사람이 수진엄마였다. 인연이 되어선지 당시 우리가족이 이사한곳의 옆집에 그녀와 그 가족들이 살고있었다.

아내와 수진엄마는 동갑내기에다 아래 윗집에 사는 인연으로 금방 친해졌다. 더구나 남편들이 동향이라는 연유로 더욱 친숙하게되었다 시장을 가도 같이 다녔고 외출을할때도 핑계를만들어 붙어다녔다.

둘은 시간만나면 무슨 이야기꺼리가 그리많은지 조근대다 깔깔거렸고 일찍 만나지 않은것을 후회할 정도의 막역한 사이가되었다. 이천시에 이사온지 3년이 되어가는 해였다.

당시만해도 나의존재는 명함도 내밀수없는 처지의 직장인이었고 수진아빠는 잘나가는 한국전력의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는 공사의 사조직인 노조를 장악하기위해 매일같이 분주했고 날마다 술에쩔어 밤늦게 귀가 하는일이 많았다.

해가바뀌자 수진아빠는 임기가 만료된 노조 위원장 선거때문에 연일 동분서주했고 이로인해 몸을 돌보지 않아서인지 눈에띄게 건강을 잃어갔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차면 기운다고했던가/ 계속 유지할것만같았고 순탄하게 나갈것 같았던 노조 위원장자리는 선거결과 당선의 영광은 다른사람에게 돌아갔고 수진아빠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들었다.

노조위원장의 낙선은 화목했던 수진엄마의 가정에 변화를 알리는 후폭풍을 가져왔다. 선거에진 수진아빠는 근무의욕을 상실한채 자신감을 잃은 사람으로 변해갔고 수진엄마 역시 수심에 쌓인 얼굴로 점점 초체해갔다. 듣기좋은말로 이웃사촌 이라고는 했지만 선거에 전혀 도움을 주지못했던 우리부부는 수진엄마 가족이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기를 마음 속으로나 바라면서 묵묵히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수진아빠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지못하고 결국은 연고지 근무를택해 인천으로 전보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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